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반대활동을 벌이다 경찰에 연행돼 출국명령을 받은 영국의 평화활동가 엔지 젤터(Angie Zelter)가 제주해군기지와 관련해 "사람들과 해군항의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위험한 속임수"라며 영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엔지 젤터는 영국으로 돌아가기 하루 전인 21일 오전 11시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홀에서 구럼비 발파 강행과 인권탄압을 규탄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영국 평화운동가 엔지 젤터. <헤드라인제주> |
그러다 지난 12일 오후 6시께 강정 구럼비 해안에서 해군이 설치해 놓은 철조망을 절단하고 해군기지 사업부지 안으로 들어가 해군기지 반대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됐고, 법무부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출국명령을 받아 22일 영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엔지 젤터는 "여기 머무는 동안 많은 것을 배웠고, 왜 강정마을 주민들이 해군기지에 저항해 그토록 헌신적이고 용감하게 한결같은 투쟁을 하는가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면서 "또 이 문제가 국제사회에 왜 이렇게 중요한 문제로 부각됐는지, 왜 우리 모두에게 이토록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인근마을 사람들이 강정주민들을 지지하고 나섰고, 많은 유명인사들 역시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면서 "종교단체들, 특히 천주교 사제들은 정기적으로 미사를 비롯해 많은 직접행동들에 참여하는 등 가장 활발히 투쟁해왔고, 개신교 단체들과 퀘이커 및 불교 스님 등도 현재 투쟁에 결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제주도의회 및 제주교구 주교를 포함해 점점 더 많은 제주도민들이 기지건설 반대를 얘기하고 있고, 제주의 집권당 대표 및 주요야당도 프로젝트 재평가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제주도의회가 연안해역에 대한 정밀조사를 요구했을 때 해군은 그들의 접근권을 부정했다. 제주는 자치권이 있지만 중앙정부는 이것을 무시했고, 섬의 권위는 굴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엔지 젤터는 그동안 강정에서 해군기지 반대활동을 하면서 겪었던 인권유린 등의 문제에 대해 호소했다.
엔지 젤터는 "주민들은 경찰과 공사관계자들에 의해 자행되는 수많은 희롱과 폭력에 고통받고 있으나 이와 관련한 어떤 사례도 법정까지 이어지도록 허락되지 않았다"면서 "도로와 항구에 대한 봉쇄, 해양경찰과 해안경비대에 의한 카약 탈취, 시위자들에 대한 그들의 위험한 폭력은 모두 형사고발 대상이지만 판사들이 그 죄를 물을 수 있게 법정으로 가는 것은 허락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의 경우 한때 비옥한 농경지였던 지역이 파괴의 현장이 된 것을 시민의 눈으로 감시하기 위해 구럼비에 둘러진 철조망을 끊고 그 안으로 들어가던 중 세차례나 연행됐다"며 "불법침입과 공공재산 손괴죄로 기소됐는데 저를 법정으로 소환할 서류들은 어디 있고, 어디서 저를 변호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엔지 젤터는 "저는 경찰서에서 출입국관리소로 넘겨졌으마 그들은 저에게 관광객다운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48시간동안 구금시켰다"며 "그러나 관광객 또한 인간이고 일상적인 투쟁과 고난을 겪고 있는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권리가 있고, 만약 제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출입국관리소는 그것을 결정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엔지 젤터는 "만약 한국에 법이라는 것이 아직까지 존재한다면 제판을 위해 저를 다시 소환하라고 한국 사법부에 요구할 것"이라며 "영국에 돌아가서도 해군기지에 저항하는 활동을 열심히 지속하겠다. 이미 런던 한국대사관 앞에서는 시위 및 집회들이 시작됐고 그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엔지 젤터는 이날 오후 7시 30분 연세대학교 제1공학관 A012호실에서 '영국의 반핵운동과 제주에서의 경험'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가진 후 22일 항공편을 이용해 영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헤드라인제주>
