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7일 (수)
(녹) 연중 제15주간 수요일 지혜롭다는 자들에게는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자유게시판

굿자만사 有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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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헌 [dhsong] 쪽지 캡슐

2006-03-19 ㅣ No.96966

 


1.

저는 이번 주말로 병상에 누운 지 석 달이 됩니다. 워낙 부상이 만만치 않아 뒤에 남을 불편이 걱정스러웠지만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 덕분에 수술도 잘 되었고, 그 후의 요양과정도 순탄하여 돌발적인 특별한 변수만 없다면 올 여름은 아마 바깥에서 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랜 병원생활이 갑갑하지 않다하면 아무래도 빈말이 되겠지만 전혀 무의미하거나 무료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병원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면 더러는 숨어있던 신자도 만나게 되고 게 중에는 신앙생활을 쉬고 있던 분도 있어, 어렵게 하느님 쪽으로 관심을 이끌어내고, 믿으며 살아가는 삶을 함께 나눌 수도 있어 새로운 보람과 기쁨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늘 쫓기듯 바쁘게만 살아 온 저로서는 독서나 기도생활에 쏟을 시간이 여유로워 진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기쁨 가운데 하나이고, 조용히 누워 쉬는 동안, 그간에 거칠어지고 황량해진 제 삶을 되돌아보고 스스로 다듬어 나갈 수 있게 된 것은 특별히 받은 배려와 은총이라 생각합니다.    

  

병원에는....... 주말에는 응급실을 제외하고는 의료진도 없으므로 저는 특별히 허가를 얻어 외출을 합니다. 외출 시간 동안, 그 ‘후줄근한’ 병원에서 못했던 목욕도 할 수 있고, 아직은 많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주일 미사에도 참례 할 수 있습니다.

이 주말의 여유 시간을 이용하여 저는 겨우 이 게시판에 들어옵니다. 게시판 살이 동안 거칠어진 제 모습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부끄럽기도 하고, 많은 분들이 떠나가 버린 자리가 허전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반가운 분들의 면면을 찾아보고 싶은 생각은 누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가끔 한 번씩 들러, 관심 있는 글을 골라 읽어보는 처지에서는 제대로 정확히 앞뒤 상황을 파악하기가 어려워....... 더러는 엉뚱하게 오해하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늘 한템포 늦게 마련일 뿐만 아니라 더러는 의도와는 상관없이 실제로 억울한 불편을 드리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새로운 주제의 대화에 끼어들기는 참 조심스럽습니다.


 

2.

굿 뉴스에서의 최근의 화두는 아무래도 ‘굿자만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해 말, 박 요한님이 이른바 ‘私組織’論을 제기하신 후부터 많은 분들이 산발적으로, 그리고 다소 산만하게 찬반 의견을 올리셨지만, 지난 주간에는 (아마도 박 요한님이 내심으로 겨냥했을지도 모를) 지 요하님이 책임 있는(!) 묵직하고도 진지한 의견을 올려주셨습니다. 저도 평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던 차였으므로 두려은 마음을 누르고 몇 말씀 드리겠습니다. 마침 게시판에 들어오기 전, 어제 아침에는 굿 뉴스에서 여러 차례 악연(!)으로 조우한 적이 있고, 오프라인에서도 만나 뵌 적이 있는 어느 형제님과도 같은 주제에 대해 전화로 나눈 말씀이 있었으므로 그 이야기를 곁들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지요하님이 굿자만사라는 모임의 성격과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전화 통화에서도 그랬습니다. 그 형제님도 사조직이란 표현에 대해 강한 부정의 의사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도 굿자만사라는 모임은 특정인에 의해, 또는 특정인을 위해 조직되거나 움직이는 단체는 결코 아닐 것이므로, 사조직이라는 표현에는 많은 분들이 억울해 하시리라는 것, 공감합니다.


굳이 지요하님의 해명이 아니더라도 '굿자만사'는 이름 그대로 '굿 뉴스 자유게시판'에서 서로 알게 되고 만난 사람들이라는 것, 어떤 정당이나 단체에서 정치적인 이해를 위하여 만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 게시판 안에서 글을 통해 만나던 분들이 서로 마주 얼굴 보며 함께 하는 자리를 가져보자는 취지에서 만나게 된 모임이라는 것은 관심 있는 분이라면 거의가 알고 있는 사항이라 생각합니다. 게시판에 올라 온 모임 후기를 통해서, 다양하고도 많은 분들이 그 모임에 참여하시거나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 그 모임에서는 갹출된 회비를 아껴 가끔은 기특한 일도 하고 있다는 것, 이 역시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일이리라 생각합니다. 


