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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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박복순] 납골시설 확충 손놓은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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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규 [mindule] 쪽지 캡슐

2007-09-14 ㅣ No.3838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05년 말 현재 전국 화장률은 52.6%를 기록하고 있다. 드디어 화장이 매장을 앞질러 보편적인 장법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전국 화장률이 20%대에 지나지 않았던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매우 놀라운 변화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1997년에 29.6%였던 화장률이 2005년 말에는 약 65%로 폭발적인 증가를 보여주고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화장률 증가로 인한 화장시설 부족은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리고 화장한 뒤 유골은 납골묘, 납골당 등의 시설에 일정 기간 안치해 고인을 추모하게 된다. 또 최근에는 보다 빠른 자연으로의 회귀를 위해 자연장, 수목장 같은 보다 환경친화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런 장묘문화 변화 추세에 따라 정부 및 다수의 지자체들은 화장·납골시설 확충을 위한 정책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지역에서 현지 주민들의 반대로 계획 자체가 무산되거나 지체되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대개 장묘시설 설치에 따른 해당 지역의 지가 하락이나 이미지 추락 또는 교통, 환경 문제 등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불편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국민들의 장묘시설에 대한 지나친 기피 의식이라 생각된다. 이는 죽음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에서 비롯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장묘시설이 우리 생활에서 없어선 안될 필수시설이고 복지시설이란 인식이 부족한 탓도 있을 것이다. 다수의 우리 국민은 장묘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내 지역에 들어오는 것은 반대하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장이나 그 지역 출신 정치인들은 주민들을 설득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런 지역이기주의 정서를 악용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몇 년 전 서울시에서는 도심의 성당과 같은 종교집회장 내에 납골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그리고 각 종교계를 대상으로 홍보를 전개해 동참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는 도시 외곽에 납골시설이 설치되므로 인한 여러 문제를 해소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우리 생활주변에 장묘시설을 가까이 두는 데 따른 많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서울시에서는 납골시설 수요가 크게 증가하자 납골시설 확충 사업에서 먼저 손을 떼 버렸다. 그리고 보통 시민의 시립 납골당 사용을 중단시켰다. 이로써 화장 및 납골을 선택한 시민들은 큰 불편과 함께 값비싼 사설 시설을 이용하는 경제적 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돼 버렸다. 더구나 서울시는 납골시설 확충을 자치구에 떠넘기기까지 해버렸다. 이에 자치구들은 편법적으로 타 지역의 사설 납골시설 일부를 구입해 주민들에게 제공하려고 시도했으나 현지에서 반발이 일어나 현재 이마저 중단된 상태라고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근래 어느 자치구 관내에 신축 중인 성당 지하의 납골시설 설치에 대해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양측의 시비를 논하기 전에 양측을 이와 관련하여 서울시 및 해당 자치구의 책임은 실로 막중하다. 그럼에도 이 건과 관련해 당국의 어떤 중재 노력도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시나 자치구가 못하고 있는 납골시설 확충을 종교계가 하고 있는 데 대해 서울시와 해당 자치구는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주민과 종교시설 관계자간 갈등을 해소하고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서울시와 자치구는 적극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학생들의 등교거부 사태까지 비화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주민들에게도 간곡한 부탁을 드리고 싶다.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발전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마음을 열어 시설을 포용하는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기를 기대한다.

납골시설은 우리의 사후 안식처이면서, 죽은 다음에도 서로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추모의 공간이다. 멀리 깊은 산속보다 우리 곁에 있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는가. 우리는 모두 죽는다. 내 조상이 아닌 다른 죽은 자들에게도 좀더 넓은 아량과 넉넉한 마음을 가져야 할 때다.

박복순

을지대 교수

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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