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5일 (토)
(녹) 연중 제26주간 토요일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자유게시판

아!아! 마이크 테스트... 주민 여러분, 이장이구먼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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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stefanlee] 쪽지 캡슐

2008-04-21 ㅣ No.119685

엣헴.... 아아! 마이쿠 테스트.
한낫 둘... 한낫 둘....
아! 아!  이장인디유!
여보 마누라... 우째 소리가 안들리는거 가터. 나가서 함 들어바바....
 
저만치서 소리가 들려 옵니다.
 
만득이 아빠아~ 우티기 목소리가 딴사람 거터유. 
고렁게 개비헐라구 모아논 돈으루다 동네 남정네덜 몽땅 술퍼먹지말라구 혀짜나유...
 
엣헴... 아!아! 마이쿠 테스뜨여유.
한낫 둘... 한낫 둘...
금정리 주민 여러부운~ 안녕하시어라? 이장이어유.
에이췌.... 훌쩍..
지가 감기가 들어설랑 지송혀유.
 
에또... 설라무니이
방금 방울이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셔써유.
마을회관에 모시니께 준비들 허서유.
에이췌....
딸깍.....!
 
이 동네 주민들은 어리둥절해서 동네 스피커 소리나는 쪽으루 고개를 돌리며
이장 욕을 허벌나게 해대는 것이었습니다.
 
밭일허시던 박영호 영감님이 승질을 부립니다.
오메! 저런 싸가지 웁는 넘이 인능가 마리여. 또 대낮부터 술 처 먹었는게벼.
기침도 "에이 췐다.."  이러자녀? 앙그려 성구 영감?
 
들고계시던 삽을 패대기를 치며 신성구 영감님이 일갈을 합니다.
으미...그 할아배는 조금전 까지 여그저그 댕기시던디? 저거 완죠니 시러배같은 넘 아니여?
 
한승질허시기루 동네 소문난 이보키할매가 송아지 고삐쥐고 댕기시다가 나섰습니다.
절믄피가 웁서서 저걸 이장 시켜놔떠니만 만날 술만푼다니께...
얼룩아 언능 가서 저 눔 화끈허게 디리받고 오니라 잉!
 
또 다시 스피커가 발똥을 혔습니다.
한낫 둘... 에..또...
뭔 일루 벤소두 못 댕기게 전화 빗발치게들 허서유? 무신 승질들을 고로콤 내시는지 몰건네유.
할아버지라니께유.
지는 오늘은 술 안먹었어유. 나 원 참...
에이췌....!
딸깍!
 
 
승질 드러운 신성구 영감이 드뎌 핸드폰을 집어들고 아우성을 칩니다.
예끼.. 이 넘아. 너 술 좀 작작 퍼라. 좀전에 본 할아버이가 뭐 땀시 돌아가?
젊은넘이 정신이 왜 그려? 할매가 돌아가셨겠제 우째 할배여.
못된 이장넘 가트니라구... 끄너!
 
 
...................... 그렇게 방울이 할배는 아픈 할매를 두고 떠나셨습니다. 
당신 살아 오신 한 마을 이곳 저곳을 둘러 보시고 할매와 추억도 거닐어 보고
아이들 키우느라 객지생활 허시며 넘어 오시던 산마루도 올려다 보시곤
그렇게 가셨습니다. 
 
방울이 할아버지 땅에 묻고 돌아 오시던 날
치매로 병원에 계시던 할머니도 이틀만에 함께 먼길 떠나셨습니다.
 
치매로 모든 것을 알아 보지 못하시던 할머니지셨지만
할아버지 떠난 소식만큼은 또렷하게 생각하신 모양입니다. 
할머니를 붙들고 울던 방울이 눈물 속에서 그간 잊고 계시던
할아버지를 찾아 내셨습니다. 
 
부모님 초상을 졸지에 치루고 온 지인의 이야기입니다.
건강하시던 아버지가 치매로 오래된 할머니 병수발에 고생하시다
먼저 세상을 떠나신 소식에 놀라다가
뒤 따라가신 어머니 소식까지
자식으로 너무 황당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많이 놀란 터라
소주를 드리부우며 눈을 껌뻑이더니 이내 눈물을 달구똥 처럼 떨어뜨립니다.
 
그런데 옆에 앉아있던 분이 그건 쨉도 안된다면 너스레를 떱니다.
또 다른 황당 장례식 이야기입니다. 
핸드폰도 없고 삐삐도 차지 않던 시절에
출장간다고 나서면 연락이 두절되는 캄캄한 텔레콤 암흑시대의 일입니다.
 
직업을 발키기 곤란헌 어느분께서
겁도 없이 마눌님을 속이고 혼자 휴가를 몰래 떠났습니다.
회사에는 마눌님이랑 어디를 다녀오겠노라고 뻥을 치고
동해안으로 날랐습니다.
 
작열하는 태양, 션한 파도소리에 쓸려 바닷가에 몸을 던지고
벤소가 멍께 가끔 몸부림도 한번씩 침서
아! 마눌님이 안계신 세상 워찌 요로콤 환상이냐 함시롱
따라간 모령의 아가씨와 휴가를 즐기고 있었는디
 
잉?
근디 박여향영감님 뭔 일루다 얼굴이 빨개지시는지 몰건네유.
문경준영감님은 또 뭔일이시래유? ㅋㅋ
 
바다냄새에 취해 신나게 몸을 태우고 돌아왔습니다.
음마! 집에 아무도 없네.
부랴부랴 수소문, 식구들을 찾아내니
아뿔싸!!! 장인어른 돌아 가시고 처가댁에서 삼오제를 지내고 있었습니다.
아아아아아아아!!!!!!!!! 난 어떡하나? 이 죄를 어디에서 씻을꼬.
그야말로 황당만땅입니다.
 
마눌님은 보자마자 멱살을 잡고............
"잉간이 어딜갔다오는겨? 너 함 주거볼래?"
느닷없이 동서가 "형님 옷이나 벗으시고 시비허서유".... 함시롱 앏은 겉옷을 벗겨내니께
가죽이 홀랑 바베큐 모냥 잘도 그을러져 있었네유.
 
마눌님께서 악을 쓰셨습니다.
"아니.. 이 잉간이 워딜 갔다왔길래 홀랑 탔어? 해수욕 강겨?"
 
하이고... 마눌님...................................................................
지가 해수욕장 가고자퍼서 간거 아니고요...
범인이 해수욕장으로 튀었구먼유.
지는 절대루 벗고 자프지 않았는디.... 아 범인은 잡어야거꼬, 잠복은 혀야거꼬...
벗고 싶어 벗냐고요....
아! 애초로룬 내 인생......................................
음마~ 등 따거.
 
부모님께 효도를 다해야하는데 병약한 부모를 둔 자식들도 바쁘기만 한 세상입니다.
 
자나깨나 살펴보자! 우리 부모님
자나깨나 조심하자! 우리 신랑님
 
요 이야기를 들음서 울어야 헐지 웃어야 헐지 막막했습니다.
모임서 만난 분들 이야기지만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근디 조 위에 잠복근무허시던 양반 지금은 열심히 성당 댕기십니다.
모다 그 때 저지은 죄 값을 치루기 위하여.
 
물론 박영호 영감님, 신성구 영감님과는 아무 상관웁는
죄 값입니다.
 
 
토끼자 후다다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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