논의를 시작하신 박 요한님은 서운하다 하실지 모르지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는 굿 뉴스라는 인터넷 공간에서 만나신 분들이 오프라인에서 서로 얼굴 대하고 마주 앉아 서로 이해와 사랑의 깊이를 더해 갈 수 있다면 그것은 참 바람직한 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눈빛을 보지 못함으로 인해 인터넷 공간에서 있었던 오해나 편견을 오프라인에서 만나 풀고 씻어낼 수 있다면, 그 또한 매우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모임에서 주로 만나시는 분들로부터 억울한 몰매를 맞은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지만, 굿자만사라는 그 모임의 취지나 성격에 반대하거나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저는 굿자만사, 그 모임에 나와 보라는 권유를 몇 차례 받은 적도 있습니다. 제게 참석을 권유하신 분은.......반갑거나 정겨워서 그러신 것은 물론 아니었고, 그 모임에 참여하시는 어느 분께 제가 드린 조심스러운 비판이나 진언을 터무니없는 오해나 적의로 서둘러 단정하시고는 ‘와서 한번 보라.’는 의미로, 약간의 야유가 섞어 하신  권유였습니다. 그때,  그분은 호의적으로 말씀하신 것이 아니었지만, 저도 그 모임에 한번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했습니다. 근무환경이나 교회 안에서의 여건이 많이 달라진 작년가을 부터는 부쩍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분간은 힘들겠지만 몸이 좀 나아지면 꼭 그 모임에 한번 나가 보고 싶습니다. 



3.

그러나 지요하님이 말씀하신, 이러저러한 이유로 '굿자만사는 사조직일 수 없다'하시는 항변은 박 요한님이 제기하신 "사조직"이란 말씀의 의미를 너무 자귀적으로만 해석하신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요한님이 말씀하시는 의도는 굿자만사가 법적인 실체를 가진 조직이냐의 여부가 아니라 게시판에서 가끔은 붕당의 모습을 하기도 하고, 더러는 모임 구성원 전체는 아니더라도 대다수가 특정인에 지나치게 쏠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것을 걱정하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제게 그 모임에 나갈 기회가 주어지고, 제게 엄청나게 억압적이고 적대적인 분들이 많이 계시는 그 모임에서 제 의견을 말씀드릴 기회가 주어지면 이런 말씀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굿자만사는 사조직이 아닙니다.

굿자만사는 교회의 통제나 지도를 받는 단체도 아닙니다.


그러나 굿자만사는 이미 단순한 친교모임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친교를 위한 모임으로 시작하셨겠지만 이제는 단순히 친교를 나누는 작은 모임이라 하기에는 너무 커져 있습니다. 만나시는 분들의 숫자가 많다는 뜻이고, 굿 뉴스의 게시판에서 맡고 계시는 역할의 크기가 또한 그렇다는 뜻입니다. 굿자만사는 그 모임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이 이미 굿 뉴스 자유게시판을 대표하는 조직이 되어 있고, 그만한 파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굿자만사는 굿 뉴스의 자유게시판에서 그 크기나 파워에 걸 맞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굿자만사.......

그 모임에는 다양한 식견, 다양한 직업, 다양한 성향을 가진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다양한 분들이 서로 가슴을 열고 만나, 서로 다른 부분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고, 같은 부분을 키워나가는 모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미처 그리하지 못했지만, 이제 앞으로는 그런 모임의 크기나 취지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모임에 참여하는 분끼리 서로 이해를 깊이하고 교감을 넓혀, 혹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 있는 언행에도 너그러울 수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만, 반대로 밖에 있는 사람에게는 혹 지나치게 배타적이고 까닭 없이 적대적인 모습으로 나타나지는 않는지 수시로 살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그 모임 안에 있는 분에 대해 지나치게 우호적으로 되다 보면, 혹 바깥에서 보이기에는 혹 특정인에 대한 맹종적인 사조직으로 비쳐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것도 수시로 살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지난날에 드물지 않았던 그런 모습이 오늘의 사조직 시비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은 오래오래 거울삼아 남겨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모임 안에 있는 사람의 非行에까지도 지나치게 너그러워지다보면, 혹 그 비행으로 인해 아픔을 겪는 이에게는 그 모임이 특정의 패거리로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도 수시로 살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그 모임의 몸집이 커지고 힘이 커질수록 그 모임의 행동으로 인한 여파도 따라서 커질 것이므로....... 모임에 참여하시는 분 한분 한분이 자신의 작은 언행 하나하나가 그 모임에 누가 될 것을 걱정해야 할 것이고,

그 모임은 통제되고 잘 조직화된 모임은 아니지만 그 안에서 리더 격이 되시는 분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참여하시는 다른 분의 언행에도 마음을 쓰셔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행여 있을 지도 모를  부끄러운 언행을 경계해야 할 것이고, 지나친 행동이 있을 것을 걱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우리 교회 공동체가 함께 사랑스럽게 가꾸어 나갈 굿 뉴스의 자유게시판을 부끄럽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굿자만사는 굿 뉴스의 모든 가족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모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더 크게, 더 아름답게 발전하는 굿자만사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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