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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앞 구럼비 미사, 정만영 신부, "강정에서 당한 주민들과 수도성직자 심정 뼈속 깊이 다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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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선 [inuit-_] 쪽지 캡슐

2012-03-23 ㅣ No.264

삼성물산 앞 구럼비 미사, 채증하던 경비와 몸싸움
정만영 신부, "강정에서 당한 주민들과 수도성직자 심정 뼈속 깊이 다가와"
 
2012년 03월 22일 (목) 09:52:45 한상봉 isu@catholicnews.co.kr
 

   
▲정만영 신부는 21일 미사 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상황을 이렇게 진술했다. "미사끝에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과 과천 3단지 개발로 쫒겨난 영세상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길건너에서 카메라로 우리를 채증하던 용역들 발견했다. 다른 두 활동가가 달려가길래 나 역시 달려갔다. 카메라가 든 주머니를 붙잡고 용역에게 누구를 채증하냐며 카메라를 내 놓으라고 했다. 옥신각신 몸싸움 와중에 그는 내 손을 뿌리치며 달아났다. 나와 다른 활동가 둘이 쫓아가다 포기할 즈음... 옆에 있었던 용역이 찢어진 옷을 들고 와서 내게 변상하라고 한다. 도망갔던 그도 돌아와서 내게 자기 옷을 보이며 폭행 어쩌구 저쩌구라며..길이길이 날뛴다. 물론 카메라는 이미 다른 용역에게 넘기고 온 후이고...."

   
 

정만영 신부는 지난 3월 21일 서울 삼성물산 후문에서
'구럼비를 파괴하는 삼성의 회개를 위한 생명미사'를 봉헌하고, 미사를 마무리하면서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과 과천3단지 철거민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채증하던 길건너편 삼성물산 경비들과 실강이가 벌어져
미사를 봉헌하던 장소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또한 곧이어 출동한 경찰 역시 삼성 경비 측에 서서 고압적인 태도를 보여 물의를 빚었다.

여기에 참석한 삼성 노조원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따르면,
"경비들은 처음에는 사진을 찍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며 도망을 가다 잡히자
신부님이 옷을 찢었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를 하며 적반하장으로 경찰을 부르고
서초서 담당형사는 술먹다 달려왔는지 오히려 신부님에게
종교의식이 어떠해야 집시법에 걸리지 않으니, 법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과천 철거민과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 같이 1인 시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발언을 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서초서 형사의 말에 신도들은 더욱 분노하였고
더구나 신부님께 교육을 시키고 있으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잠시의 소란 끝에 다시 사태가 수습되자, 정만영 신부와 다른 참석자들은 제대 앞에 다시 모여
과천 철거민과 김성환 위원장의 발언을 마무리 하고 미사를 끝냈다.

   
▲9일째 매일 저녁 8시 삼성물산 앞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정만영 신부. ⓒ삼성일반노조

이튿날 정만영 신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젖먹이를 에미가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않겠다는 하느님께 투덜대며" 삼성물산 앞으로 미사를 봉헌하러 가면서 "1.5톤의 폭약으로 14회에 걸처 구럼비를 파괴한 소식을 들으며 가는 마음"이었다며 분노와 허탈감을 표명했다.

정 신부는 '말씀의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안에서 이날 일을 생각하며 "강정에서 지난 5년간 당한 주민들과 활동가분들, 수녀님, 신부님들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충분히 너무나 충분히 이해될뿐 아니라 뼈속 깊이 다가왔다"고 전했다.

"그리고....
내가 당신이 어디계시냐고, 뭐하고 계시냐고 삿대질하며 씩씩 거렸던 내게...
당신이 내게 강정에 계신분들의 심정을 이렇게 깊이 느끼고 아파하기를 원하신 분이라는 사실...
철저하게 무기력해 짐으로써
당신의 완전한 부재의 체험을 통해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당신의 완전한 침묵과 부재를 통해 구럼비가 파괴되는 당신의 아픔을
느끼도록 초대하며 일하신 분 이라는 사실을 고백케 했다."

정 신부는 이어 "미사 오신분들 많이 놀랐지요?"라고 물으며 "강정에서는 이보다 더한 일들이 매일 일어난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무기력했던 여러분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게 채칙질하지 않기를, 분노했던 여러분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기를" 부탁하며 "저와 여러분들 안에 일어났던 감정들과 행동들은 정당했다"고 변호했다.

덧붙여, 정만영 신부는 "사순시기 제대로 보내고 있는 것 맞죠?"
"길거리에서 예수님 제대로 만나고 있는 것 맞죠?"하며,
사순절 시기를 거리미사로 이어가고 있는 자신을 다행스럽게 여겼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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