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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딤과 과학' 이젠 차분히 구분하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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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옥 [wald614] 쪽지 캡슐

2008-06-08 ㅣ No.4895

日 광우병 전수검사=‘국민 신경안정제’ 아시나요?

[홍성기 시대세평] ‘괴담’과 ‘과학’ 이젠 차분히 구분하자 ②
[2008-06-04 13:47 ]  
(4) 소의 어느 부위를 SRM으로 정할 것인가?

Cut-Off 월령이 각국의 광우병 발생빈도와 연계하여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미국과 유럽의 SRM 규정이 상이한 것은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EU에서는 십이장부터 직장을 포함하는 곱창 전체 및 장간막(mesentery)을 SRM으로 규정하여 30개월 미만에서도 제거하고 있으나, 미국은 소장(small intestine)의 끝에 달린 회장원위부(distal ileum)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광우병 논쟁’ 국제大토론회를 열어라   ①편 바로가기  
       

이 차이가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을 강조하기 위해 수없이 강조되었습니다. 특히 유럽에서 장간막과 소장 전체가 모든 연령의 소에서 제거되어야 할 부위로 규정되었다는 것이 곧 이들이 프리온의 농도가 특별히 높은 부위로 생각되도록 만들었습니다. 명칭도 그러하니까요. 그러나 이처럼 고도위험물질이 미국에서는 심지어 30개월 이상의 소에서도 제거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SRM 규정이 얼마나 미흡한지는 불문가지라는 결론이 쉽게 나오고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당연히 가지게 됩니다. 단, 미국측의 근거를 묵살한다는 전제하에서만 그렇습니다. 현재 광우병 논란에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정작 수출 당사자의 의견은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합니다”라는 결론적 주장 이외에는 전혀 알려지지도 않았고, 한국 국민은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여기서 SRM의 규정을 그 본래의 의미에 부합하는 감염력의 존재 여부로 파악한 것입니다. 미국 농무성 산하 FSIS(식품안전검사국:Food Safety and Inspection Service)의 2004년 SRM 잠정 규정에서는 소장 전체를 모든 연령의 소에서 제거해야 할 부위로 지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미국 도축업자들은 소의 곱창계열에서 프리온이 발견된 경우는 오로지 실험실에서 다량의 변형 프리온을 섭취시켜 인공적으로 광우병을 발생시킨 소의 회장원위부 뿐이라는 점, 그리고 회장원위부만을 넉넉히 제거할 수 있는 도축기술을 갖고 있다는 점을 FSIS에 납득시킴으로써 미국의 규정에는 회장원위부만을 SRM으로 규정하게 된 것입니다.(FSIS의 소장부위 식용허용에 대한 언론보도)

즉 SRM의 원래의 의미가 기능적 정의와 부합한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만일 위험물질을 더 세분하여 제거할 수 있음으로써 역시 더 세분화된 SRM 규정을 도입할 수 있다면, 최종결정권을 갖고 있는 당국은 이때 발생하는 위험도와 이익을 저울질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물론 미국의 도축업자들은 이렇게 얻어진 내장부위를 일본, 한국, 멕시코에 수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했을 것이고 또 이를 통해 얻어지는 폐기물 감소의 이익도 감안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생산되는 소장의 가장 큰 시장은 미국 자체이며, 주로 소시지의 껍질(casing)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EU에서도 원래 12개월 이상에서는 모두 제거되어야 했던 척추를 올해부터 30개월 이상으로 완화시킨 배경에 바로 SRM의 기능적 정의가 도입되었다는 점에서 사실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유럽의 경우 22~30개월된 소를 재료로 하는 T-bone steak와 이태리의 Bistecca Fiorentina를 다시 살려주기 위한 의도가 규정완화의 배경이었다는 점은 2005년 EFSA(유럽식품안전위원)의 언론보도문 “뼈붙은 고기에 대한 광우병 규정의 변경에 대한 질문과 대답”에서도 밝혀진 내용이며, 중요한 점은 “과소평가된 위험의 배제 하에 과대평가된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SRM 규정의 원뜻이 지켜졌는지 여부입니다.

