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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 조사 문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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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08-07-28 ㅣ No.6643

 

[시론] 국제앰네스티 조사 문제 많다


    최근 광우병 사태에서 비롯된 촛불시위에 대한 국제앰네스티의 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다. 요지는 촛불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용하자는 주장부터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언론은 언론대로,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각각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모든 사람이 모든 인권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목표로 활동해 온 국제 NGO 단체다. 유엔 공식 기구도 아닌 이 단체의 조사 결과에 국내외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40여 년 동안 전 세계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 노력해 온 점과, 권위주의 정부 시절 한국 민주화 및 인권운동에 기여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역할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실제 국제앰네스티는 1977년 노벨평화상, 78년에는 유엔 인권 상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여러 가지 이유로 적극적 의견개진을 꺼려 온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으며,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나 결과 도출 과정이 공정하다고만은 볼 수 없어 자칫 그동안 쌓아온 이 단체의 신뢰를 잃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 27일 새벽 촛불시위를 막던 경찰 중 2명이 서울 종로 보신각으로 끌려와 웃통이 발가벗겨진 채로 20여분간 몰매를 맞다 시위대에 의해 경찰에 되돌려 보내지고 있다. 경찰들은 맞아서 얼굴이 부어있고 상체 대부분이 긁힌 상처로 가득했다. 왼쪽 경찰은 신발과 양말을 뺏겨 맨발 상태였다. /오마이뉴스 웹사이트


    앰네스티는 촛불시위가 있을 때마다 발생한 시위대의 경찰차 끌어내기나 경찰에 대한 폭력 행사를 일부 시위대의 행위쯤으로 그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시위대가 청와대로 진격하는 것을 저지하는 과정에서의 경찰력 행사에 대해서는 항목별로 세세하게 비판했다. 조사 결과 발표 과정에서 경찰을 비난하는 부분의 오역이 있었고, 경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무력 사용에 따른 인권침해 사실을 확신한다는 주장까지 포함했다.


    일부 진보적 시민단체는 국제앰네스티 조사 결과를 국민적 지지를 잃고 꺼져 가는 촛불을 다시 점화하려는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이미 구속됐거나 체포영장이 발부돼 수배 중인 불법시위 주도자에 대한 수사나 재판 과정에 이 결과의 악용 소지가 없지 않아 걱정도 된다. 이 같은 행태는 우리 국민의 자존심에 대한 모욕이며 21세기형 사대주의가 아닐 수 없다.


    도심 한복판에서의 대규모 장기 촛불시위를 정치축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는 분명히 집시법을 위반한 불법 야간 집회다. 광화문 일대 상인들은 촛불시위로 인한 영업 손실을 더 이상 참다 못 해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인근 주민이나 직장인들도 소송을 준비 중이다.


    국제앰네스티 조사 결과는 불법 과격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의 적법·타당한 조치가 인권탄압이라는 반 법치적 사고를 전제했거나, 촛불시위로 인한 상인 등의 생존·생활권이라는 또 다른 기본권을 외면한 불균형적 사고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국제앰네스티가 촛불시위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인권 상황을 조사하고, 향후 조사 결과를 정리·발표함에 있어 공정하고 보편적인 국제적 기준에 의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촛불시위가 경찰의 진압을 직접적으로 야기했고, 인근 지역상인 등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사실도 반드시 언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불법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집회를 무제한 허용해야 하고 정부는 이를 절대로 제지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펴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열악한 인권상황의 저개발 국가가 아니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앰네스티라는 ‘우상’이 이제 우리나라에서 존재할 필요는 없다. 앰네스티의 말이라면 무조건 수용하자거나 그 조사 결과에 지나치게 연연하는 것은 국격(國格)에 맞지 않는 대응이다. 정부는 앰네스티가 지적한 부분에 대해 수용할 부분은 수용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지적하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 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대표대행 겸 사무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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