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2일 (목)
(자) 대림 제2주간 목요일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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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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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 [osspaolo] 쪽지 캡슐

2001-03-14 ㅣ No.2084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 끝부분에 이런 구절이 있다: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며...>

 

우린 때론 상처를 받는다.

그 어떤 상처도 내가 받는 상처는 가장 크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남들이 보기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보이지만

당하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고통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상처는

내가 사랑했기에 나도 사랑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형제에게서

오히려 모함이나 몰이해, 배신감 같은 것을 느꼈을 때

극도에 달하게 된다.

 

최근에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어쩜 그럴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

일이 있어 줄곧 나를 괴롭혀 왔다.

내가 정말 그 약점과 한계를 감싸주고 이해하고 남에게도 좋은 쪽으로만

말해주곤 했던 형제로부터 나에 대한 루머성 소문을 유포하며

정말 악하게 그럴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했던 것이다.

그 형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내가 몰래 그렇게 감싸주고 사랑했던 것을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안타깝다.

 

그 때문에 더욱 더 힘들었다.

몇년전 안식년을 할 때도 그 형제가 나를 무척이나 힘들 게 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것도 본인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또다시 그형제가 그런다니...

아, 정말 가서 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괴롭고 아팠다.

왜 나에게는 한마디 물어보지도 않고 악성루머에 사로잡혀 있는 걸까?

뭐가 그리 두려운가?

나에게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진실을 왜곡하며 나를 깎아내리기에 급급하다니...

 

정말 요즘 같으면

성 프란치스코의 기도를 외면하고 싶다.

<나는 위로받고 싶습니다고 외치고 싶다.>

<왜 나는 매일 위로해야 되고, 위로를 받아서는 안됩니까> 하며 항변하고 싶기도하다.

이렇게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픈데...

나 자신 때문에도...

그 형제 때문에도...

 

하지만

성 프란치스코의 그 기도문이 내 머리를 떠나지 않음은

하느님이 주시는 메시지일까?

<정말 위로를 받고 싶으냐?

그렇다면 위로받기보다는 먼저 위로하라!>

그래, 이게 정답이다.

그 형제 때문에 위로받고 싶다면

그 위로를 구하지 말고

다른 형제, 자매들을 더 위로하라!

 

제베대오의 두 아들은

어머니 치맛바람을 내세워

다른 제자들보다 윗자리에 앉으려 주님께 청탁한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서로 아귀다툼을 한다.

그러니 우리 형제들도 마찬가지인가보다.

서로 사랑하고 서로 섬기고 서로 겸손해야 할 형제들이

서로 아귀다툼을 한다.

서로를 헐뜯고 흠집내면서 올라서려고...

오호통재라!

 

그래서 주님은 말씀하신다:

<너희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세속사람들처럼 말이다.

진정 높아지려며는 섬기라고,

위로를 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섬김을 받기보다는 섬기고

사랑을 받기보다는 사랑하라고...

 

맞습니다, 주님!

제가 또 졌습니다.

맞습니다, 사부님!

제가 졌습니다.

제가요.

 

아, 이 아픔을 어이할꼬!!!

형제로부터 상처받은 것 때문이 아닌

내가 더 사랑하지 못하고, 내가 더 섬기지 못하고,

내가 더 위로하지 못한 것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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