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9일 (화)
(녹) 연중 제14주간 화요일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572에 대한 답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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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정 [franky] 쪽지 캡슐

2000-03-07 ㅣ No.574

글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따님을 두고 계신다니 어린 저로선 이렇게 답변을 쓰는 것조차 쑥스럽네요.

 

예. 제가 쓴 것은 물론 여성 사제에 대한 모든 근거를 댄 것은 아닙니다.

앞에서 저 말고도 여성사제에 대한 글을 쓰신 다른 분들의 글이 많은 논거를 제시해주고 계셔서 저는 굳이 중복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아 자세한 논거를 다시 대지 않은 것입니다.

단지 다른 분들이 언급하지 않으셨던 저의 경험을 얘기한 것이죠.

혹 다른 근거를 원하신다면 아래 많은 글들을 읽어봐주세요. 여성사제에 대해 글을 쓰신 분들의 대부분은 저와 같은 생각이셨습니다.(박경숙님이나 이상학님의 글들을 대표적으로

뽑을 수 있겠네요.)

 

<< 1. 님이 여성 사제를 주장하며 제시한 유일한 근거는, 어린 시절 사제나 복사 아이들을 보고 자신은 그것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가졌던

 느낌밖에는 없습니다. 2.그렇다면 님은 사제직은 특권이며, 여성에게 사제직

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3. 여성의 ’권리’를 박탈하는 교회의 여성 차별적 행위로서,

여성의 ’평등’ 및 ’해방’을 위해서는 사제직 수행도 여성으로서 누려야할

권리로 인정되어야한다는 것이 님이 여성 사제직을 주장하는 근본적 이유임을,부인하지 않으시겠지요. >>

=> 아..저는 이런 뜻으로 그런 경험을 얘기한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받아들이셨다니 정말 유감이네요. 제가 제 생각을 표현하는데 서툴렀나 봅니다.

그런데요, 제가 궁금한 것은 어떻게 1에서 2가 당연히 도출되느냐하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논리를 따지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만,,, 제가 말한 것은 사제직이 특권이라서 저의 정체성이 흔들렸다는 것이 아니라,  사제직이 특권처럼 비춰지고 그것이 남성들에게만 허용된다는 것이 여성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고 덧붙여 말씀드릴 것은 제가 원하는 것은 결코 그런 특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더 잘 표현할 방법을 잘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3번으로 들어갑니다. ’누려야할 권리’라는 것은 어폐가 있네요.

저는 한번도 사제직이 ’권리’라고 말한 적도, 생각한 적도 없는데요. 오히려 여성사제를 반대하시는 분들이 특권이나 권리라는 말을 더 자주 사용하시더군요. 단호히 말씀드리지만 여성사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특권이나 권리회복을 노리는 것이 아닙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토론한 글을 읽으셨다면 아시리라 사료됩니다. 오도하지 않아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사제직은 결코 인간적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성소(하느님의 부르심이란 뜻, 잘 알고 계시겠지요)’ 이며 봉사의 직분이라는제 개인적인 생각 이외에도, 오직 예수님이 세우시고 성령의 인도로써

정립되어 온 우리의 교회 제도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 때문입니다. 사제직을 미혼 남성에게만 허용하도록 우리의 교회제도가 예수님 이래

2,000년간 내려온 전통이라는 사실은, ’내려오는 전통이니까 잘 지키자’라든가,

남성들의 기득권 의식 등 우리가 추정해 볼 수 있는 인간적인 이유보다는 훨씬 높은 차원의 이유에 근거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즉 그것은 도저히

 우리 인간의 머리와 이성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주님의 섭리에 의한 것이라고 저는 딸아이에게 말해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그것은 감실 안에 계신 성체가 실제로 예수님의 몸이라는 사실을, 인간적인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으나

그저 믿음으로서만 확신하며, 그 사실을 딸아이에게 합리적으로 이해시킬 수는없으나 사실임에는 틀림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과 동일한 이치입니다.  

감실 안의 예수님의 현존을, 모든 과학적, 철학적 사유를 동원해도 설명할 수

없으나 사실이듯이, 여성 사제직이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반석삼아 교회를

세우신  이래 2000년 동안 성령의 도우심으로 계속되어온 가톨릭에서 단 한번도

허용되지 않는 사실도, 사회 평등 주의, 페미니즘,그외 어떤 사상으로도 우리가 분석할 수 없는 ’성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관하여 제가 딸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이에게 진실로

감실안에 계시는 주님을 확신할 수 있는 믿음이 생기고, 그러한 신앙의 눈으로

가톨릭 교회의 유산을 바라볼 수 있을 때까지 부모로서 주님의 가르침을 전달해 주고 기다리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

 

딸아이에게 사제직은 남자들만 하는 거라고 가르치셨다구요?

그런데요, 혹시 님께서 한번도 없었다고 확신하시는 여성 사제가 있었던 것을 아시나요?

저도 신학적 지식이 모자라 들었는데도 누구였는지 잊어버렸습니다만, 쩝.

(그래도 분명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들은 것입니다.

여성 사제가 있었고,

미사 때 말씀을 읽을 때도 그 부분만은 제외되고 있다는 납득이 가지 않는 말을요...)

 

그리고 사제는 아니지만 ’사사’라고 고대 사제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역할을

한 드보라라는 여자가 있었죠. & 중세 수도원 운동 때 여성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많이 하여

(그들이 사제의 이름으로 한 것은 아니나) 많은 신자들을 이끌고 복음을 선파한 혁혁한 공을 교황께서도 치하한 바가 있었습니다.

제가 추기경님께 여쭤본 바에 의하면 신학적으로 여성이 사제가 되지 못할,

남성만이 사제가 되어야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답니다. 단지 교회의 전통이라구요. (그 전통이라는 것이 문제죠. 전통은 인습일 수도 있으니까요.)  님의 말씀대로 인간의 잣대로는 정확히 알 수 없을지 모릅니다. 지금은 저와 님을 비롯한 그 누구도 모르는 것이겠죠.

그리고 예수님의 현존과 교회에서의 남성사제의 전통에 대한 믿음이 같은 것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자는 엄연히 하느님이 직접 계획하신 신비이니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씀처럼 믿음이 선행되어야 하겠습니다만,

후자는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지긴 했으나 인간적인 손길도 많이 닿은 부분입니다.

성서를 읽을 때 그 당시의 시대상을 파악하고 여러 관점에서 해석, 공부하는 이유도 그것이 하느님의 성령을 받아 쓴 글이지만 필자들의 주관적 사상 역시 삽입되어 있기 때문인 것처럼 말입니다.

 

교회의 개혁을 부르짖었던 많은 사람들이 순교했습니다. ’얀 후스’라는한 성인은 당시 파격적인 개혁을 외치다 교회에 의해 화형을 당했는데

그 분의 의견이 몇 백여년이 지난 최근에 교회에 반영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교회는 그 때의 과오를 인정하고 그 성인의 화형이 옳지 못한 처사였음을 시인했습니다. 제가 교회를 부정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밝혀드립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도 항상 교회가 옳았던 것은 아닙니다.

저를 비롯한 다양한 분들의 다양한 이견들이 교회를 붕괴시키는 것이 아니라 교회를 살리는 데 기여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저야말로 장황한 글 죄송합니다.

답변이 잘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비록 의견은 다르지만, 그리스도의 향기 안에서 함께 함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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