따라서 EU와 미국의 SRM 규정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 점은 OIE가 개별국가의 광우병 위험 등급에 따라 다른 종류의 위생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때 안전하면 할수록 약한 규정을, 위험하면 할수록 강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광우병 위험 미확인 국가인 한국에서 정부는 어떤 SRM 규정을 적용하고 있을까요?)

(5)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 빈도가 낮은 것은 낮은 검사율 때문일까요?

미국에서 일 년에 도축되는 소의 수는 약 3600만 마리입니다. 이 소들을 모두 검사하지 않고 그 일부분, 즉 2004년 1월부터 18개월간 약 72만 마리 정도의 고위험군에 속하는 소들만을 대상으로 검사를 하다가 그 이후 검사횟수를 1/10로 줄여서 1년에 4만 마리 정도, 즉 전체 도축소의 약 0.1%만을 검사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의 수를 인위적으로 줄임으로써 인간광우병에 걸릴 수 있는 위험성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비난은 국내에서 뿐 아니라, 미국의 '휴먼 소사이어티'(Humane Society)나 소비자 연합 같은 '컨슈머 유니온'(Consumer Union) 등 미국의 시민단체 활동가를 통해 계속 제기되어 왔습니다. 미국정부가 뭔가를 숨키려고 한다는 의혹이 그것입니다. (참고: 이들 미국 시민단체의 성격을 찾아보면 재미있는 사실들이 많이 드러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비난은 미국이 왜 광우병검사를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미국정부가 광우병검사를 실시하는 1차적 목표는 이 방법을 통해서 도축된 쇠고기의 안전성(food safety)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미국이 다우너 혹은 광우병 징후를 보이는 이른바 고위험군 소들을 대상으로 광우병검사를 하는 목적은 자국에서 사육되는 소들 전체에 어느 정도의 광우병 위험이 존재하는지를 통계적으로 예측감시(surveillance)하려는 목적이며, 이러한 확인을 통해서 광우병 인자를 줄여나가는 정책을 입안하고, 그 정책의 효율성을 파악하기 위한 것입니다.

특히 고위험군 소를 집중적으로 검사하는 이유는 현재의 속성 광우병검사방법은 변형 프리온의 농도가 어느 정도 이상이 되어야, 즉 잠복기의 끝이나 이미 증상이 나타난 경우에만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식품안전진단으로 속성 광우병검사는 도축되는 소가 상대적으로 적고 소의 월령이 상대적으로 높아 프리온의 축적가능성이 충분할 때에만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도축되는 소도 많을 뿐더러 평균 도축소의 월령이 20개월 이하여서 프리온의 축적가능성도 매우 낮아, 이런 검사방식으로 식품안전을 보장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여기서 20개월 미만의 식용으로 도축된 모든 소를 검사하는 일본의 전수검사가 일본국민의 육체적 건강이 아니라 정신적 건강을 위한 것임이 분명해집니다. 양성반응이 나올 수도 없고 나오지도 않는 검사를 마치 나올 것처럼 정성스럽고 끈질기게 한다는 것, 그것은 일종의 종교 의식입니다. 이 점은 일본정부도 일본 학자도 다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소위원회(미국에서 2003년 12월 캐나다에서 수입된 소에서 광우병이 발병한 후 2004년 3월 결성된 국제자문팀)는 식용을 위해 도축된 모든 소를 검사하는 것(일본에서 시행)은 인간과 동물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비정상 프리온 단백질의 발견은 특정한 나이(월령)에서는 광우병 검사로는 어렵다.'

'그러나 현재의 광우병 검사방법들은 그 한계가 있으며 아직 고위험성 그리고/혹은 감염된 동물을 완전히 발견할 수는 없다.'

