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모 감독 수감 42일만에 보석 석방...투쟁 의사 재확인 '응급실행'

"덕분에 건강했어요. 고마워요"

구속수감 42일만에 교도소를 나선 영화평론가 양윤모(55)씨가 강동균 강정마을회장과 문정현 신부를 향해  던진 첫 인사다.

양씨는 20일 법원의 보석결정이 내려진 후 4시간만인 오후 6시40분께 제주교도소 밖을 나섰다. 현장에는 강동균 회장과 문정현 신부, 고희범 제주포럼C대표, 평화활동가 등 30여명이 함께했다.

초췌한 모습으로 양씨가 교도소 정문 안쪽 모습을 보이자 현장에는 기쁨의 환호성이 퍼졌다. 활동가들은 '석방 환영'이 적힌 카드를 들고 양씨를 맞이했다.

환한 웃음으로 정문 밖으로 모습을 보인 양씨는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문정현 신부, 고희범 대표 등과 연이어 포옹을 하며 귓속말로 '감사하다. 고맙다'는 말을 쏟아냈다.  

현장에 있던 인사들은 거꾸로 양씨의 건강상태를 먼저 물었다. 양씨는 2월7일 교도소 수감이후  42일째 단식을 진행하고 있다. 13일 몸이 급격히 나빠져 제주대병원으로 향했으나 단식은 이어졌다. 

   
▲ 수감 42일만에 교도소에 나선 양윤모 감독이 문규현 신부와 포옹을 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양씨는 "소금과 물을 거부한지 열흘이 되면서 고비가 찾아왔다"며 "해군기지 투쟁이 힘든 상황에서 좀더 버텨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토로했다.

의사의 처방을 받은 양씨의 몸무게는 입소 당시 69kg에서 현재 52kg으로 줄었다. 실제 장기간 단식으로 심장기능까지 저하됐으나 정작 본인은 "상태가 회복됐다"며 웃음을 보였다.

양씨는 "오로지 구럼비를 지켜야 하는 마음밖에 없다. 평론가는 가치 있는 예술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나는 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문학과 예술, 인생의 삼위일체를 겪으면서 가치있는 구럼비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구럼비를 목숨 걸고 지키는 것이 나의 신념"이라고 전했다.

양씨는 또 "구럼비에 들어갈 수 있다면 꽁마농을 따먹고 약초와 쑥을 캐 먹고 싶다. 지난 71일 단식이 아니라 100일까지 이어갈 수 있다. 그 원천이 바로 구럼비"라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양씨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야윈 양씨의 목에 힘이 들어가자 옆에 있던 강 회장과 동료들의 눈도 붉어졌다. 

양씨는 "구럼비가 파괴되면 영화평론가로서 나의 소명은 끝난다. 구럼비가 명승지가 되도록 기회를 한번 더 달라"며 "이를 위해 해군기지 공사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 구럼비 발파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양 감독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양윤모 감독이 교도소 밖을 나서자 평화활동가와 동료들이 건강을 위해 머플러를 몸에 두르고 있다. 양씨는 곧바로 제주대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정부의 해군기지 건설 강행에 대해서는 "강정 해군기지는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망가뜨리면서 진행한 불법 공사"라며 "처음부터 마지막 단추까지 모두 잘못 끼워졌다"고 꼬집었다.

양씨는 "이런 것에 침묵한다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모든 평범한 사람들이 법의 균등함과 평등성 민주주의의 희망을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 "해군기지를 못막으면 공군기지가 들어선다. 공군과 해군이 함께 움직이는 전단 구성이 미국의 전략"이라며 "제2의 4.3을 막기 위해서라도 단호히 거부하고 60년전을 생각하며 도민들이 단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씨는 끝으로 "강동균 회장과 문정현 신부에 끊임없는 애정과 신뢰를 보낸다.  이들의 투혼을 널리 평가해 달라"며 "석방 후에도 단식은 계속하겠다"고 전했다.

기자들과 대화가 끝난 후 양씨는 동료들의 차량을 타고 제주대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양씨는 병원에서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단식투쟁을 이어가기로 했다.

양씨는 올해 1월30일 해군제주기지사업단 정문 앞에서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돼 2월2일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2월7일 제주교도소에 구속 수감된 이후 42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보석으로 풀려났다.<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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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윤모 감독이 동료들이 건네준 '환영, 양오라버니'가 쓰여진 종이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병원 응급실로 향한 양씨는 계속해서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