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7일 (수)
(녹) 연중 제15주간 수요일 지혜롭다는 자들에게는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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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안테나(13)-고신부님,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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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철 [HL1YE] 쪽지 캡슐

2002-02-19 ㅣ No.30013

고신부님,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십자가를 안테나로!

 

  지난 주일(17일) 서울 대교구 대치 2동의 주임이신 고신부님께서 선종하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저는 서울 대교구 출신이 아니기에 그 신부님에 대해 잘 모르지만 특별히 그 신부님을 기억하는 것은 얼마 전에 본의아니게 그분에게 꾸지람(?)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수년 전 홍보주일이었습니다. 저희 성바오로 수도회 수사님들과 함께 다양한 홍보매체들을 가지고 그 본당을 방문했었습니다. 좀더 보급효과를 올리기 위해 저는 특별히 기쁨조(?) 수사님들을 차출해 영성체후 묵상노래를 준비했었습니다. 그런데 아불싸! 저희가 준비해 둔 보면대와 악보, 의자까지 미사 해설자가 모르고 치워버린 것이 아니겠습니까? 더욱 당황한 것은 고 신부님께서 성체를 분배하시면서 계속 저희를 바라보시며, "왜 노래를 안 부르냐?"고 하셨습니다. 저희는 서둘러 준비한 성가를 부를 수가 있었지만 본당신부님의 따가운 눈총 때문에 어떻게 불러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미사 후, 성당 마당에서 제가 그 상황을 설명했지만 저에게 "다음부터 그렇게 미사를 지연시키면 그런 기회를 안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점심식사는 어떻게 할거냐?"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혹시 사제관에서 식사를 하자고 할까봐 속으로 좀 걱정을 하며,  "저희 협력자회(후원회) 회원집에서 보신탕을 먹기로 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어두웠던 고신부님의 얼굴이 환하게 펴지면서, " 그럼, 나도 따라 갈까?" 하시며 저희를 따라 오셨습니다. 그런데 점심 식사 중에 저는 또 한번의 꾸지람을 들어야 했습니다."자네, 왜 아까운 국물을 남기나?"," 저, 국물을 잘 못 먹습니다." "한심하군. 이리 주게. 내가 다 먹겠네."

"아니, 신부님, 그건 제가 먹던 건데요..."

"괜찮네. 그런데 한가지 내가 물어 보겠는데, 자네 한약을 먹을 때, 건더기를 먹나? 국물을 먹나?"

 

비록 고신부님과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미사요, 식사였지만 그 짧은 만남을 계기로, 그후부터는 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주님을 찬미할려고 노력했고, 또 그동안 건데기만 건져먹는 수도생활에서 진국을 먹는 수도생활로 전환할려고 노력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고신부님, 이제 천국에서 마음껏 보신탕도 드시고, 그렇게 신부님이 좋아하셨던 꽃사진도 많이 찍으세요. 그리고 저와 같이 좋은 조건만 찾고 또 건더기만 건져먹는 신앙생활, 수도생활, 사목생활을 하고 있는 바보들을 위해 천국에서 기도해주십시오. 혹시 보신탕을 드시고 싶은 분을 위해 제가 아래글에 로마에서 만든 보신탕을 넣었는데  신부님도 맛있게 드십시오.  <로마에서 가브리엘 통신>

 

                            보신탕 소동?

 

   얼마 전에 이태리어 학원에서 각 나라의 대표적인 음식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외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김치를 소개할려고 주방 수녀님에 김치 만드는 법, 재료 등을 배워 준비해 갔었습니다. 그런데 옆에 앉아 있던 시토회 신부님(베트남인)이 "한국 사람들은 개를 잘 먹는다면서요?"하는 바람에 외국 학생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을 지었고 저를 야만인이라고 생각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더더욱 화가 나는 것은 베트남인이 우리보다 더 개를 잘 먹으면서 저를 골탕(?)먹일려고 짓궂게 그런 질문을 한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무척 기분이 나빴지만 전에 ’당했던 경험’이 있어, "오늘 점심은 제가 사겠습니다. 자 다같이 한국에 가서 월드컵도 보고 보신탕도 먹으러 갑시다."라고 하여 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켰고 김치대신 본의아니게 보신탕을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했다는 경험이란, 10여년 전에 제가 로마에 왔을 때, 저희 수도회 이태리 수사님들이 한국인들은 개를 먹는다고 놀려대었을 때, 너무나 화도 나고 억울해 사도 바오로가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 즉, 로마서로 응수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 수사님들에게 "2000여년 전에 사도 바오로가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를 아직도 안 읽었느냐? 그러고도 바오로인이라고 할 수가 있느냐?"라고 로마서를 들이대었습니다. 사도 바오로가 보낸 편지는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주 예수를 믿는 나는 무엇이든지 그 자체가 더러운 것은 하나도 없고 다만 더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더럽게 여겨진다는 것을 알고 또 확신합니다. 여러분이 음식을 가지고 형제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면 그것은 사랑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의 도리가 아닙니다."(로마 14, 14- 15)

 

   그러나 이번 월드컵 기간에는 불쌍한(?) 손님들에 대한 예우로 그 기간만이라도 보신탕을 참는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됩니다.  "만일 음식이 내 형제를 넘어뜨린다면 나는 그를 넘어뜨리지 않기 위해서 절대로 고기를  다시 입에 대지 않겠다"(1고린 8, 13)라고 한 사도 바오로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라도...                        <로마에서 가브리엘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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