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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Eres tu; 주님의 기도’는 전례성가로 쓰여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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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신 [cassini] 쪽지 캡슐

2011-07-20 ㅣ No.177689

출처 : 신당동 성당 청년회

1. ‘Eres tú 주님의 기도’의 탄생

1.1.
 이 노래는 원래 스페인의 혼성 보컬그룹 모세다데스(Mocedades)의

히트곡이었습니다.
1973년에 발표된 이 노래가 1974년에 빌보드 싱글차트 9위까지 올라가면서
모세다데스는 자신들과 이 노래를 전세계에 알렸는데,
이 곡이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안되어 불리면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1978년 대학가요제에서
그룹 ‘상투스’가 ‘그대 있는 곳까지’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여
큰 인기를 얻은 바 있습니다.


1.2. 
‘Eres tu’에 기도문을 입힌 주님의 기도

1978년, 생활성가 작곡가이자 가수인 김정식 로제리오 형제의
1집 앨범 ‘그대 잊지 않으리’가 출시되었습니다.
생활 속에서 보다 발랄한 곡으로 주님을 찬미하고자 하는 취지가 담겨있던
이 앨범에 ‘주의 기도’라는 제목의 곡이 있었습니다.

1) 앨범에는 ‘외국곡, 김정식 정리’라고 되어있었으며,
그 ‘외국곡’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모세다데스의 ''Eres tú''였습니다.

이 앨범에 출시되면서 곧 이 ‘주의 기도’ 역시 한국 천주교 내에서,
특히 당시 젊은 층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져나갔습니다.
이 시기가 생활성가가 조금씩 유행처럼 번지고 있을 즈음이면서도
생활성가의 느낌을 가진
주의 기도(이 당시는 ‘주님의 기도’라고 하지 않고 ‘주의 기도’라고 하였음)가
아직 없었을 시기였으므로,
김정식씨가 개사한 이 곡은 빠른 속도로 청년 교우들에게 알려졌습니다.
그 영향으로 지금도 많은 본당의 청년 미사에서는 이 곡을 쓰고 있습니다.

 
2. ‘Eres tú 주님의 기도’, 왜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가.

 사실상 국내 생활성가의 선구자격의 역할을 한 이 곡은,
그러나, 이제 미사에서 사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비판을
더 많이 듣는 곡이 되었습니다.
전례학자나 가톨릭 교회음악을 하신 분들은 물론,
생활성가를 하시는 분들조차
이 곡이 미사에서 불려지는 것에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2.1. 본당마다 가사(기도문)가 조금씩 다르다. 

여러 군데의 본당을 다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Eres tú 주님의 기도’는
단일 종류가 아닌 몇 가지 종류가 존재합니다.
음악적인 부분은 제쳐두고서라도 그 노랫말부터 변종이 등장합니다.
몇 가지 성가집을 조사해 본 결과 다음의 부분이 크게 달랐습니다.


예 1) ‘……아버지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예 2) ‘……당신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이 땅에도 이루어지소서.’

예 3) ‘……아버지 나라가 오시며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예 4) ‘……아버지 나라가 오시며 하늘에서와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출처) 차례대로 ‘김정식 로제리오 생활성가 악보집’,
‘서울대교구 청년성서모임 연수성가집’, ‘청소년 성가’ 75번,
‘수원교구 청소년/청년 성가집 야훼이레’ 129번.

이 부분을 비롯하여 다른 부분들도
자잘한 부분들이 수록 성가집마다 차이를 보입니다.
이 때문에 이 곡을 알면서도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위의 첫 번째 예시대로 곡을 알고 있는데,
두 번째 예시대로 노래를 하는 성당에 가서 미사 참례하면
노래를 부르기 힘들게 되는 것이죠.

미사 중 성찬 전례의 영성체 예식
제일 처음에 오는 기도가 바로 주님의 기도입니다.
주님의 기도를 그 시점에 바치는 것은
주님과 우리 모두의 일치(Communio)를
다시 한 번 확인하려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는 성체 성사의 의미와도 직결됩니다.
그런데 이런 주님의 기도가 위와 같은 특성 때문에 일치를 해친다면
미사에 사용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친히 가르쳐주신 주님의 기도가 하나뿐인데,
‘Eres tú 주님의 기도’는
그 안에서부터 종교 분파가 생겨나듯이 갈라지고 있습니다.


2.2. 출처 불명의 기도와 그 기도가 놓인 자리 

한국 천주교 공식 전례서에 있는 주님의 기도와
이 곡의 가사를 비교해보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가사인지 알 수 없는 내용이 보입니다.
대체로(이 역시 성가집마다 다르므로) 다음과 같습니다.


‘영광이며 사랑이신 우리 주님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어찌 보면 영광송의 내용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만,
영광송이든 다른 기도이든
본래의 기도에 출처 불명의 기도가 섞여 들어가는 것은 잘못입니다.
가톨릭 성가 387번에 수록된 주님의 기도(이종철 곡)의 경우,
공식 ‘주님의 기도’에는 존재하지 않는 ‘저희’라는 단어 하나가

마지막 줄에 들어갔다는 이유로도 현재 비판이 많은데,
위처럼 아예 한 문장 자체가 임의로 들어간 것이라면
그 문제는 매우 심각해집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임의로 삽입된 이 기도문이
이 곡의 음악적 클라이막스 부분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되면 주님의 기도가 중심에 놓이는 것이 아니라
영광송 유사 가사를 위하여
앞의 주님의 기도가 존재하게 되는 음악적 형식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즉, 더 이상 곡의 제목을 ‘주님의 기도’라고 할 수 없다고 봐야 합니다.

