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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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사랑하는 향린교회 교우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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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순희 [kohthea] 쪽지 캡슐

2012-03-28 ㅣ No.369

서울 명동에 있는 향린교회(한국기독교장로회)는 지난 3월25일 전교우가 함께 하는 거리기도회를 통해 시민들에게 강정마을을 알리고, 함께 기도했습니다. 
이날 발표한 강정마을 지지 연대선언문을 남깁니다. 

 강정마을 지지 연대 선언문

천년만년 철썩철썩 구럼비 바위를 한결같이 어루만져주는 파도와 함께, 그곳에는 붉은발 말똥게가 오밀조밀 모여 살았고, 푸르른 앞바다에는 돌고래가 춤을 추었습니다. 1200미터 길이의 한 덩어리 용암바위 구럼비는 1,900명의 작은 마을 강정을 넉넉한 품으로 지켜주었습니다.

 

 

 

그러나 5년 전 해군기지 건설이라는 잔혹한 국가의 힘이 강정의 아름다운 자연 생태계와 주민들의 삶을 유린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뜻을 왜곡하여 주민들의 마음을 갈갈이 찢어버리고, 절대보전지역이라는 제도적 장치도 무단으로 해제하고, ‘평화의 섬’이라는 제주의 또 다른 이름을 비웃으며, 그들은 콘크리트와 철조망과 울타리로 강정을 유린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반도 남단 끝에서 벌어지는 이 아픈 이야기에 향린교회의 교우들은 그동안 탄식만 이어왔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하느님이 주신 아름다운 자연 생태계를 보존하려는 마음, 해군기지가 아니라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진정으로 평화를 지키는 버팀목이라는 믿음,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외롭게 의로운 투쟁을 해온 강정의 주민들의 아픔을 나누며 함께 하고자 하는 기도가 하나씩 모아졌습니다.

지난해 여름 50여명의 향린 교우들과 청소년들은 강정 마을을 찾아가 주민들의 아픔에 동참하였고, 강정마을을 지키고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지키려는 많은 이들의 노력에 작은 힘을 보탰습니다. 그러나 강정 주민들의 애절한 소망, 제주 주민들의 지속적인 노력, 전국 각지의 시민들과 종교인들의 참여, 나아가 평화를 사랑하는 외국인들의 동참에도 불구하고, 구시대적인 안보 논리와 게걸스런 자본의 힘으로 밀어붙이던 해군기지 공사는 급기야 구럼비 폭파를 자행하는데 이르게 되었습니다. 지금 강정에서는 마을 주민들과 수많은 평화 활동가들이 붙들려가고, 목사와 신부 등 성직자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수 천리 떨어진 이곳 명동 한복판에서도 우리는 자연과 생명, 평화와 정의를 파괴하는 매캐한 폭약 내음을 맡습니다. 이에 향린교회의 교우들은 보다 적극적인 연대 활동을 펼치기 위해 사순절 기간인 지난 3월 9일부터 제주 평화 지킴이 릴레이 파송을 하여 30여명의 교우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를 후원하기 위한 모금에 많은 교우들이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또한 3월24일부터는 광화문에서 일인시위를 시작 하였습니다. 이러한 연대 활동을 보다 폭넓게 펼쳐나가며,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의 마음을 강정마을 연대투쟁의 힘으로 다져나가기 위해, 오늘 전교인이 참여하는 기도회를 이곳 명동에서 개최하면서 다음과 같은 평화 연대의 다짐을 선언합니다.

 

 

1. 해군기지 건설이 아니라 제주도를 그 이름 그대로 ‘평화의 섬’으로 가꾸는 것이 진정한 안보이며, 평화의 길임을 믿는다.

1. 강정마을을 평화로운 삶의 터전으로 온전히 지키려는 주민들의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그들의 정의로운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할 것을 다짐한다.

1. 하느님이 주신 아름다운 생태계를 온전히 보존하는 것은 그와 더불어 살아나가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이자 의무이기에 구럼비 발파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하며 그 실현을 위해 지속적인 연대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

1. 정의와 평화를 위해 투쟁해온 주민들, 평화 활동가들, 그리고 목사와 신부 등 종교인들의 구속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들의 즉각적인 석방을 강력히 요구한다.

2012년 3월 25일

평화를 사랑하는 향린교회 교우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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