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8일 (월)
(녹)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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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향을 향하여 ♬ ~ 16처 ( 수원교구 어농성지 1차/2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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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남 [agnes536] 쪽지 캡슐

2022-11-21 ㅣ No.10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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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7.13.....첫 번째 순례길 
    
빗방울 까지 오락가락 .... 2시간여를 달려온 길에 2십분도 채 못있고

쫓겨나오며 "그래도 동쪽으로 동쪽으로 달려오는 동안 서쪽과는 달리

고요하고, 적막한 풍경들이 청량감으로 가득채워 주었음을 위안으로

삼고 멀리 또 이천 어농성지를 향해 달려갔다.

 

원래는 사진으로 본 어농성지는 농경지 한 밭뙈기에 예수성심상 정도의

허허벌판이라 여겨서인지 제일 마지막으로 순서를 정해 놓았던 곳이다.

한덕골 성지를 찾느라 고생하고 애먹었던 게 생각나서...

한시간 반 정도를 달려서 도착한 멀리보이는 이천 산속에 자리한 

어농성지는 예수성심상 한분과 다 낡은 가건물 한채. 

그리고 옆으로 보이는 얼기설기 뻗어있는 통신망 철탑...

 

"아! 역시 그러네... 생각대로 "

뜨거운 햇살아래 공사용 트럭 한대 주차해있는 옆으로 나무 아래 

차를 주차하고 내려 올라가는데 ...   어째 좀 이상하다."

 

십자가의 길로 연결된 긴 오솔길 사이로 오른쪽 산기슭에 

평안하고 시원스레 생긴 성전이 오롯하게 앉아있고. 

그 너머로 그옛날 순교자들을 달구었던 갖가지 형구들과 형틀들이

노천 산등성이에 전시되어 있다.

밧줄로 엮겨 끌려가는 사진들까지 그날의 참혹하고 암담함을 

보여주는 것같아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왼쪽 산기슭 높다란 곳엔 조선땅 최초로 입국한 중국인 사제 

주문모(야고보)신부의 동상과 무덤함께 

윤유일 최인길 지황 순교복자분들의 묘가 나란히 누워 계셨다.

고개 숙여 묵념하고 또 산을 오르니 산기슭 높은 곳을 또 다른 

십자가의 길이 이어지고 있어 일부러 험한길을 오르며 

미안함을 기워 갚기라도 하는 마음으로 기도의 길 완주해 내었다.

 

내려가는 길은 왔던 길로 도로 내려가든지....

더 위로 오르는 순례의길 팻말따라 가든지... 

자유인것 같아서 온 김에 등산겸 올라가보자고 할배와 합의를 했는데

갑자기 후두두둑~~ !! 떨어지는 빗방울... 우비도 있으니까 

그냥 갈까 하다 "아니야! 생각지도 못했던 이렇게 크고 넓은 

어농성지를 만나게 될줄이야..!!

차라리 아까 양근성지에서 쫓겨났던게 전화위복 같으네...하하~"

 

어디앉아 밥이라도 먹고 가야될텐데.... 하고 긴 길따라 내려오는데 

빗방울은 더욱 세차게 내려댈 기세다.

"조오기 ~ 매점 천막 차양 아래앉아 김밥을 먹고 나면 

아마도 비가 게일걸..."  할배의 농담같은 진정어린 말에...

"거기.. 내맘대로 되나? 하느님께서 허락하지 않으면 절대로 안되재.."

 

어마어마하게 쏟아져내리는 장대비속에 앉아 침묵하는 

숲을 바라보며 싸간 김밥과 야채과일 도시락을 

여유롭게 먹으면서도 계속 비가 쏟아지면 우비를 뒤집어 쓰고라도 

차로 달려가리라.! 우중 속에서도 작은 행복으로

충만했다면 남들에겐 웃기는 소리인가?

 

그런데!! 오!! 맙소사!!

밥을 다 먹고 났는데 해가 쨍~ 비가 그쳤다.! 세상에!

이때 퍼뜩 춘복씨의 기적 사건이 머리를 쳤던 것이다.

남들은 믿거나 말거나~~ 할배와 할매 둘만의 홍해바다 기적같은...

 

시간은 오후 3시 30분!

집으로 네비를 찍고 달려가면 5시반. 해도 길고 매주 반복되는

성지는 이번주로 모두 끝났다고 되뇌이는 데....

마지막 하나 남은 화성시에 자리한 요당리 성지를 들러 보자고

할배를 채근하니..

"상대방은 전혀 생각안하네..."

 

응? 기분이 쪼매 안 좋은가? 하긴 그렇지... 

칠순의 중반에 하루종일 차를 몰아댔으니...

"미안하요. 이왕지 나왔으니 다음에 올라믄 더 힘들것 같아 그랬네요

그냥 집으로 찍고 갑시더."

 

2022.10.29........두 번째 순례길


새벽같이 달려왔다 무려 3시간반을 어둠도 걷히지 않은 산골짝을 헤매다 순례길

마친 단내성가정 성지에서 영혼의 청량음료 실컷 마시며 성령의 인도하심 속에

미사의 은혜로움을 안고 달려온 어농성지에 도착한 시간 오후 1시 02분이다.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어농성지는1795년 을묘박해와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하신 선조들을 기리고 현양하는 성지이다.

