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지난 6일 서귀포시 강정마을 강정항 방파제 테트라포트(일명 삼발이) 위에서 해양경찰과 대치하다 5m 아래로 떨어져 큰 부상을 입은 문정현 신부의 추락사고와 관련해,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 연대'가 13일 "이는 경찰 공권력 남용 때문"이라며 강하게 규탄하는 한편, 경찰당국의 책임 있는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천주교 제주교구 평화의 섬 특별위원회'와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 연대' 소속 신부 및 수녀들은 이날 오전 11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문정현 신부 추락사고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평화의섬실현 천주교연대가 기자회견을 갖고, 문정현 신부의 추락사고와 관련해 경찰당국을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이들은 결론적으로 이번 사고는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따른 것으로 규정하고, 경찰당국의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은 "이번 사고는 경찰의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행태가 만든 극단적 참사"라며 "사고 당시 문정현 신부와 해양경찰관 사이의 물리적 접촉 여부를 따지는 논쟁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동안 경찰과 해경은 해군기지 공사 방해를 사전예방한다며 공사 예정지가 아닌 장소들까지 불법적이고, 폭력적으로 출입을 봉쇄하며 일상적으로 공권력을 남용해왔던 것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공권력 남용의 근거로, 이들은 "현재 강정마을에 상주하고 있는 경찰들은 해군기지 공사 예정지로부터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는 강정포구에 있는 육지길과 뱃길까지 수시로 봉쇄하며 공사를 돕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사장 차량을 소통시킨다는 빌미로 사전 통보도 없이 인근도로를 수시로 통제해 이곳을 이용하는 지역주민들과 올레길 여행자들에게까지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이들은 문정현 신부 추락사고 이후 해경이 보여준 태도에 더욱 분노한다며 사고 이후 해경의 대응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먼저, "추락한 문 신부의 생명이 대단히 위태로운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해경은 안전한 구조보다 사고에 관련된 경찰관을 감싸고 보호하는 데에만 급급했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도 일말의 사과는 커녕, 문 신부가 해경을 밀치려 하다가 중심을 잃고 떨어졌다는 식으로 사실 관계마저 왜곡하고 은폐하는데만 열중하고 있어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성토했다.
경찰이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례'조차 박해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갔다.
이들은 "제주4.3사건 64주년이 되는 지난 3일 오전 사순시기 성주간을 시작하며 2일 미사 후에 설치한 생명평화 천막기도소가 설치된지 하루도 못 되어 경찰 2개 중대와 용역직원 30여 명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4일에는 미사 봉헌을 위한 제대마저 경찰이 넘어트리는 통에 난장판이 되었다"며 "평화를 위해 활동하는 성직자들인 예수회 김정욱 신부와 제주 늘푸른교회 이정훈 목사에게는 징역형이 선고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정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찰 공권력으로 인한 상황을 조목조목 지적한 이들은 "따라서 우리는 경찰당국의 책임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그리고 제주에 입도하는 육지경찰들이 강정에서 완전히 철수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국가 공권력이 국민을 향해 저지르는 무례와 폭력은 이제 중단돼야 한다"며 "더이상 강정마을에서 폭력과 인권침해를 일삼는 경찰을 인정할 수 없다. 경찰이 더이상 부끄러워지지 않으려면 지금까지 자행한 모든 죄상에 책임지고, 강정마을에서 즉시 떠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전면 백지화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강정마을에 평화가 온전히 깃드는 그날을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겠다. 끊임없이 기도하고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평화의섬실현 천주교연대가 기자회견을 갖고, 문정현 신부의 추락사고와 관련해 경찰당국을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평화의섬실현 천주교연대가 기자회견을 갖고, 문정현 신부의 추락사고와 관련해 경찰당국을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기자회견을 통해 경찰 공권력을 강하게 규탄한 이들은 정철수 제주지방경찰청장과 여인태 서귀포해양경찰서장에게 강정마을에서의 경찰 공권력 행사와 관련한 공개질의서를 발송했다.
정철수 청장에게는,
△경찰이 종교행사인 미사를 중단시키거나 성물을 훼손한 사실을 알고 있는지
△과도한 공권력 집행을 시정할 계획이 있는지 △공권력 과잉대응이 사라질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있는지
등을 질의했다.

여인태 서장의 경우
△강정포구 및 방파제 인근의 출입을 왜 통제하는지
△강정포구 등 공유수면에 대해 왜 출입을 금지하는지
△문정현 신부 추락사고에 해경은 어떤 책임이 있는지
△공권력 과잉대응이 사라질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있는지
등을 질의하며 답변해줄 것을 요구했다.

한편 문정현 신부는 지난 6일 서귀포시 강정마을 강정항 방파제 테트라포트 위에서 해양경찰과 대치하다 5m 아래로 떨어져 허리 등에 큰 부상을 입어 현재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사고와 관련해 반대측 목격자들은 해경의 '과잉대응' 때문이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해경은 정당한 공무집행 과정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은 조사관 9명을 서귀포해양경찰서로 파견, 문 신부 추락 경위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헤드라인제주>조승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