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9일 (화)
(녹) 연중 제14주간 화요일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퍼온글] 작은 결혼식....큰 삶...(살아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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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petit] 쪽지 캡슐

1999-06-12 ㅣ No.158

아래 조재형 신부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자유게시판에서 많은 분들의 호응을 받았던 글 한편을 퍼올립니다.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 지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성당의 결혼식 이야기가 참 뜨겁습니다.

 

성당의 결혼식 이전에 이 문제는 우리 사회의 결혼식 문화의 문제를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갈 수록 화려해지는 예식문화!

 

아름답고 화려하긴 하지만 그 화려함 뒤의 많은 문제들을 좀 생각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꼭 결혼식이 축의금을 받고, 드레스를 입고, 식사를 대접하고, 야외촬영을 하고, 해외신혼여행을 다녀오고 해야하는 걸까요?

 

많은 생각을 하다가

남편과 저는 작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결혼할 당시 남편은 예비자교리중이었습니다.

당시 고시 공부를 하고 있던 남편의 시험이 임박해져오고 더 없이 뒷바라지가 필요할 때 였습니다.

 

영세 때 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던 우리는 신부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관면 혼배를 받게 되었습니다.

 

삼성산 성당이 지금과 같은 성전을 갖기 이전 지하의 작은 성당일 때의 일입니다.

목요일 저녁 7시 미사 전 가까운 분들을 모시고 관면혼배를 받았습니다.

 

강론시간...

특별히 우리를 위해서 강론을 해 주시는 신부님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많이 떨리고 많이 행복했습니다.

 

드레스도 입지 않았고, 신혼여행도 가지 않았고 , 야외찰영도 하지 않았지만 ,

모든 것을 다아시는 그 분앞에 진실하게 하나됨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분만을 의지하고

그 분께만 위안을 받았던 우리의 작은 결혼식....

 

드레스가 화려할 필요도, 어색한 사진으로 많은 것을 남겨둘 필요도 ,

복잡한 신혼여행지를 누빌 필요도 .....

아무것도 필요없었습니다.

 

다 아시고 따뜻하게  축복 해 주시는 그 분과

진실하게 하나된 우리사랑이면

온 세상은 가득한 환희였습니다.

 

지금도 그 작은 결혼식은 친구들 사이에도, 가족들 사이에도 작은 화제거리 입니다.

 

우리의 신혼살림은 가구 하나없이

책상과 의자와 침대, 함께쓰는 세탁기가 미리 갖춰진 5평짜리 원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공부하고 밥먹고 잠만 자면 되는 우리의 그 당시 생활에는 꼭 맞는 집이었습니다.

 

결혼식한 다음날 아침 새벽밥을 해먹고

남편과 나는 각각 독서실로 향했습니다.

 

점심시간에 잠시 만나고 다시 저녁시간에 만나고 다시 헤어저 밤12시가 되면 그제서야 우리는오래오래 얼굴마주 할 수가 있었습니다.

 

공부할 시간을 쪼개어 살림을 하기 위해 저는 자전거 한대를 장만했습니다.

쉬는 시간에 세탁기돌리고 가서 공부하다가

다시 쉬는 시간에 빨래널고,

 

공부하다가 쉬는 시간에 자전거타고 시장가고....

잠시 틈이 나면 요리책 뒤적거려 메뉴짜서 독서실 책상머리에 붙여 놓고.....

 

때문에 남들과 달리 제 책상머리에는 '된장찌개, 고등어구이,계란찜...'이런 요상스런 메모들이 노란색 포스트 잇에 적혀 늘어서 있었습니다.

시장갈 때 하나씩 떼어가는 메모들입니다.

 

한 번도 고생스럽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부모님께 큰 짐 지워드리지 않고

힘 닿는 데 까지 형편 껏 살아가는 우리가 스스로 자랑스러웠습니다.

 

부모님은 이런 우리 모습을 안타까워 하셨지만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인생이 큰다고 생각하는 남편의 생각에 저도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 후

 

공부도 마치고, 아이도 낳아 안정된 가정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풍족한 살림도 아니고 걱정거리 없는 느긋한 삶도 아니지만,

지난일들을 지내 온 것 처럼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보자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항상 우리를 지켜주시고 믿어주시는 성모어머님과 주님이 계시니

걱정은 하지않고 삽니다.

 

긴 이야기가 되어 죄송합니다.

 

화려한 결혼식만이 행복한 건 아니라는 작은 삶을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아멘....

 


(조연 님, 허락없이 글을 퍼와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좋은 글은 널리 읽혀야 한다는 생각에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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