'비록 적극적 광우병 검사가 국민의 건강보호를 위한 수단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소비자의 신뢰를 높여주며 일본에서 위험성에 대한 국민과의 소통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위 인용문들은 모두 일본정부에 광우병에 대하여 자문을 하고 있는 다카시 오노데라 동경대 교수(Takashi Onodera)와 김지경 씨가 한국에서 발행되는 “Journal of Veterinary Science (2006)”에 “광우병 상황과 일본에서 식품안전위원회의 설립(BSE situation and establishment of Food Safety Commission in Japan)”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논문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이처럼 한계가 있는 광우병 검사방법은 독일에서 24개월 이상의 소에서 전수검사의 수단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독일정부는 이 한계를 의식하여 일단 검사되고 음성으로 판명된 쇠고기의 경우 “광우병검사(BSE getestet)”라는 라벨을 붙이기는 하지만, “광우병 없음(BSE frei)”이라는 라벨은 붙이지 않고 있습니다.(독일정부의 TSE-Forum의 FAQ/독일어판)

또 미국의 한 도축회사(Creekstone Farms)에서 미국정부를 대상으로 회사 차원에서 전수검사를 허용해 달라는 소송의 취지도 실은 일본 소비자의 “전수검사를 통한 일본의 쇠고기는 완전히 광우병 인자가 없다(BSE free)”라는 오해를 이용하여 수출시장을 열기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시도한 것이지, 결코 과학적 근거에서 출발하지 않았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미국이 OIE가 제시한 기준(10만 마리에 1마리의 광우병소를 검사할 수 있는 예측 검사)의 10배를 검사한 것은 예측의 확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 결코 광우병 소를 걸러내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점은 이런 검사방식을 통하여 광우병 발생 빈도 혹은 광우병 발병 인자의 총량을 계산하고 이에 합당하는 정책과 규정을 만드는 것입니다.

(6) 하버드대의 광우병 위험예측 모델(Harvard Risk Assessment of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미국은 고위험군에 대한 공격적인 검사, 즉 OIE 기준의 10배가 되는 광우병검사를 통해서 4200만 마리에 약 4-7마리 정도의 광우병소가 있을 가능성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때 전제 조건은 1997년 도입된 포유동물로 만든 사료를 소에게 먹이지 못하도록 하는 동물사료금지조치입니다. 이런 예측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하버드 대학 공중위생학교의 “위험예측 모델”입니다.

하버드대의 모델은 미국의 광우병 정책수립에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서, 미국정부는 이 모델에 기초하여 광우병정책과 관련 규정을 세우고 있습니다. (1998년 미국정부의 의뢰에 의하여 시작한 모델제작 이야기) 즉 하버드 모델은 두 가지 측면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첫째, 광우병소에서 소로 전달되는 프리온 전달 경로를 차단하여 소의 광우병 발병을 차단하는 것, 둘째, 변형 프리온이 식품으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여 소비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광우병 발병 빈도를 줄이는 것은 인간광우병의 발병가능성을 줄이지만, 그 역이 항상 성립되는 것은 아닙니다. SRM을 제거하여 식용으로 사용되지 않게 하는 것은 광우병 발병 빈도를 낮추는 데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제거된 SRM을 동물사료로 사용하지 않는 것은 광우병 발병 빈도를 낮추는 데에 결정적으로 기여합니다.)

이 모델의 핵심엔진은 조건부 확률을 계산하는 것으로서 가정적으로 도입된 광우병 소의 수를 바탕으로 새로운 광우병정책이 도입될 경우 그 정책이 새로운 광우병 발생과 인간광우병 억제에 얼마만큼 기여하는 지를 수학적으로 제시하고, 그것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입니다. 이때 핵심은 사료와 기타 루트를 통하여 돌아다니는 광우병 인자들의 기본재생산률(basic reproduction rate) Ro라고 불리는 것으로서, 직관적으로 말해 Ro가 1보다 크면 1마리의 광우병이 1마리 이상의 다른 소를 감염시켜 전성기의 영국과 같은 상황으로 나갈 수 있고, 1보다 작으면 1마리 이하로 줄어들어 광우병 인자는 점점 감소하여 결국 0에 가깝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모델의 신뢰성은 스위스에서 일어난 광우병발생현황을 거의 근접하게 재현하였다는 점과 불확실한 요소에 매우 보수적인 가정을 하였다는 점에 있습니다. 즉 잘 모를 때는 비관적 가장을 하는 것입니다.

