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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60분(2011년 9월) 시청소감(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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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숙 [lalee] 쪽지 캡슐

2012-03-18 ㅣ No.147

방금 전에 KBS 2TV 시사프로그램 추적 60분이 방영한 '강정마을에선 무슨 일이' 편이 끝났다. KBS, 그러니까 이 정권 들어 이명박의 마름으로 전락한 '김비서'의 계륵같은 시사프로그램의 처지에도 불구하고, 이번 '강정마을' 편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유치과정 및 건설의 문제점을 건별로는 거의 모두 짚어주었다고 보인다.

 
* <추적 60분> 강정마을편 보기(KBS 홈페이지)
http://www.kbs.co.kr/2tv/sisa/chu60/vod/1740999_879.html


방송은 안보를 위한 해군기지 건설의 이유 자체에 비약과 논리적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도 방증했고, 이 문제에 관해 관심을 가진 미국인들이 미 주재 한국대사관에 건설 이유에 대해 문의한 결과 '이 문제는 우리(한국 정부)에 묻지 말고 미 국무부에 물어라, 거기에 진짜 해답이 있다'는 놀라운 우리 대사관의 답변도 밝혀주었다. 1500명의 주민이 사는 강정마을에서, 이 해군기지 유치에 관해 제대로 공고조차 없었으며, 80여명의 주민들이 참석한 '총회'에서 거수나 표결도 없이 박수로 만장일치로통과한 결과를 근거로 기지 유치 신청이 되었고, 모든 처리는 딱 한 달만에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는 사실도 짚어주었다. 심지어, 거동도 못하는 90세 노인에게 경찰이 피의자 소환장을 발부하는 등
마을 전체를 공권력의 이름으로 최소한의 확인 절차도 없이 겁박하고 옥죄고 있음도 알려주었다.

그럼에도 추적60분은, KBS라는 한계를 넘지 못하고, '양측은 서로 설득하고 타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어정쩡하고, 그야말로 하나마나한 결론을 내리면서 이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김비서'에 속해있다는 것을 아주 명확하게 드러내주었다. 말은, 그러니까 발화는 말하는 이가 주장하는 내용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이의 입장과 관점, 이데올로기를 또한편 슬그머니 드러내주기도 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더 나은 세상은 강정마을에서 보듯 우리끼리의 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이 세상의 헤게모니를 이루고 있는 것들, 권력과 자본과 거기 빌붙어 언론입네 단체입네 정당입네 하는 저 '자발적 마름'들을 어떻게 해체할 것이냐에 달려있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어쨌든 강정마을을 다시 방송에서 보고나니 마음이 무겁다. 어제 뉴스에서 보듯이(* 경향신문 보도 "해군,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 파괴 시작"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9071715591&code=950313) 이미 공사는 시작되었고, 강정 구럼비 해안은 아주 분명히 부서져 가고 있다. 주민들의 눈물과 한숨에도 불구하고, 이 정권의 잔여 임기 안에서 모든 것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드려는(위 방송에서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은 "이제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서 설사 미비한 점이 있었다 할지라도 이미 돌이킬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분명한 의도 안에 강행되고 있다. 이미 파괴된 구럼비와 멸종위기 생물종들의 피해는 말 그대로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 이외의 것은 모두 돌이킬 수 있다고 여전히 믿는다. 우리가 힘을 모으고 뜻을 모으고 한데 합친다면 모든 것이 가능하며,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이며 공화국의 원리라고. 그러므로 나는 절망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강정마을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은, 이 땅의 수많은 곳에서 다른 이름으로 똑같이 자행되는 일이기도 하다. 강정에서 그것은 '안보'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4대강에서는 '녹색 성장'의 명분으로 진행되며, 용산과 정리해고 현장에서는 '치안'과 '법'의 가면을 쓰고 벌어진 일이었다. 면면을 보면 달라보이지만 사실 그 속은 한가지로 똑같은데... 결국 그 뒤에는 모두 개발의 떡고물로 이어지는 뒷돈과 반민주세력(이것은 정권만을 지칭하지 않는다)의 야욕이 있다. 안타깝게도 그 두 요건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나 과거의 민주당 모두 근본적인 관념이나 대처가 결코 다르지 않았다. 우리가 다음 선거에서 생각해야 할 것은, 한나라당 집권기와 민주당 집권기를 모두 돌이켜 본 다음 그보다 더 나은 답을 찾아야 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 정권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관해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강정마을 주민들도 그리고 나도, 또한 나같은 사람들을 경찰과 보수단체(재향군인회,해병대 전우회 등등)가 부르는 이름인 '외부세력'들도 결코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지금 현재의 삶을 무너뜨리면서 무엇을 지켜내려고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이 싸움은 계속될 것 같다. 이것이야말로 사실 이데올로기의 전쟁이다. 내가 그 안에서 어떤 편에 설 것인가는 이미 유치과정 전반에서부터 아주 명확하게 지정되어 있었다.

섬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 나는 섬에 있을 것이다. 섬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때, 적어도 이런 일로 '결사항전'을 외치지 않아도 될 때라면 나는 섬을 다른 이들에게 그야말로 아주 행복한 여행의 장소로 기꺼이 양보하겠다. 지금의 풍경을 옹호하기 위해, 나는 필요한 모든 일을 찾을 것이며, 때로는 앞장서고, 때로는 뒷받침할 것이다.

섬의 존엄과 역사의 존엄과 주민들의 존엄, 생태계의 존엄과 내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는 일.  그것을 통털어 하나의 낱말로 치환한다면, 지금 그것은 강정마을이 되리라.


/http://noside.co.kr/tc/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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