2024년 7월 9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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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Re:너무 싫은 사람, 어찌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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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8 ㅣ No.7691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어떤 분이 외국으로 가기 위해 3개월간 저의 집에 머물러 계셨는데,
그분을 3개월 모시면서 200만원의 빚을 선물로 주고 가시더군요.
이것저것 얼마나 바라는 것이 많던지,
수입이 전혀 없는 저는 생활에 쪼들리면서도  이번이 마지막이겠지, 또 이번이 마지막,
이라는 마음으로 다 해드렸습니다.
 
저는 현재 환자이고, 요양중에 가족들로부터 용돈을 받아쓰는 사람입니다.
일반 생활에는 크게 지장이 없지만, 그래도 책임있는 직업을 가지고 생활할 만큼 건강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시골에 작은 집 하나 얻어서 생활하면서 가족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제가 있는 곳이 시골이니 수도원처럼 조용한 곳이라 그 분은 도무지 가실 생각을 안하시더군요.
한국의 인심이 떠밀어 보낼수도 없고, 오늘,내일... 참다가 3개월을 한 방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한달은 그럭저럭 불편 감수하고 살았고,
두달은 그 사람에 대한 원망과 분노, (제발 빨리좀 가시지)
그리고 없는 수입에 그 분이 원하는 것 다 해주려니 생활의 궁핍까지..
3개월째는 거의 폭팔직전이었고, 태어나 처음으로 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야하는 상황이 왔습니다.
그 분도 평신도가 아니지만, 돈은 저보다 많았습니다.
외국 가신다고 신자들이 참 많이 갔다 바치네요.
더 기가막힌건, 제가 빚에 쪼들리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도 신자들에게 받은 돈을
자기 가족들 가난하다고 그곳으로 보내주었습니다.
 
저는 여러차례 생활의 어려움을 말했지만,
듣는 분에게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나 봅니다.
제가 어려움을 말한 것은 그 분에게 생활비를 보태라는 뜻이 절대 아니고,
제가 살아왔던 것 처럼 이곳에서 가난하게 적응하길 원하는 뜻이었습니다.
 
처음 한달은 아무말 없이 그냥 다 해드렸지만,
우리 집에 오래 계실 것 같으면 아무래도 말씀 드리고, 생활을 아껴주길 바라는 마음에 몇 차례 귀뜸을 했지만, 
오히려 제가 거짓말 한다 여겼겠지요.
저는 겉보기에 매우 부유해 보입니다. 집도 있고, 차도 있고.. 가족들이 매우 부유한 편입니다.
옷차림도 고가의 옷을 입는데, 그것은 제가 사는 것이 아니고, 가족들의 선물입니다.
저의 집안이 부유하다고 제가 부유한 것이 아니지만,
이분은 제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집에서 돈을 가져올수 있다고 믿는 것 같았지요.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병든 몸으로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받아쓰는 사람의 심정은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집에서 가져오는 돈도 이제는 염치가 없고,  이 분 외국 가시면 생활비 아껴 조금씩 갚을 마음으로
저는 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받아 생활했습니다.
어떻게 3개월 생활에 200만원의 빚이 생기는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그 정도로 대책이 없는 사람입니다.
저는 한달에 딱 네번 운전을 합니다. 성당에 갈 때요. 그런데 이 분 모시면서는 매일 승용차를 움직여야 했으니,
고유가 시대에 길에 포장해야 하는 연료비도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제 차는 1800 cc  오토이지만,
이것도 언니가 타다가 준 것이기 때문에 작은 차로 바꾸고 싶어도 번거로웠고,
그래도, 저는 한달에 네번 움직이니까 그냥 타도 부담이 적었습니다.
그런데 3개월을 이런 저런 심부름 하면서 거의 매일 차를 쓰다보니 감당이 안되네요.
 
그런데 그 말이 딱 맞습니다.
미움을 받는 사람보다 미워하는 사람이 더 힘들다는 것이요,
사람에 대한 미움 때문에 단 1초도 평화를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하느님께 매달렸습니다.
나좀 어떻게 해달라고요, 저 사람이 미워 죽겠는데, 이런 내 마음 좀 어떻게 진정시켜 달라고..
그리고  그 날 부터 매일 그 분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없는 돈에 미사 봉헌까지 해 드리고, 평소 가지 않던 매일 미사 다니면서,
모든 미사봉헌을 그 분을 위해 했지요.
 
기도를 하는데 참 많이 울었습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사람을 미워해 본 적이 없는데,
저에게 이렇게 많은 미움과 분노의 씨가 내재해 있었다는 것에 대해
저 자신에게 놀라면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답니다.
 
기도 덕분에 일주일 쯤 지나서 조금씩 평화를 찾았고,
나중에는 그 분이 미운것이 아니라 참 가엾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상처입은 아기새 한마리가 하늘을 날지 못하고 나의 둥지로  숨어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새는 얼마나 아플까? 하느님은 저를 믿고 저에게 보내주셨는데,.. 라는 생각이요.
 
바로 얼마전까지 미치도록 싫었던 그 분이 정말로 다시 보였습니다.
기도를 하면 그 분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제가 달라지더라구요.
 
그래서 그 기도의 힘으로 가시는 날까지 성심것 보셔드렷지만,
그 분이 떠나고 나니 왜 좀더 잘 해주지 못했나, 후회도 되고, 미워했던 제 자신이 싫어집니다.
 
기도하세요. 매일미사 나가면서 미사봉헌도 해드리고요.
반드시 마음의 평화를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저도 그런 지옥을 기도로 빠져나왔답니다.
미워한는 사람을 위해 하는 기도는 불가능할 정도로 하기 힘들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저도 엉엉 울었습니다. 기도가 안돼서요. 너무 미워서요.
그래서 이런 내 마음좀 어떻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매달렸습니다.
먼저 저를 진정시키고 나니 조금씩 기도가 되었고, 그 분과는 아주 좋은 인연으로 연락하고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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