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게시판
성가의 달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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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의 달인
요즘 TV 에서 <생활의 달인> 이란 프로를 가끔 봅니다.
각 분야의 장인들이 나와 대단한 솜씨를 뽐내는 그런 프로그램 같지만 자세히 보면
평범한 생활 속에서 각자의 직업에서 하고있는 일을 같은 일을 하는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잘하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프로입니다.
유심히 보니 요리를 잘하는 사람,짐을 잘 나르는 사람,공장에서 손동작이 남들보다 훨씬 빠른 사람 등 일상 생활 속에 있지만 상상할 수 없는 실력으로 놀라움을 줍니다.
왜 같은 일을 하는 수많은 사람 중에 저 사람들은 남들과 다를까?
저는 항상 그 점이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그 프로를 시청 하다 보니 궁금증이 풀릴만한 몇 가지 점들을 발견 했습니다.
우선, 달인 이라고 해서 무조건 그 일을 오래 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어떤 분은 수 십년 동안 그 일만을 꾸준히 하셔서 달인의 경지에 오르셨지만 또 다른 어떤 분은 몇 년 되지 않은 경력으로도 그 일을 수 십년 한 사람보다 더 잘한다는 점입니다.
또 하나, 달인으로 소개된 모든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그저 기본에 충실했다는 말들이었습니다.
기본에 충실했다는 말은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실력이 향상되고 오랜 세월 그 일을 해왔기 때문에, 대충해도 처음 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해도 항상 기본에 충실해야만 달인이 된다는 진리입니다.
또 한가지 제 궁금증을 풀어준 것은, 오랜 세월 그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더 오랫동안 그 일을 한 사람들 보다 실력이 뛰어난 분들이었습니다. 그 분들의 공통점은 부단히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일이 끝난 후에도 또 쉬는 시간에도 밥을 먹을 때도 어떻게 하면 자신이 하는 일을 더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공부하고 노력한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저도 20년이 넘는 세월을 성가대에서 노래하고 있는데 언제쯤이면 성가를 잘 알고,잘 부르는 달인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봅니다.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더 노력하고, 기본에 충실해야 <성가의 달인>이 될 수 있겠지요?
세월만 지난다고 남들보다 뛰어난 <성가의 달인>이 되기는 힘들 것도 같습니다.
올해는 벌써 부활절이 다가옵니다. 각 본당 성가대는 부활절과 성 삼일, 성지 주일을 위해 많은 시간을 성가연습과 미사준비로 보내시겠지요. 그런데 가끔은 교우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부활절이나 성탄 같은 대축일에는 성가대에서 라틴어로된 미사곡들을 부르는데 알아듣지도 못하는 라틴어 성가를 부르면 서있는 동안 마치 음악회장에 와 있는 것 같다고요. 맞습니다. 성가단원이 아닌 교우 입장에서라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 하실 수도 있지요.
하지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가톨릭은 교파가 여럿인 개신교와 달리 전 세계 신자들이 모두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있습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그레고리오 성가나 라틴어 성가들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고 멀리만 할 것이 아니라 성가단원이나 교우 모두 배우고 익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대 미사 때 부르는 KYRIE , GLORIA SANCTUS , AGNUS DEI 는 매주 미사 때마다 부르는 자비송 ,대영광송 , 거룩하시도다,하느님의 어린양 과 말씀의 뜻과 가사가 일치하므로 평소에 또는 미사 시작 전에 신부님께서 교우들에게 뜻을 알려주고 미사에 참여하게 한다면 대 미사 때 성가대가 부르는 라틴어 미사곡이 마치 연주회장에서 알지 못하는 음악을 듣는듯한 느낌에서 벗어나 미사에 더 집중하고 참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혹 어떤 분께서 이왕 미사곡을 부르는 거 누구나 다 아는 우리말로 된 성가를 부르지 왜 굳이 라틴어 성가를 고집하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반대로 매주 우리말로 된 미사곡을 부르는데 일년에 두 번 정도는, 라틴어가 중요하다 강조하시는 교황님들의 말씀에 따라 라틴어 성가나 미사곡을 부르면 좋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말씀 드립니다.
사실 라틴어로 된 성가나 미사곡들은 대 미사 때 보다는 요즘 본당에서 혹은 여러 가톨릭 단체들의 합창단에서 발표회나 연주회 때 더 많이 불려집니다.
또 청중의 입장에서 본다면 Ave Maria나 Ave Verum 같이 가사와 뜻을 아는 성가나 노래보다는 모르는 성가가 훨씬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많은 종류의 음악 중에 <노래> 가 다른 음악과 틀린 점은 가사가 있다는 점 입니다.
가사가 있다고 하는 것은 뜻이 있다는 이야기이고, 특히 성가는 가사가 대부분 기도 내용이기 때문에 청중(교우)은 듣기만 하지만 가사의 뜻을 잘 알고 듣는다면 마치 함께 부르며 기도하고 묵상하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외국어로 된 성가뿐 아니라 우리말로 된 성가도 연주 때 마다 충분하고 정확한 해설이 곁들여 진다면 부르는 단원들도, 노래를 듣는 청중들도 성가를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작은 노력들이 이어진다면 대미사 때 라틴어 성가나 미사곡을 부를 때도 성가대와 교우들이 마치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일은 없어지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발표회 때나 미사시간에 성가를 잘 부르고 못 부르는 일보다 성가대가 매주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점들이 있습니다.
“침묵이 전례예식의 중요한 부분이다” 라고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침묵은 어느 말씀보다 어느 기도보다도 우리가 하느님 앞으로 다가가는 좋은 도구입니다. 그런데 우리 성가대의 습성상 매주 특송 이란 이름으로 성체 후 묵상 곡을 노래하거나 노래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준비가 되지않은 어설픈 성가대의 노래는 오히려 교우들의 기도를 방해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교우들의 기도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또 성가가 침묵보다 더 깊은 기도가 되기 위해서는 그 미사의 말씀 주제에 맞는 성가를 선정하여 정성껏 연습하고 준비해서 노래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성가대의 모습이, 성가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잘 부르려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진정한 <달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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