시물레이션의 결과를 말하면, 설사 미국에 광우병이 500마리의 소에서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동물사료금지 정책 하나만으로도 미국에서 광우병은 소멸된다는 것입니다. 이 모델이 도입한 기간은 20년이지만, 광우병 소 500마리 도입이라는 가정이 미국에서 현실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음으로 현재 미국의 상황, 즉 1997년 동물사료금지가 시행된 이후 태어난 소들 중 지난 11년 동안 한 마리도 광우병에 걸렸다는 보고가 없다는 점에서 미국에서 광우병의 발생 빈도는 극히 낮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미 극히 낮은 미국에서의 광우병 발생 가능성도 점점 낮아지고 있지만, 앞에서 말한 500마리의 광우병소가 도입됬다는 비현실적인 가정 하에 새롭게 감염된 광우병소의 수와 사람이 광우병 인자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양적으로 분석한 것이 “예민도(Sensitivity) 분석”입니다. 이때 사용되는 cattle oral ID50이란 단위는 소가 위를 통해 섭취하였을 경우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50%가 되는 분량의 프리온입니다. 인간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이처럼 소와 관련된 프리온의 양으로 표현되는 것은 아직 사람이 인간광우병에 걸리기 위해 필요한 프리온의 양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예는 20년간에 걸친 프리온 양이며, 이때 각각 한 정책만을 실행하였다고 가정합니다:

■ 다우너를 식용으로 도축하지 않을 경우 3% 감소(3700 cattle oral ID50)
■ 30개월 이상의 소에서 SRM 제거할 경우 거의 대부분 감소(11 cattle oral ID50)

참고로 하버드대학의 모델은 광우병이 한창일 때의 영국의 경우 약 100만 마리의 광우병에 걸린 소를 사람이 먹어치움으로써 인간은 수백만 cattle oral ID50에 접촉하였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변형 프리온을 먼지에 비유한다면 당시 영국인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변형 프리온이라는 먼지구덩이 속에서 살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30개월 이상의 소에서 미국에서 규정된 SRM을 제거하기만 하여도 그 효과는 불과 11 cattle oral ID50라는 극적으로 감소된 광우병인자의 양으로 나타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 숫자는 500마리의 새로운 광우병 소가 미국에 도입되었을 경우라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전제한 것이며, 현재 미국은 월령에 관계 없이 다우너 및 광우병 증상을 보이는 모든 소들의 식용금지, 30개월 미만 및 이상 소의 SRM 제거,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교차금지를 막는 강화된 사료조치는 내년부터 시행될 것입니다.) 따라서 11 cattle oral ID50 보다 훨씬 더 낮은 광우병 인자가 돌아다니고 있을 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감염되어 발병한 인간광우병 환자가 한 명도 없다는 점, 그리고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 형태가 불과 2~3마리의 산발성이라는 점과 함께, 미국정부가 자국산 소의 안정성을 극히 신뢰하는 아주 중요한 근거가 바로 이 하버드 예측 모델의 결과입니다. 따라서 한국의 광우병 전문가들 중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주장하는 분들이 해야 할 일은 바로 이 하버드 모델의 신뢰성을 깨는 일입니다. (참고: 하버드 광우병 예측 모델은 수많은 전문가들의 peer review를 통해 그 정당성이 인정되고 있으며, 적절한 조정을 통해 어느 나라나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되어 있습니다.)

(7) “인간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말의 뜻

여기서 이제 “인간이 광우병에 걸린다 혹은 걸릴 위험이 있다”는 말의 뜻에 대하여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대부분의 국민들은 “광우병인자인 그 무엇이 내 몸 속으로 들어오면 광우병에 걸린다 혹은 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미국산 쇠고기와 기타 부위에 포함되어 있을지 모르는 광우병 인자를 어떻게 하든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광우병 인자, 즉 변형 프리온이 이미 우리들 주위에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왜 하지 않을까요?

