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 범일동 성당에서
피난 시절
함께 살던 가족은
거의 다 이 세상을 떠났고
저의 떠남도
그리 멀진 않았지만
오늘 이렇게
시장터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은
범일동에 오니
고향에 온 것처럼
고맙고 반갑습니다
하도 추워서
울며 걸었던
철로에도 가고 싶고
세 들어 살았던 그 집에도
다시 가보고 싶은 오늘
하얀 손수건 흔들며
고운 춤을 추어드릴게요
“천사의 말을 하는 사람도
사랑 없으면 소용이 없고...”
이어지는 성가에 맞추어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춤을 추어드릴게요,
나비처럼, 바람처럼
이해인 글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 사랑의송가 / 천사의말을하는사람도 ♬
천사의 말을 하는 사람도
사랑 없으면 소용이 없고
심오한 진리 깨달은 자도
울리는 징과 같네
바로 내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