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8일 (월)
(녹)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여러분! 컴퓨터 제대로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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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호 [Y.H. Chang] 쪽지 캡슐

1999-01-10 ㅣ No.2175

 안녕하세요? 저는 장**씨의 아들 *윤호라고 합니다.

 저는 저번에 성당 사무실에서 일반인들이 쓸 수 있도록  컴퓨터를 설치해 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성당의 모뎀은 전용선이라 속도가 무지 빨랐죠. 그때 저희집 컴퓨터는 38.8K의 환상적인 속도를 자랑하고 있었죠. 그때 64K나 되는 엄청난 속도를 만나게 되니 저는 엄청 흥분했습니다. 와! 모뎀이 이렇게 빠를 수도 있구나!

 저는 그때 엄청나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게임 사이트에 들어가서 멋진 그림들을 보아야겠군! 여러분, 저를 너무 책망하지 마십시오. 저는 하느님께서 내려다보시는 성당에서, 많은 사람들의 눈이 있는 성당에서, 거룩하고 성스러운 성당에서 그 게임 사이트로의 접속을 시도했습니다!!!

 무지 빠르데요. 저희 집 모뎀 속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빨랐습니다. 저는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죠. 그래서 멋진 그림을 클릭하고 그림을 감상하려는 순간, 뒤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며 애써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사무장님께서 저를 째려보고 계시더군요. 이제 나는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무장님께서 저를 그리 많이 혼내시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무장님의 훈계(?)를 듣고 얼굴이 빨갛게 되서 화장실로 도망갔습니다. 다행히 주변에는 사람들이 없어서 사무장님과 저의 일로 끝났습니다만 너무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성당 컴퓨터는 건드리기도 싫습니다.

 여러분, 사무실에 컴퓨터 놓은 것은 우리들한테 좋은 소식 많이 접하라고 성당에서 특별히 마련한 것입니다. 그것도 64K의 전용선으로. 요금도 한달에 30,000정도 내야 된다고 지나가는 말로 들었습니다. 여러분, 절대로 저를 따라하지 마세요. 편지나 열심히 읽으시고 다른 일은 하지 마세요. 요즘 키보드도 그 위에 올라와 있으니 좋은 말씀 한 마디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저도 지금은 ISDN을 설치해 저희 집도 64K의 환상적인 모뎀 속도를 자랑하게 되었습니다. 게임 같은 것은 집에서 열심히 보시고 성당에서는 딴 짓(?) 하지 마세요. 컴퓨터 올바로 쓰면 다른 본당에서 오신 분들께도 자랑할 수 있잖습니까?

 여러분! 컴퓨터 올바로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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