결국 광우병에 관한한 모든 위험성이 확률게임이라는 사실을 일부러 무시하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금 국민의 대부분은 그 확률이 아무리 적더라도 “인간광우병의 경우 걸리면 죽기 때문에 확률 같은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잘 모르는 위험에 대해서 인간은 훨씬 큰 공포를 갖는다”라고 주장합니다. 옳은 말입니다. 그렇다면 광우병의 위험이 무엇인지 잘 알도록 객관적 정보를 확산시키는 것이 답입니다.

즉 절대안전성(Zero Risk)이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받아 들여야 합니다. 절대안전성이 없다는 것을 한국 국민이 지금까지 몰랐던 것도 아닙니다! 아마 그 반대로 절대위험성이란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였습니다. 어떤 나라 어떤 정부도 절대 안정성을 목표로 광우병 대책을 세우지도 않고 세울 수도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정부나 사람은 실은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하여 과학적 사실을 은폐하는 것입니다. 일본이 바로 그런 예입니다. 그러나 확률적 안정성을 도외시 한다면 도대체 우리는 어떤 종류의 안전성을 원하는 것입니까?

미국산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 인자에 반드시 노출될 필연성도 없고,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반드시 광우병 인자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물론 그 역도 성립합니다. 또한 특정 부위 살코기에도 극미량이지만 변형 프리온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확인된 사실입니다.(2002년 EU 보고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격한 SRM 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사람은 소가 이미 광우병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있기에 이처럼 엄격한 규정의 적용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즉 감염력이 있는 SRM을 제거하면 높은 농도의 프리온과 접촉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지 프리온이 완전히 제거된다는 주장은 어느 누구도 하지 않고 또 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감염력이란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프리온의 양입니다. 그렇다면 비감염력이란 무엇입니까? 그것도 프리온의 양입니다. 따라서 감염력과 비감염력의 경계를 나누는 것은 1과 0의 차이가 아니라 프리온의 양과 양의 차이입니다. 그렇다면 감염력이 없는 프리온의 양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이 바로 임상적으로 확인된 결과, 즉 확률입니다.

현재 국민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으로 인해 단 한사람의 생명도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이 요구를 만족시켜주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확률적으로 단 1명도 희생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민은 이 확률적 안정성을 싫어하면서도, 확률적 안정성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모릅니다. 그리고 이점을 악용하는 것이 여론과 전문가들입니다. “만일 어느 누가 인간광우병에 걸리면 당신이 책임질 수 있어?” 이런 식의 질문은 마치 확률적 안전성 이외의 그 어떤 다른 안정성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도록 만듭니다.

감염력이 있든 없든, 농도야 어떻든 광우병 인자인 프리온 알갱이 하나와 1회의 접촉으로 감염되기에 충분하다는 그림을 우리는 머릿속에서 그리고 있습니다. 상상의 세계에서야 무슨 생각인들 못 하겠습니까?

그러나 잘 알려져 있듯이 인간이 극소량의 프리온과 우연히 접촉하였을 때에 인간광우병에 감염될 확률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낮습니다. 인간광우병에 관한 발병기작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단 상대적으로 많은 변형 프리온의 유통과 이 발병인자와 상대적으로 매우 여러 번 접촉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데에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습니다. 비유하자면 프리온 먼지가 뽀얀 방안에서 계속 숨 쉬어야 인간광우병에 걸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프리온 먼지가 완전히 없는 곳도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런 곳은 없기 때문입니다.(계속)
[홍성기/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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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기]

서울출생(1956)/경기고, 서울대 독문과 졸업/뮌헨대 철학석사/자르브뤼켄대 철학박사(논리학, 동서비교철학)/아주대 특임교수 역임/칼럼니스트/저서: <불교와 분석철학> <용수의 논리> <시간과 경계>/주요논문 : <용수의 연기설><괴델의 불완정성 정리 비판>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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