조선 최초로 성직자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했던 첫번째 교회의 밀사 윤유일 바오로와 

동료밀사 최인길 마티아,지황 사바를 비롯해 조선 최초의 외국인 신부였던 

주문모 신부,신부님을 자신의 집에 숨겨주었던 강완숙 골롬바,

윤유일의 동생 윤유오 야고보, 사촌인 윤점혜(아가타)와 윤운혜(루치아)

정광수(바르바나) 부부등 총 17위의 순교복자를 현양하고 있다.한다.



신유박해가 일어나고 주문모신부는 강완숙의 보호로 몸을 피하고청나라로

피신하려 했으나 조정에서 자신을 찾으려고 신자들을 잡아들이는 것을 보고

한양으로 돌아가 '내가 당신들이 찾는 천주교 신부'라고 자수했다고 한다.



1801년 5월 31일 49세의 나이로 한양 새남터에서 참수형으로 순교하셨다한다.

(군문효수)주문모 신부가 순교할때 기이한 형상이 벌어졌다고 한다.

“나는 천주교를 위해 죽습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무릎을 꿇고 두 손을 

합장한 채 머리를 숙이고는 칼을 받는순간 맑고 청명했던 하늘은

갑자기 구름으로 덮였고, 거센 바람이 일더니 번개가 온 하늘을 가르고 

천둥이 울리며 흙이 섞인 비가 억수같이 내려

주위가 물바다로 변했다고 전해진다.

  

신부님이 숨을 거두자 폭풍우는 가라앉고 해가 찬란한 모습으로 나타나

참혹한 광경을 보지 않으려고 얼굴을 가리었던 사람들은 오히려 

머리를 들어 ‘승리를 축하’하는 감사의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주문모 신부의 머리는 닷새 동안 나무 끝에 매달려 있었는데, 매일 밤 

무지개 같은 환한 빛이 시신 위로 나타났다고 한다

신부님의 시신은 포졸들이 교우들 모르게 매장하여 그 보배로운 유해는 찾지 못하고,

어농성지에는 가묘를 조성하여 현양하고 있다한다.



전앞 예수님께 인사드리려 들어갔더니 젊은청년들 피정이 있는지 밝지않은

조명속에 십자가의 주님이 제대앞에 누워계시고... 그앞에 앉아 주님 십자가

잡으며 감개무량의 인사를 드리고 나온다.

 

넓고넓은 산속 이 넓은 땅들은 아마도 윤씨가문의 후손들이 순교선조들의 넋을

기리기위해 봉헌한 땅인냥 생각이 든다. 몇군데 듬성듬성 앉아있는 전답들 하며..

공터 한가운데 베드로방. 바오로방... 커다란 천막교실은 작은 성전만큼이나 크다.



한참을 걸어올라 가니 17인의 순교자를 현양하는 묘들이 평화로이 누워있고

그 앞에 우리 성모님 두손모으고 오늘도 하늘을 우러러 그들의 넋을 기리고 있는듯

... 함께 두손모으며 촛불 기도 올려드리고 산으로 올라 선조 순교자들께 조배드리고

내려오는데 저만치 앞쪽에 주문모 신부님의 동상이 온 산을 장악하고 계신듯하다.



뒤편에 무덤이 평화로이 누워있어 묘앞에 경건하게 감사의 인사 드리고 일어서는데

우리 마리아님 여지껏 같이 고개숙여 인사해놓곤 뜬금없이

"근데 이 무덤은 누구신지?.."

잉?....으아~아 푸푸푸~ 하하하~"

갑자기 빵 터져나와버리는 웃음 한보따리!



"참~내 ..절모르고 시주했다는 사람이 있다카더만....ㅋㅋ

밤새도록 울고난 신랑이 "근데 어느 마누라가 죽었노?" 하고 물었다더만...

엉뚱하기는...참 내" 오늘도 약방의 감초 율리아나 형의 거드는 훈수 한마디.

 

"행님~ 누구긴 누고.? 주문모 신부님 묘이제..."

"어머머~ 난 몰랐네... 아이쿠 신부님~ " 하고 묫등에 엎어져 미안스러운

마리아님은 영락없는 천진소녀의 포즈다.



한참을 배를 쥐고 웃다가 내려와 오른쪽 산길을 올라가며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는 우리는 어느새 심각하고 침울한 표정의 배우들로 바뀐다.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주소서~!"

몇굽이를 돌아돌아 그날처럼 한참을 올라가서야 끝이 나는 십자가의 길 끝에

순례자의 길이란 팻말이 나와 호기심이 발동해왔지만은...



내려오는 길 옆으로 그림같은 추억의 한장면이 얼핏 스쳐저 아래 기슭에 있는 

형구틀이 잔뜩 놓여있는 형장의 이슬속 사람들의

영혼들께도 인사드리고 갈라면 오늘 역시도 바쁜길 서둘러야 될테다.지나간다 .



억수같이 쏟아지던 소낙비속에 앉아 먹던 김밥과 커피의 향이 베어있던

간이의자 몇개가 물끄러미 쳐다보며

"와 오늘은 그냥 가능교? 쫌 쉬었다 가제~"

서 운 하 다.....!!



 

+ 주님! 오늘도 본향을 향하는 길, 

  감사드립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 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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