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수)
(홍)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토론의 자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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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식 [guten1273] 쪽지 캡슐

2012-03-28 ㅣ No.375

말은 해야 맛이지만
於異阿異란 어 해 다르고 아 해 다르다라는 뜻인데 ‘말은 곧 사람’ 이라는 말처럼 조심해서 쓰라는 뜻이다.
말이 많으면 손해를 본다.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발언이 문제가 되어 김태희씨가 일본에서의 일정을 취소해야만 했다는 기사가 떴다. 이 정도라면 말을 아예 하지 않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예를 든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유클리드라는 수학자가 쓴 원론(原論)에 이런 내용이 있다.
‘직선 밖의 한 점에서 이 점을 지나 주어진 직선에 평행한 직선은 오직 한 개만 존재한다.’
이를 제5공리라고 하는데 그의 다른 공리에 비하여 너무 길어서? 무려 2천 년 동안 무수한 수학자들을 괴롭혔다. 나는 수학자가 아니므로 결론을 말하자면 평면에서는 성립하고 곡면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평면을 기준으로 말하는데 곡면을 들고 나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학자가 아닌 우리들은 이럴 때 그냥 진리로 믿으면 그만인 것이다. 실제로 2천 년 동안 제5공리는 ‘종교적인 이유로’ 참이라고 인정되어왔다. 하느님이 자신의 작품을 엉망으로 만들진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다른 이유는 무한(無限)의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동창생이자 ‘만학의 아버지’ 라고 불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에는 오류도 많았다. 예를 들어 물체의 낙하속도는 무게에 비례한다든지 인간의 감각과 지성은 심장에 의해서 작동된다는 주장을 했고, 생물의 자연발생설은 중학교 과학책에 있는 유명한 오류이지만 남자의 이빨 수가 여자보다 많다는 주장은 웃음이 나올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다. 이런 오류들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이유는 2천 년 동안 그의 적수가 없었고, 그로 하여금 교회의 권위에 못지않은 무소불위의 지위를 누리도록 한 인간 특유의 습관적인 편견 때문이다.
김태희씨의 경우에는 옳은 말을 했지만 손해를 본 경우이고, 유클리드의 경우에는 가언적 판단(假言的 判斷)의 기준, 즉 가정이 달라서 결론이 달라지는 예이다. 물론 유클리드의 잘못은 없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우에는 분명히 오류를 범한 예이다. 그렇지만 아리스토텔레스를 오류를 범한 ‘사이비’ 라고 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당시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예컨대 그리스 시대의 철학자(이름을 잊어버렸다)가 하루는 마을 동산에 올라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하다가 달의 크기에 대하여 논쟁을 벌였다. 어떤 사람이 말했다.
“달의 크기는 우리가 있는 이 산만큼 클 거야.”
모두 반신반의했지만 결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것보다는 훨씬 클 것이라고 철학자가 말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말했다.
“그럼 얼마나 크다는 말이야?”
“아마 펠로폰네소스 반도만할걸.”
그러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모두 그를 향해 성토하기 시작했다.
“말이 되는 소릴 해라.”
“미친 놈!”
“병신... 혼자 똑똑한 체 하더니.”
“에라이, 나가 뒈져라!”
 
토론을 할 자격이 없다
이곳은 천착증(穿鑿症)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토론이란 마음을 열고 상대를 인정할 때 전진할 수 있고,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의문이 들면 댓글을 통해 물어보고, 그래도 의문이 풀리지 않으면 새로 글쓰기를 하면 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글자가 틀렸다는 둥, 사이비 지식인이라는 둥의 글을 쓰면 자신의 인격만 들킬 뿐이다. 게다가 자베르 경감처럼 쫒아 다니면서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경우는 일반 게시판이나 천주교 반대 사이트에서조차 그런 일은 없다. 자베르 경감은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것이지만 그런 짓을  왜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만약 이곳에 20대 학생이 있다면 당장 이곳을 떠나 공부나 하기를 바란다.
나는 사이비 지식인이 아니다. 나는 내가 지식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냥 교양을 갖추고 싶어서 틈틈이 책은 많이 보려고 노력한다. 성당을 끊은 ‘죄’ 때문에 일요일 식구들이 성당에 행차하면 집에 혼자 남아 설거지를 하면서 THE PLATTERS가 부른 <Only You>를 부르다가 내가 제법 노래를 잘 부른다고 착각하는 불쌍한 중생일 뿐이다. 마지막 끝 음절은 너무 높아서 생략하지만...
채근담에 이런 말이 있다.
遇沈沈不語之士어든 且莫輸心하고 見悻悻自好之人이어든 應須防口하라.
음흉하게 말이 없는 사람을 만나면 마음을 털어 놓지 말고, 화를 잘 내고 잘난 체하는 사람을 만나면 입을 다물라는 말이다.
내가 그런 사람이니 익히 알고 차라리 상대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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