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수)
(홍)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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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59.2.253.*]

2010-12-23 ㅣ No.9263

 저는 어렸을 때부터 성당에 다녔습니다.
 아무 생각도 없어 엄마 손에 이끌려 다녔고, 교리를 받으며 믿음이 생겼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은 있다. 그렇다면 하느님은 계신다' 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냥 믿으라고 해서 믿었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레지오 활동도 하며 독실한 신자로 지냈고요.
 하지만 20대때 저 혼자만의 종교적인 갈등을 느꼈고, 30대가 된 지금 냉담자로 지내고 있습니다.
 
 조금 유치한 이유가 될 지도 모르지만,
 저는 하느님께서 지옥을 만들어 놓고 죄인들을 보내신다는 것이 이해가 안됩니다.
 성경에서는 '원수를 사랑하라' '오른뺨을 맞으면 왼뺨을 돌려 대라'라고 절대적인 용서를 가르치셨는데 
그렇다면 먼저 하느님께서 죄인들을 보듬어 주셨어야 했던 게 아닐까요? 지옥이 과연 필요할까요?
 
 그리고..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하느님에 대한 의심을 품는 것 자체가 죄라고 배웠는데,
저는 진정한 믿음을 가지려면 그런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의 존재 여부에 대해 의심하고 고민하며 '정답'을 찾아나가는 것이 진정한 믿음으로 가는 길 아닌가요.
하느님이 만드신 인간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런 인간에게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라는 게 가능한 일인가요?
 
이 외에도 많은 생각들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고민들이 끝나는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요.
 
 저희 아빠는 정말 독신한 신자이십니다. 아빠는 중년에 믿음이 생기셔서 누구보다 열심히 성당에 다니십니다.
그런 아빠는 당연히 제가 너무 안쓰러우셨을 겁니다. 혼배성사없이 결혼을 했거든요.
아빠 말씀으로는 조당을 풀어야한다며 관면혼배를 저에게 부탁하셨습니다.
평소 사랑만 주시고, 강요라는 걸 모르시는 분께서 너무나 간절히 부탁하시니 저도 꼭 들어드리고 싶습니다.
근데 너무 힘이 듭니다.  제가 알아보니 고백성사도 봐야하고 약속도 해야한다는데 전 아직 자신이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태어날 아이를 신자로 키워야한다고 꼭 약속해야 한다는데 전 원하지 않습니다.
제는 어렸을 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종교 교육을 강요 받았기 때문에, 뿌리 깊은 곳에서는 지금 이렇게 성당에 다니지 않는 것이 큰 죄라고 생각되는 괴로움이 있습니다.  제 아이에게 이런 괴로움을 주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주입식으로 넣어주는 종교가 아닌 스스로 선택하는 믿음을 주고 싶습니다. 아이와 저는 다른 인격체니까 제가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빠께서 고백성사 중 신부님께 약속하셨다고 합니다. 관면혼배는 꼭 받게 하시겠다고요...
아빠의 간절한 부탁이니 꼭 들어드리고 싶은데, 이런 상태에서 관면을 받는게 옳은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관면혼배를 하면 거짓말을, 그것도 하느님께 거짓말을 해야할텐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요?
그렇다고 믿음이 흔들린다.. 그래서 태어날 아이를 신자로 키울 수가 없다.. 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제 남편은 종교가 없는데 군대에 있을 때 제 권유로 세례는 받았습니다. 그러나 믿음은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시댁어른들도 그러시고요. 남편 역시 아이에게 종교를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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