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7일 (수)
(녹) 연중 제15주간 수요일 지혜롭다는 자들에게는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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勤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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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1-11-06 ㅣ No.26094

勤愼

 

 

 

 

 요즘 우리 성당에는 근신하는 어린이가 2명 있었습니다. 그래서 근신이 무엇인지 사전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삼가서 조심함, 반성하여 조심함(discretion), 말과 행동을 삼감(ligence and faithfulness) "

아이들에게는 좀 어울리지 않는 말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그 경위를 잠시 말씀 드릴까 합니다.

 

 며칠 전에 한 아이가 성당 마당 한쪽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식당으로 데려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친구들과 싸웠느냐! 넘어져서 다쳤느냐! " 아이는 고개를 흔들며 아니라고 이야길 합니다. 그러면서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이야길 합니다. "저 오늘부터 근신입니다." 우리 성당에서  근신이라 함은 " 별도의 이야기가 있을 때까지 성당에 나오지 못하는 것입니다. 물론 성당에 나오지 못하니까 태권도도 배우지 못하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성당, 태권도를 배울 수 있는 성당, 맛있는 간식을 주는 성당, 그리고 미사 때 복사를 설 수 있는 성당을 나오지 못한다는 것은 아이에게는 가장 큰 근신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어느덧 스스로 알아서 근신을 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봅니다. 농사일이 다 끝나고 조금 시간이 있으니까 할 일이 또 생긴다는 분들이 계십니다. 결혼식엘 가야하고, 7순 잔치에 가야하고, 콩도 털어야 하고 그래서 주일 미사에 못 오신다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래도 이분들은 좋습니다. 성당까지 찾아와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스스로 근신하겠다고 말을 하니까요...

 

 어떤 분들은 말도 없이 근신을 하십니다. 찾아가서 이야길 하고 다음에는 꼭 오시라  말씀을 드려도  아니라고 좀더 근신한 후에 찾아 뵙겠다고 이야길 하십니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그러면서 저 자신을 돌아봅니다.

하느님 앞에 저 자신을 스스로 근신시키지는 않았는지,,,,

기도하는 시간을 알아서 근신하지는 않았는지...

이웃에게 봉사하고 사랑을 나누는 것에 부러 근신하지는 않았는지...

 

 지난주에 2 아이들이 모두 성당엘 나왔습니다.

'근신'이 풀렸다고 좋아하는 아이들의 그 환한 미소가 오래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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