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해군기지 건설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주민들의 화해를 위해 불교계가 나섰다.

 2일 오후 7시부터 강정마을 평화센터에서는 강정마을불자회가 주최하고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부,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 화쟁위원회,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후원으로 강정마을 생명평화 법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발파 작업이 강행되면서 찬반 대립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지난 2월 도법 스님과 조계종 스님들이 강정마을 주민들과 나눈 면담에서 강정 주민들이 마을 절반이 불교 신자라며 불교계가 나서 찬반으로 갈린 강정마을의 화합과 갈등 치유를 해달라고 당부하면서 조계종 종단차원에서 마련됐다.

 이번 법회에는 화쟁위원장 도법스님, 총무원 사회부장 혜경스님, 종회의원 장명스님,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 사무총장 일감스님, 이도흠 정의평화불교연대 사무총장, 정웅기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제주도 현지에서도 관음사, 약천사, 원명선원, 오등선원 등 지역 사찰 스님 20여명과 강정마을 불자회(윤한범 회장, 이경준 부회장, 윤경용 사무국장) 및 지역주민, 제주포교사단, 대불련동문회, 서귀포 불교대학 등이 함께했다.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 혜경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 혜경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삶은 변화하는 것이고 변화는 개발이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보존과 개발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그러나 변화는 독단이나 독주에 의해서 이뤄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혜경스님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는 변화라면 이와 같은 갈등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혜경스님은 “개발과 보존 이전에 다함께 더불어 사는 것을 생각해야 할 때”라며 “그것을 위해 조계종 총무원 차원에서 최선을 다해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종회의원 장명스님은 “부처님께서는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체를 해치지 말라 하셨다, 그러나 지금 이곳 강정마을에서는 무자비한 폭력과 폭설이 난무하고, 불신과 공포의 먹구름이 온 마을을 뒤덮고 있다”고 탄식했다.

“또한, 이곳 강정마을에서는 구럼비 바위의 신들에게 한 마디 부탁도 없이, 그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온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충분한 동의도 구하지 않고, 국가안보와 경제개발이란 미명 하에 파괴가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회의원 장명스님
장명스님은 “순박한 시골사람들의 안전조차 신경 쓰지 않는 당신들이 반드시 지키겠다고 떠드는 국가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내 할아버지가 뼈를 묻고 내 아버지의 피땀이 서렸던 땅은 이제 투전판이 되었다. 그러면서 이것이 국민의 행복을 확대하기 위한 개발이라고 주장한다. 자비와 사랑을 외치는 종교인들마저 쇠사슬에 묶어 연행하는 당신들은 누구를 위한 정부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권이 파헤친 것은 외진 섬의 작은 마을 하나가 아니다”라며 “삶의 터전을 헤집어 놓았고, 누이 형제로 어우러졌던 마을의 평화를 파괴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당신이 구멍을 뚫어 폭파한 것은 그저 그런 해안가 돌덩이가 아니라 자연이 선물한 찬란한 보석을 파괴하고 강정마을 사람들의 심장에 구멍을 뚫고 모든 사람의 가슴을 찢어놓았다”고 한탄했다.

   
 
장명스님은 “정부는 당장 공사를 멈추고 국민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시행과정의 과오를 깊이 반성해야 하며 자행한 폭력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

 

이어진 순서에서 화쟁위원장 도법스님은 마을공동체의 회복과 생명평화 마을 만들기를 주제로 법문을 낭독했다.

한편, 이날 창립법회를 마친 후 법회 운영 계획과 현지 스님을 법주로 모시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간담회가 열렸다.

강정마을 불자회는 4월 한 달 동안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주말정기법회를 열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