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응원 위한 문화바람 ‘솔솔~’ 전국 예술인들 일낸다
   
▲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에  꽂힌 해군기지 반대 깃발이 나부낀다. ⓒ제주의소리

예부터 ‘물’이 좋아 일강정으로 불리던 서귀포시 강정마을. 2007년 해군기지가 들어서기로 한 이후 이 조그만 마을은 주민들끼리 찬성과 반대를 두고 서로 등을 돌리며 공동체가 무너져 내렸다.
해군기지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이곳 주민들 눈에서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지난 5년 동안 하루에도 몇 번이나 사이렌이 울려댔고, 밭에서 일하다가도 사이렌이 울리면 호미를 내팽개치고 공사현장으로 달려가기 일쑤였다.
게다가 얼마 전 구럼비 바위 발파가 시작되면서 이들의 삶은 더욱 아비규환으로 치달았다. 매일같이 부서지는 구럼비 바위를 보며 절망으로 통곡하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전국의 문화예술인들이 손을 뻗었다.

#. ‘구럼비 우다’...‘Let it be! 구럼비!’

   
▲ 24일~25일 이틀간 서울 홍대 앞 두리반에서 열렸던 포스터 일부.

 

지난 주말인 24~5일, 서울 홍대 앞에서는 강정마을을 응원하는 공연과 바자회가 동시에 열려 강정 소식에 애태우던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바자회가 열린 홍대 칼국수집 두리반은 재개발 투쟁의 상징으로 꼽히는 곳이다. 지역주민, 인디뮤지션, 다큐멘터리 감독, 종교인 등이 연대해 지켜낸 곳이라 이들이 주는 희망의 메세지는 남다르다.

‘구럼비 우다’라는 이름이 붙은 이 바자회는 제주 사투리로 ‘구럼비입니다’라는 뜻과 ‘구럼비가 운다’는 두 가지 뜻을 품었다. 마음은 당장이라도 강정으로 달려가고 싶지만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함께하지 못하는 이들의 마음을 모은 자리다. 쓰지 않는 물건들을 사고팔고, 그 수익금을 강정에 보태는 형식으로 치러졌다.

뮤지션들과 예술인들이 모여 ‘강정’을 위해 노래하는 음악회도 열렸다. 이 행사 역시 예사롭지 않은 이름을 내걸었다. 그냥 순리대로 두라는 내용의 비틀즈의 히트곡을 떠오르게 하는 ‘Let it be! 구럼비!’다.

“차가운 바닥에 누워, 무장한 경찰에 맞서 화약을 막지 못하지만 우리의 일상이 그 거대한 파괴, 그 오만한 폭력에 맞서고 있음을 말할 수 있다. 우리는 거짓된 안보가 아니라 생명과 평화의 구럼비를 지키고 싶다. 우리가 평화를 노래하는 까닭”이라고 이들은 말했다.

행사 첫날 24일에는 열네 팀의 뮤지션이 릴레이 콘서트를, 이튿날인 25일에는 강정마을을 소재로 음악과 몸짓을 더한 즉흥음악회를 진행했다. 관객들이 모여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제주의 먹 거리와 마실 거리를 나눠먹으며 강정마을을 위해 기도하는 작은 ‘축제’였다.

#. 제주4.3의 기억에서 바라본 강정

   
 

재외도민들이 강정마을을 지키기 위해 지난해 꾸린 단체 '강정을 사랑하는 육지사는 제주사름들'도 '한국작가회의'와 손을 잡고 문화 행사를 기획했다. 제주 4.3의 비극과 강정마을의 모습을 한데 묶어낸 행사다.
이들은 “깨져가는 구럼비를 보면서 주저앉고 울부짖고 몸부림치는 오늘의 강정에 발을 딛고, 다시 돌아온 4.3을 본다”며 “강정의 현실은 우리에게 강정으로, 거리로 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방향의 모색도, 거리에서의 실천도 좋지만 출발은 마음이고, 여럿이 마음을 나누는 데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계기를 밝혔다. 
‘4.3의 기억, 오늘의 강정’라는 주제를 품은 이 행사는 이달 31일 오후 4~7시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카페 안젤로에서 모인다.
한국작가회의 소속 문인들이 시와 산문을 낭송하고, 자전거를 탄 풍경, 인디언수니, 성미산합창단, 정가악회 등 뮤지션들이 모여 공연을 곁들인다. 또한 4.3과 관련된 사진과 글, 영상 전시도 펼쳐진다.

#. 인디음악으로 ‘나의 강정을 지켜줘’




 
▲ 오는 4월 3일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제주에서 동시에 열리는 인디 밴드 릴레이 콘서트 '나의 강정을 지켜줘' 포스터.

지난해 제주와 서울에서 열렸던 인디 밴드 릴레이 공연 ‘나의 강정을 지켜줘’도 세 번째 공연을 갖는다.
이번 공연은 과거 현재 강정마을에서 벌어지는 무참한 상황에 제주4.3이라는 비극을 투영시켜 그 더욱 의미가 짙다. 오는 4월 3일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제주 등 무려 다섯 도시에서 동시에 열린다.
강산에 밴드, 이디오테입, 윤영배, 오소영, 미미시스터즈랑 미남미녀, 강정마을예술소풍단 등 차마 세기도 어려울 만큼 전국 각지의 뮤지션들이 강정마을을 위한 외침에 동참한다.
공연 총괄을 맡은 부스뮤직의 부세현 대표는 “공권력의 과도한 투입, 강정의 고립을 보면서 끔찍했던 제주4.3의 기억이 떠올랐다”며 “이 가은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과 함께 이번 공연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트위터를 비롯한 온라인에서 강정의 상황을 지켜보며 시간적, 물리적 제약으로 마음을 전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문화예술인들이, 음악인들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결국 공연일 것”이라며 “함께 강정을 지키기 위한 무대를 만들고, 공연을 하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강정에서 힘겹게 싸우고 있는 분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야 말로 음악인들의 역할”이라고 이들은 강조했다.
공연기획단을 이끄는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개발논리로 무장한 자본이 도시의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문화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다. 예전의 신촌이 그랬고, 지금 홍대 앞이 그렇다. 현재 강정마을에 가해지는 정부와 대기업의 폭력적인 상황은 이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고 뮤지션들이 강정마을에 감정을 쏟는 이유를 설명했다.
무대에 오르는 뮤지션들은 물론 스태프들도 모두 자발적인 참여로 꾸려지는 무대다. 웹툰 작가들이 포스터 작업을 맡아 이들의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실었다.
자세한 공연 정보는 트위터(@43savegangjung)과 페이스북(www.facebook.com/43savegangjung)에서 접할 수 있다.
현장예매로 이뤄지며 입장료는 1만원이지만 추가모금도 받는다. 이 역시 수익금 전액 강정마을로 전달된다. 단, 대구에서는 야외 공연장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모금만 받는다.
문의=010-4696-2534.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