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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구현 사제단 그리고 경찰대사목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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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승환 [choo6261] 쪽지 캡슐

2008-07-30 ㅣ No.6696

정의구현 사제단 그리고 경찰대사목 위원회  

사이버 게이머들  

   서울시민 일부는 저마다 손에 촛불을 켜들고 거리로 나섰다. 성경 대신 촛불을 움켜쥔 “정의구현 사제단”도 그 대열에 앞장섰다. 촛불시위를 막으려고 출동한 전경대 뒤에는 경찰대사목위원회 “선교사 신부님”들도 함께 동참했다.   

   하지만 “선교사들”은 촛불을 들진 않았다. 대신 그들은 전경대원 신변보호를 하느님께 정성스레 기도했다. 오로지 정성을 다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사랑의 전령사 역할”을 실천했을 뿐이다. 서울광장에서 있었던 촛불시위에서 두 팀의 구호들은 전혀 달랐다.  

   두 팀들로 나뉜 신부님들 사이엔 촛불시위 정국을 바라본 시각이 서로가 첨예하게 엇갈렸다. 물리적으로 겉보기엔, 그저 앞쪽은 “사제단”, 뒤쪽은 “선교단”으로 가른 “사이버 게이머들” 같았다. 아무리 저의 좁은 머리 속을 짜내고 궁리해도 그 해답을 얻어낼 길이 없었다.   

   마침, 지난주 서울주보(2008/07/27)는 촛불시위를 막던 한 전경대원 얘기가 실렸다. 글쓴이는 강혁준 아우구스티노 신부(서울대교구 경찰사목위원회 위원장)님이셨다. 그의 대자들 중에 한 명이 전경대원이었다. 그 대자가 7월 1일 오후 2시, 명동성당에서 세례 받던 날, 대부로써 감회를 적은 칼럼이다.   

“눈물과 감동이 교차하는 경찰사목현장! 근 2 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촛불시위상황으로 인해 정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이루어진 세례식 … 서울시내 30 개 경찰 기관에서 약 250 명의 전-의경들이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났다.…”

“정치적 이념과 처해진 입장에 따라 의견을 달리하는 최근의 촛불 정국에서 우리 선교사들은 모든 것을 떠나 오직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젊은 전-의경들의 엄마와 아빠가 되어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사랑의 전령사 역할을 하고 있다.”  

   저는 이번 정의구현사제단의 촛불시위 참가를 처음부터 곱게 바라다보진 않았다. 그냥 비아냥거림도 아니었다. 한 “사이버 게이머”로 착각한 것으로 봐야 올바르다. 저의 글들은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저들의 돌출행동을 항의하였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기를 기대했었다. 여기 퍼온 사제단의 출사표(6/26, 덧붙임 자료 참조)는 사제로서의 사목활동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 판단했다.   

“…비상 시국회의 및 미사”   

   거기에는 전교조 강령의 구호를 빼닮은 구절들이 담겨있었다. 지극히 성스러운 사제복을 걸치고 길거리로 나와 저들의 잣대에 맞춘 “…비상 시국회의 및 미사” 란 선언문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이름으로 국민들에게 스스럼없이 발표했다. 정부의 쇠고기수입은 “공권력이 저지르는 폭력”이라 규정하였다. 선량한 교우들에게 가톨릭 공동체가 총 궐기하라는 메시지를 함께 담았다. 국가의 비상시국 상황 판단은 정부의 권한이다. 하지만 그들에겐 법은 안중에도 없었다. 스스로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선언이었다.   

   이번 촛불시위는 이명박 정부를 부정하는 일부 불만세력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증거들이 속속들이 들어나고 있다. 한 “선교사”의 지적대로, “정치적 이념과 처해진 입장에 따라 의견을 달리하는 최근의 촛불 정국에서” 사제단이 참여할 명분이나 틈새는 어디에도 없었다. 제가 알기엔, 사제란 교회 본당을 지키면서 가톨릭교회의 전례에 따라 성스럽게 미사를 봉헌하는 한 제관이요 집사일 뿐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  

   강 신부님의 칼럼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처럼”이란 지표를 앞세운다.   

“현대사회는 변화가 많고 복잡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이런 현상에 따르다보니 늘 불규칙한 상황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한계가 교회를 떠나는 이유로 작용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되는 데 이제 현실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처럼 이런 이들을 찾아가는 교회의 모습을 더욱더 구체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저는 미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이란 뜻을 몰랐다. 이 글을 쓰려고 인터넷을 훑어보았다. 50여 연 전에 발의된 근대 교회 전례운동의 전례헌장 정신을 새롭게 정립시킨 내용이었다. 다음처럼, 4 개 항목들(괄호 안은 다른 자료의 설명)로 요약된다.  

