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수)
(홍)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하지 마세요. 안에서 손 잡고 있어요. 하지 마세요.” 활동가들이 다급하게 외쳤다.

스크랩 인쇄

고순희 [kohthea] 쪽지 캡슐

2012-04-02 ㅣ No.455

망치 맞아 피멍든 손…경찰 “톱 쓰려다 바꾼것”

등록 : 2012.03.20 15:38 수정 : 2012.03.20 22:27

 

 
경찰이 망치로 피브이씨를 내려침에 따라 찰과상을 입고 벌겋게 된 활동가 보라의 손. 보라 제공

강정 평화활동가들 피브이씨 파이프 팔에 끼고 인간띠
경찰 ‘손 위치 확인한다’며 20여분간 마구 깨 상처 입혀

   “하지 마세요. 안에서 손 잡고 있어요. 하지 마세요.” 활동가들이 다급하게 외쳤다.

 “망치같은 것 가져와! 깨보자!” 지켜보던 구슬환 제주 서귀포경찰서 경비교통과장이 말했다.

 “아니, 안에 팔이 있는데 어떻게…”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이 만류했지만 소용 없었다.  

 19일 오전 9시30분, 제주 강정마을에 ‘망치’가 등장했다. 망치자루를 쥔 건 구슬환 경비교통과장 본인이었다. 19일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매일 시행되는 구럼비 발파를 위한 화약 운송을 막기 위해 새벽 5시 평활동가들이 화약고가 있는 곳으로 모여들었다. 이들 가운데 10명의 활동가는 각자 피브이씨 파이프를 팔에 낀 채 파이프 속에서 손을 맞잡아 인간띠를 만들었다. 이 방법은 유럽에서 시위대가 공권력 진압 등을 막고 시간을 지연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유럽 경찰들은 이런 방법으로 인간띠가 형성되면 진압을 늦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경찰은 약 네 시간여 만에 망치를 동원했다. 그리고 두께가 1㎝도 되지 않는 피브이씨 파이프를 내려쳤다. ‘탕탕탕탕탕’

 이날 피브이씨 파이프로 인간띠를 만들었던 박영인(28)씨는 “완전한 비폭력 무장해제 상태로 있었고, 서로서로 팔을 묶고 있었기 때문에 경찰이 이렇게 폭력적으로 나올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며 “안전 확보 전혀없이 팔이 바로 밑에 있는 피브이씨를 탕탕 내리쳐서 정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평화활동가 보라씨는 이로 인해 팔이 벌겋게 부어오르는 등 찰과상을 입었다. 보라씨는 “피브이씨 파이프 지름이 7.5㎝로 팔이 파이프 면에 바로 맞닿는다”며 “그런데 경찰이 그 파이프를 20여분간 망치로 내려치니 손이 직접 망치로 짓이겨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보라씨는 “‘너무 아프다’ ‘지금 손을 맞잡고 있고 등산용 고리로 걸고 있어 손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다칠 위험이 크다’고 설명하고 소리질러도 경찰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활동가는 “조심해서 깨는 것도 아니고 세게 ‘탕탕탕’ 막 내리쳤다”며 “경악스러웠고, 팔이 아직도 충격으로 떨린다”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피브이씨 파편이 튀어 손 여기저기가 긁혀 피가 나기도 했다.  

 

인간띠에 망치질 구럼비 바위 발파에 쓰일 화약의 운반을 막으려고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이 19일 오전 서귀포시 안덕면 ㅈ화약 정문 앞에서 피브이시(PVC) 파이프로 서로를 연결하며 ‘인간띠’를 만들어 정문을 가로막자, 경찰관들이 망치로 파이프를 깨뜨리고 있다. 서귀포/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현장에서 이를 지켜봤던 김복철 전국철도노동조합 정보통신국장은 “다친다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고 엄청난 힘으로 마구 망치를 내려친 경찰의 행위는 범죄행위”라며 “서귀포경찰서 책임자가 옷 벗을 때까지, 그대로 돌려주고 싶은 마음까지 들 정도다”라고 경찰의 인간띠 해체 행위를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지방경찰청 관계자는“피브이씨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파이프 안 피의자들의 손의 위치를 알 수 없어 부득이하게 망치를 이용하게 된 것”이라며 “톱을 사용하려다 안전을 위해 망치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도둑질을 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 경찰이 그 불법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적절한 조처를 취할 수밖에 없듯, 화약 운반 저지라는 업무방해 행위를 할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는 것은 불법을 단속하는 경찰로서 당연한 것”이라며 “구슬환 과장은 부하직원들이 피브이씨를 해체할 경우 피의자들이 다칠 것을 우려해, 책임자로서 직접 해체를 한 것인데, 이와 관련한 트위터 등의 비난 여론으로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33

추천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