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5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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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깨워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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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옥 [smalllark] 쪽지 캡슐

2008-07-01 ㅣ No.37347

 
 

 

 

 

+ 마태 8,23-27


 

호수에 큰 풍랑이 일고 배가 파도에 뒤덮이게 되었는데

예수님께서는 주무시고 계셨다.

제자들이 몰려가서 죽게 되었다고

예수님을 흔들어 깨웠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부르짖음을 듣고 즉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어 가라앉혀주셨다.

한마디 말씀에 바람과 호수가 고요해졌다.

바로 직전의 호들갑이 무안할 지경으로 상황이 싱겁게 끝나버렸다.

 

제자들은 머쓱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여서 중얼거렸다.

“이분이 어떤 분이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

 

...........

 

 요즈음의 나의 호수는 어떠한가?

바람은 적당히 불어오고 파도는 고요하다. 

 

거센 파도와 바람이 휘몰아칠 때는 바짝 긴장하며 정신을 차렸는데

바람이 잦아들고 호수가 고요해지니 그동안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 같다.

 

순풍이 불어와 애써 노를 젓지 않아도 배는 앞으로 나가고

고요한 물결 위에서 한적하게 항해를 즐기고 싶다.  

 

그렇다고 한가할 때는 결코 아니고

해안가에 안전하게 도착할 일도 까마득한데

벌써 다 목적지에 도착한 것처럼 느슨해지기만 한다.

 

이러다 슬슬 눈이 풀리고 잠이 쏟아져 쓰러질 것 같다.

아니 벌써 그런 반수면 상태가 된 것 같다.

 

나는 뱃고물 어디에선가 잠을 자고 있는데

이따금씩 의식을 깨우는 주님의 목소리가 멀리에서 들리는 듯하다.

 

복음을 읽어도, 말씀을 들어도 가슴까지 들어오질 않는다.

감흥이 없고 맹숭맹숭하기만 하다.

 

위급할 때에는 주님이 어디에서 주무시는지 기어코 알고자 애를 썼는데,

이젠 그분이 일하시는지, 주무시는지, 도무지 모르고도 잘 지낸다.

 

아니, 요즈음 그분은 나를 매일 깨우러 오신다.

중간중간 그분이 부르시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이러다 깨우다 깨우다 지치신 주님이 어느날,

바람과 호수를 뒤집어엎어, 졸고있는 나의 의식을 깨우지 않도록

이제 그만 눈을 떠야 할텐데,

내 마음의 호수에 먼저 풍랑을 일으켜야 할텐데....

 

 

♪ Calming Island - Yuhki Kuram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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