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7일 (수)
(녹) 연중 제15주간 수요일 지혜롭다는 자들에게는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자유게시판

[박은종 신부님]수유동 신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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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태 [gwingsun] 쪽지 캡슐

2000-02-09 ㅣ No.8575

 안녕하십니까.

 저는 돌아가신 박은종 신부님의 출신 본당인 수유동 본당의 심규태 베드로라 합니다.

방금 새벽미사를 보고 성당에서 나오는 길에, 박은종 신부님의 어머니를 뵙게 되었습니다. 저희 할머니를 껴안고 울고 계시더군요. 코끝이 찡했습니다.

제 나이 스물 넷이고, 제가 국민학교 6학년 때, 복사를 하고 있었을 때, 박은종 신부님은 ’요한 학사님’이셨습니다. 또, ’실버벨’이라고도 불렀지요. 중학교 때부턴 주일학교도 제대로 나가질 않아서, 박은종 신부님을 잘 알지는 못합니다. 다만, 항상 검고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쓰고 계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안경 뒤의 눈이 반짝반짝 하셨지요. 또, 웬지 모르게 장난치고, 친하게 지내기가 어려웠습니다. 아마,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였겠지요. 그 후로, 간간이 신부님 소식 -좋은 일 많이 하신다고- 을 들었는데, 솔직히 기억하지는 못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었고, 부끄럽게도 마지막 가시는 길에도 가보지를 못했습니다. 신부님께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더욱 죄송한 것은, 신부님 죽음의 이유나, 의미에 대해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니까요. 생전의 신부님과 친하지도 않았고, 죽음의 순간에 함께 하지도 못했고, 하느님이 나타나서 뭔가 알려주지도 않았으니까요. 다만, 하느님이 부모 가슴에 못을 박으면서 신부님을 데려가신 데에는, 제가 알지 못하는 심오한 이유가 있다고, 그리고 그 뜻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는 것 뿐입니다.

가신 신부님과 남은 우리들과의, 죽음도 뛰어넘는 아름다운 인연이, 역시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박은종 신부님, 안녕히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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