1. 그리스도 신자의 신앙생활 쇄신

                      (전례의 변화 - 라틴어 로만 하던 전례가 각국어로 번역하여 사용됨)

2. 현대의 요청에 대한 순응

                      (수도회의 개혁 - 활동수도회가 무척 활발해짐)

3. 모든 그리스도 신자의 일치

                       (같은 그리스도 교파에 대한 이단 철회)

4. 모든 사람을 교회로 인도하는 수단의 강화

                      (타종교에 대한 구원에 가능성을 열어둠)  

ttp://blog.naver.com/nkkh4254?Redirect=Log&logNo=40015977639

(괄호 글은 http://cafe.naver.com/2005catholi/17843)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의 반포 배경을 좀 더 살펴보자. 1959년 6월 29일, 성 베드로, 파울로 사도 축일에 즈음하여 교황 요한 23세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최계획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지난 130 연 동안 가톨릭교회 근대 전례운동 역사를 돌아보고 근대 교회 전례운동의 전례헌장 정신을 새로 가다듬은 것이 바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이다. 공의회 개최 목적은 근대 전례의 첫 회칙인, 「베드로 성좌에서」를 바탕으로 삼아 손질한 것이 위의 4 개항들로 요약된다.  

   "전례헌장"《“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AAS$0964), 97-138)”》은 1963년 12월 4일, 교황 바오로 23세의 명의로 반포된다, 이날은 트렌트 공의회 폐회일 400주년 기념일이었다. 400년 동안 단 한 차례 가톨릭 전례헌장을 손댄 적이 없었다고 적고 있다.   

사회정의  

   웹문서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훑다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과 이후 달라진 점들에 대해서”란 해설 글이 있었다. 거기엔 달라진 점들을 아홉 개 항들로 나눠 정리하고 있다. 그것들 중에서 다섯째 항은 “사회정의”란 낱말을 쓴다. “정의구현사제단”의 일부 사목활동의 전례 근거에 해당될 것으로 생각되는 부분이다. 그것 말고는 더는 없었다.   

(5) 가톨릭 카리스마 쇄신 운동과 같은 쇄신 운동이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일어남 - 성서쇄신, 가정생활의 쇄신, 영성생활의 쇄신, 강론과 복음화의 쇄신,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출현과 쇄신, 사회정의와 인간 존엄성 보호 운동 등...  

   글을 요약하자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헌장에서 사제들이 정치적 이벤트에 촛불을 들고 참여해야 된다는 사목정신이 담긴 글귀는 찾질 못했다. "사회정의" 구현은 카톨릭 전례의 범주 안에 있어야 한다. 되례 "선교사" 쪽이 더 "사회정의" 구현에 앞장선 느낌이 든다.

/주승환 2008/07/30 10: 40

*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 "주승환마당'에서 퍼옴  

[참고자료]

“국민존엄을 선언하고 국가권력의 회개를 촉구하는 비상 시국회의 및 미사”  

전국의 모든 신부님들께 그리고 수도회 가족 여러분께  

정부가 드디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관한 장관 고시를 6월 26일자 관보에 게재하였습니다. 이로써 국민 건강권과 검역권 그리고 국가 주권과 자존감의 회복을 요구하던 국민의 염원은 철저히 짓밟히고 말았습니다.   

공권력이 저지르는 폭력과 오늘의 혼란을 아프게 바라보면서 주권재민을 외치는 시민들의 고뇌에 동참하되 기도와 성찰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고 여겨 오늘까지 의견표명과 행동을 하지 않고 지냈습니다만, 이제는 그런 절제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다음과 같이 시국미사 일정을 마련하였습니다. 부디 전국의 많은 신부님들과 수녀님들, 수사님들 그리고 사랑하는 교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신앙의 이름으로 국가권력의 오만을 엄중하게 나무라고, 복음의 지혜로 우리의 나아갈 바를 궁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 6월 30일(월) 저녁 6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2. 신부님들은 장백의와 영대를 준비하십시오.  

3. 미사 후에 비상 사제시국회의를 개최합니다.  

4. 기도만이 유일한 힘입니다. 되도록 시국미사 일정을 널리 전파하시어 많은 분들이 함께 하실 수 있도록 힘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08년 6월 26일  

사제단 대표 전종훈 시몬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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