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7일 (수)
(녹) 연중 제15주간 수요일 지혜롭다는 자들에게는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자유게시판

박은종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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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셉피나 [xone2] 쪽지 캡슐

2000-03-04 ㅣ No.9004

 지난 2월 6일 본당 미사에 주임 신부님이 강론 끝에 젊은  신부님께서 지리산 에서 돌아가셨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새벽 미사때와 달리 11시 미사때엔 말씀하시다

끝내 있지를 못하셨다는 소문이 났더라구요.

 박신부님께는 죄송하지만 산사나이가 등반중 조난을 당하여....?  등등 좀 웬지 모랄까.. 낭만(?) 눈속에서의 조난, 실족?...

 산 좋아하는 산 신부님인줄 알았죠.

 저역시 산을 너무좋아 하니까요.

 근데 게시판에 들어오니까 뭔가 ~ 이상하더라구요.

 그후 전 침묵하고 싶었고 어쩜 신부님께서는 차라리 잊혀지고 싶은 심정이지 않을까..하는 "휘기보다는 부러짐을", 강단이 있으신 분이였지 않았을까생각해봅니다.

 산에서 돌아가셨다는 말씀에 퍼뜩 왜 모윤숙님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는 시가 생각나는 지요...지나와 봐도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훌륭하신 모윤숙시인에게 정말 조금이라도 해가 된다면 안될일이고 박은종 신부님을 생각하며 혼자 마음에 담아

읖조리는 "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를 패러디 한 글을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오늘도 제가 저에게 읽어줍니다.

 

   신부는 죽어서 말한다.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 있는 신부님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신부님을 본다.

 

 검은 제의 가슴에 단 십자가

 그대는 자랑스런 주님의 종이였구나.

 가슴엔 아직도 뜨거운 신앙이 남아있구나.

 장미보다 더 짙은 사제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죽음을 통곡하며

 듣노라! 그대가 주고간 마지막 말을....

 

 나는 죽었노라.

 41살 젊은 나이에

 주님의 아들로 숨을 마치었노라.

 질식하는 보수와 아집이 몰려오는 제단의 명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숨지었노라.

 

 내손엔 범치 못할 성체 내머리에 깨지지않는 순명이씌여져

 사탄과 싸우기에 한번도 비겁하지 않았노라.

 그보다 내 피속에 더 강한 주님 말씀 소리쳐

 달리었노라. 사람과 사목과 전교와 순종의 사이를

 바오로같이 베드로같이 교황님같이 추기경님같이

 교우들의 분열을 막기위해 밤낮으로 앞으로! 앞으로!

 미움을  밀어가며 싸웠노라  

 나는 더 가고 싶었노라. 저 머나먼 하느님께 까지

 밀어서 밀어서 바오로같이

 뻗어 가고 싶었노라

 

 내게는 어머니 아버지 귀여운 동생들도 있었노라

 어여삐 사랑하는  많은 교우들도 있었노라

 내 청춘은 봉오리지어 가까운 교우들과

 이땅에 피어 살고 싶었노라

 아름다운 저 하늘에 무수히 날으는

 내 본당의 교우들과 함께

 살며 노래하고 싶었노라

 그래서 더 용감히 싸웟노라 그러다가 죽었노라

 아무도 나의 죽음을 아는이 없으리라

 그러나 나의 하느님 나의 교우들이여!

 숨지어 넘어진 이얼굴의 땀방을

 지나가는 미풍이 이처럼 다정이 씻겨주고

 저 푸른 별 들이 밤새 내 외롬을 위안해 주지않는가!

 

 나는 가톨릭의 신부의 제의를 입은채

 골짜기 풀숲에서 유쾌히 쉬노라

 이제 나는 잠시 피곤한 몸을 쉬이고

 저 하늘에 나르는 주님의 음성을 듣노라

 나는 자랑스런 하느님의 나라를 위해 싸웠고

 

 내 하느님을 위해 영광스레 숨지었노라

 여기 내몸을 뉘인 이름 모를 골짜기에

 밤이슬 내리는 풀슾에 아무도 모르게 우는

 한마리의 새의 영원한 짝이되었노라

 

 바람이여! 저 이름모를 새들이여!

 그대들이 지나는 어느 길 위에서나

 마음 고생하는 내 교우들을 만나거든

 부디 일러다오, 나를 위해서 울지말고 예수님을  위해    울어달라고

 저 가볍게 나르는 영혼의 새여

 혹시 날으는 어느창가에서

 내 사랑하는 교우들을 만나거든

 나를 그리워 울지말고,거룩한 가톨릭을 위해

 울어달라고 일러다오.

 

 가톨릭이여! 신부들이여! 교우들이여!나는

 나는 그대들이 한마음 되기위하며 간다

 내가 못 이룬 소명,  물리치지 못한 많은일들

 나를 위해 내 소명을 위해 물리쳐다오

 

 물러감은 비겁하다 항복보다 노예보다 비겁하다

 둘러싼 교우들이 다 물러가도 하느님의 아들아! 너만은

 이 땅에서 사목 해야 이긴다. 이 땅에서 죽어야 산다

 한번 버린 사제는 다시 오지 않으리라. 오지않으리라 !

 보라! 폭풍이 온다. 교우들이여!

 이단과 불신들이 마음과 마음을 넘는다

 운명이라 이슬픔을 모른체 하려는가

 아니다. 운명이 아니다. 아니 운명 이래도 좋다

 우리는 운명보다 강하다 강하다

 이 원수의 불신을 파괴해다오! 내 신부들이여

 그 힘찬 의식 그 사랑있는 하느님의 말씀과 영혼으로

 싸울곳에 주져말고  죽을곳에 죽어서

 쓰러지는 교우들의 마음을 불러일으켜라

 하느님을 위해서 이몸이 숨길 무덤도 내 시체를 담을

 작은 관도 사양하노라

 

 오래지 않아 쳐진 바람이 내몸을 쓸어가고

 젖은 땅의 벌레들이 내 몸을 즐겨 뜯어도

 나는 유쾌히 이들과 벗이 되어

 행복해질 교우들을 기다리며

 이 골짜기 내 천주교에  한 줌의 흙이 되길 소원하노라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 있는 신부님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신부님을 본다.

 

 검은 제의 가슴에 찬 십자가

 그대는 자랑스런 주님의 종이었구나

 가슴엔 뜨거은 신앙이 뿜어나온다

 장미보다 짙은 사제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죽음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뵙지 않아도 그리운 사람, 생각나는 사람이 있기 마련 입니다

 산에 갈때 마다 (용산 본당의 엠마오 산악회) 교우 분들이

 모두 신부님 생각하고 기도 한답니다.

 다소 부족하고 서툴고 하지만 신부님 생각하는 마음에서

 글 올리니 어여삐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다신 이런  가슴 아픈 일이 없길 바라며 주님께

 마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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