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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흐른 후, 그 영광은 결국 교회의 고위 성직자들에게 주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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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고 지학순 주교가 유신정권의 부당함을 고백한 양심선언으로 인하여 투옥되었을 때에 교회 내의 여러 성직자가 지 주교를 교회 체체에 문제를 일으킨 사제라고 매도해 여론에 큰 파문이 일었다.
1989년 문규현 신부가 월북한 임수경양과 함께 40년 이상 아무도 넘지 못한 분단의 벽인 판문점을 넘었을 때에 교회 내외의 모든 언론은 문 신부를 용공주의자로 매도하였다. 문 신부는 주교들의 암시적 동의로 보안사범으로 재판을 받고 3년 이상의 옥살이를 하였다. 미국에서는 1986년 시애틀시의 교구장인 헌트하우겐 대주교가 핵전쟁을 반대하는 신념으로 교구 신자들에게 국방세납부거부운동을 하였는데 다른 근거를 들어 교구장 권한을 박탈당했다(후에 복권됨). 물론 이 경우도 방위산업체와 우파 신자들에게 증오심을 일으켰고 또한 주교들 중에서도 많은 이가 문제를 일으킨 성직자라고 매도하였다. 역사가 흐르면서 고 지학순 주교의 ‘양심선언’은 위장된 허위를 고발하고 진실을 외치는 고백의 의미로 국민의 의식 속에 복음으로 자리를 잡았고, 분단의 벽을 허문 문규현 신부의 투신은 남북교류의 물고를 트는 계기가 되었으며, 헌트하우겐 대주교의 투신은 미국의 핵확산금지운동을 전세계에 펴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6월 30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관으로 열린 시국미사는 누구도 예상 못한 수만 명의 신자들과 시민들 그리고 전 교구에서 온 300여명의 사제들의 주례 속에 봉헌되었다. 이로 인해 정치권과 교회 내외는 큰 파문에 휩싸였다. 언론매체는 시각에 따라 긍정·부정의 보도를 하였지만 역시 교회언론은 침묵에 가까운 보도를 하면서 일부 고위 성직자들은 또 문제를 일으킨 사제들이라고 부정적인 시각을 표출하고 있다. 일부 보수극우파 신자들은 “이런 사제들은 공산주의자들이니 사제직에서 퇴출시키든지, 인사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매도하고 있다.
이런 시각을 가진 성직자, 평신도들은 항상 기득권적인 정치권(독재정권이든, 무능정권이든, 비민주주의 정권이든 관계없이)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는 것이 제도교회를 지킨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고위 권력 · 재력을 지닌 이들과 친교를 나누는 사제들을 유능한 사제로 보고 있고, 고통받는 민중과 아픔을 나누는 사제들에 대해서는 매도하고 인사상에도 불이익을 주고 있다. “외국으로 가라”, “안식년을 하라”는 소리도 들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고위 성직자들은 사제들이 성당 내에서만 열심히 성사집행을 잘하고 헌금을 많이 거두면 유능한 사제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주교단의 사목교서》,《공의회 문헌》,《교황 교리》에 나오는 가르침에 직접 문답하여 투신하는 사제들을 문제를 일으키는 이로 보고 있다. 매주일 미사중에 드리는 신자들의 기도는 평화 · 정의 · 통일 · 양심 · 봉사 · 위정자들을 위한 지향인데 이런 기도지향에 응답하는 사제들을 문제를 일으키는 사제들로 간주하는 교회의 모습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예수님은 당시 기득권층에 큰 문제를 일으킨 분으로 매도되고 처형되셨다.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소금을 뿌리고 빛을 던지는 사제들을 매도하지만 역사 안에 결실을 맺을 때에 그 영광은 결국 교회의 고위 성직자들에게 주어진다는 사실을 다시 토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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