[전문] "영국 평화 활동가로서의 제주에서의 경험" 저는 2월 23일 제주국제평화회의(Jeju International Peace Conference)에 참석하기 위해 강정에 도착했고 한 달을 그곳에서 보냈습니다. 그 곳에서의 시간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곳 평화의 섬에 짓고 있는 해군기지를 중단시키기 위한 헌신적인 비폭력 투쟁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영국에서 온 세계 시민으로서 이러한 비폭력 저항에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대단한 영광이었습니다. 저는 여기 머무는 동안 많은 것을 배웠고 왜 강정마을 주민들이 해군기지에 저항하여 그토록 헌신적이고 용감하게 한결같은 투쟁을 하는가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 문제가 국제사회에 왜 이렇게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었는지, 왜 우리 모두에게 이토록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중앙정부와 미국이 섬의 운명을 결정하는 문제도 최근의 투쟁에서 또다시 대두되고 있습니다. 강정마을 회장님과 대다수 주민들은 환경 파괴와 기지 건설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 기지 건설에 대한 첫 번째 투표는 매우 소수의 주민들만이 참석한 비밀회의와 박수로 이뤄진 기만적인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곧 그 과정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격분을 샀고 새로운 마을 회장이 선출되었으며 주민들 다수가 참석한 유효한 선거가 재실시 되었습니다. 이후 여기 참여했던 주민들은 해군기지 건설계획을 반대했습니다. 인근마을 사람들이 최근 강정마을 지지하고 나섰고 많은 유명인사들 역시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종교단체들, 특히 천주교 사제들은 정기적인 미사를 비롯해 많은 직접행동들에 참여하는 등 가장 활발히 투쟁해왔습니다. 개신교 단체들, 퀘이커 및 불교 스님들도 현재 투쟁에 결합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의회 및 제주교구 주교를 포함해 점점 더 많은 제주도민들이 기지건설 반대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제주의 집권당 대표 및 주요야당도 프로젝트 재평가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제주도의회가 연안해역에 대한 정밀조사를 요구했을 때 해군은 그들의 접근권을 부정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법적으로 정당한 요구입니다. 섬은 자치권이 있지만 중앙정부는 이것을 무시하였고, 섬의 권위는 굴욕을 당했습니다. 이것은 매우 위험하며 과거의 끔찍한 분쟁을 연상시킵니다. 바다는 오염되었고 사람들은 바위 밑 용천수가 제주도 남단 시민 70%의 식수를 제공하는 강정천의 수원과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먹을 물도 결국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또 현재 강정이 맞닥뜨리고 있는 다른 주요한 문제는 어느 민주사회에서나 보장되어야 하는 법적 절차의 접근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주민들은 경찰, 삼성과 대림의 보안요원들에 의해 자행되는 수많은 희롱과 폭력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어떤 사례도 법정까지 이어지도록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왜입니까? 만약 범법행위가 법원에 기소되지 않는다면 사회는 점점 더 분쟁에 휩싸이게 될 것입니다. 사회에는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평화적이고 공정한 방법이 존재해야만 하며 법률 시스템과 법정절차는 이것을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경찰서에서 출입국관리소로 넘겨졌으며 그들은 저에게 관광객다운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48시간 동안 구금시켰습니다. 그러나 관광객 또한 인간이고 일상적인 투쟁과 고난을 겪고 있는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만약 제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출입국관리소는 그것을 결정할 권리가 없습니다. 그것은 재판정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얘기하고 싶습니다. 만약 주민들의 권리가 침해되었고 이미 많은 폭행들이 있었으며 어업활동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이 모든 문제들이 심지어 기지가 지어지기 이전부터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무장한 미군들이 해군기지에서 미국의 핵무기들을 지킬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에 대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람들과 해군항의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위험한 속임수입니다. 우리는 우리 각자의 방식으로, 가까운 곳에서 먼 곳까지, 함께 건설되고 있는 해군기지를 저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연을 존중하고 제주가 진정한 평화의 섬이 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2012년 3월 2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