2.3. 클라이막스 부분에 등장하는 난데없는 고음

 이 곡의 클라이막스 부분에 엄청난 고음이 등장합니다.
이 곡을 E장조로 연주한다고 했을 때
‘처음과~’ 부분에 등장하는 F# 음이 바로 그것인데,
이는 베이스와 알토의 음역을 벗어나는 음역입니다.
이 곡을 미사에 사용하는 그 어느 성당의 어느 미사에 가서 봐도
이 부분 제대로 처리하는 본당을 본 적이 없습니다.
때문에 교우 전체의 제창으로 부르기에는
매우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곡입니다.


2.4. 주님의 기도 문구 왜곡

 이제 공식 ‘주님의 기도’와
‘Eres tú 주님의 기도’의 가사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공식 기도문

Eres tú 주님의 기도

(김정식 1집 개정본)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 이름 빛나시며

( )

아버지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저희게 일용할 양식 주시고

( )

저희의 죄를 용서하시고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도 저희 구하소서.

<이후 영광송>

 
 


‘Eres tú 주님의 기도’에는 ‘거룩히’, ‘오늘’, ‘저희를’ 등
중요한 단어가 생략되어 있는 데다가,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나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와 같은
중요한 문구가 빠져 있습니다.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는 전자의 문구는
구원의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말이며,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는
용서의 조건을 말해주는 구절입니다.
죄인인 우리가 주님으로부터 자비를 얻기 위해서는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형제를 용서해야 합니다.
그런데 ‘Eres tú 주님의 기도’에는 그런 부분은 없고
주님께서 우리 죄를 용서해 주는 부분만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 이것은 완전히 반쪽짜리 주님의 기도라고 봐야 합니다.1)


2.5. 곡의 태생 자체가 교회 바깥의 세속 음악이다

 위에서 설명한 다른 이유들을 그냥 무시하셨다면
이제 왜 ‘Eres tú 주님의 기도’를 미사 시간에 부르지 않아야 하는지를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공적 증거를 알려드리겠습니다.

1993년 로마 교황청 가정평의회와 이탈리아 주교회의에서는
영화음악 주제곡, 상업광고 음악,
예술 가곡, 오페라 아리아, 독일 가곡 등은
로마 가톨릭 미사 전례의 본래 의미를 해치는 곡들이므로
전례 중에 절대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곡들로는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와 구노의 아베마리아,

헨델의 라르고(가사를 바꾼 o mio signore도 포함)
그리고 폴 사이몬이 작곡한 주님의 기도와
결혼 행진곡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였습니다.

곧, 제 아무리 가사를 기도문으로 바꿨다고 한들
곡의 원래 태생 자체가 세속 음악이었다면
결코 그 곡은 미사 전례에 들어올 수 없다는 뜻입니다.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는
원래 ‘호숫가 위의 여인’이라는 제목의 곡이었으며2), 

구노의 아베마리아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제1권의 1번 전주곡을 반주로 사용한 것이고, 

헨델의 라르고는 원래 ‘오, 나무 그늘이여’라는
일반 이탈리아 가곡이었습니다. 

베토벤의 장엄미사곡 등은 ‘미사곡’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고
가사도 모두 미사곡과 동일하지만
전례용이 아닌 세속 음악으로서 작곡했다는 이유로
전례에는 절대로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
 


‘미사곡’이라 불리는 곡들 중에도 전례에 사용할 수 없는 곡이 있는데
하물며 일반 가곡은 어떻겠습니까.
세속적인 곡에 기도문을 붙여서 사용하면
미사에 참여하는 교우들이 온전히 말씀과 성체에 집중하지 못하게 됩니다.
또한 주님께 드리는 거룩한 노래에는 흠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교황청에서 발표한 위의 내용에 의거하여 본다면
결국 ‘Eres tú 주님의 기도’는 미사용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맺음말

 자랑스러운 가톨릭 교회는 전례적으로 통일되어 있는 교회입니다.
곧 같은 날에는 전 세계의 어느 성당에 가든 똑같은 본기도를 드리고
똑같은 말씀을 들을 수 있으며,
똑같은 미사 순서에 의해 거룩한 미사를 봉헌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례적 통일성은
세계의 가톨릭 교우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여
우리 교회의 일치를 자랑하고 그 어떠한 악의 세력으로부터라도
교회를 굳건히 지켜 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본당 전례 담당자들에게 부탁드립니다.
이러한 가톨릭 교회 전례 통일성을 위해
제발 위에서 언급한 ‘Eres tú 주님의 기도’를 사용하지 말아 주십시오.
우리말 ‘주님의 기도’를 온전히 보존한 주님의 기도 노래는 정말 많습니다.
혹시 ‘Eres tú 주님의 기도’를 사용하고 있는 본당이 있다면
빠른 시일 내에 교우들이 쉽게 부를 수 있으며
주님의 기도 경문을 제대로 담고 있는 다른 곡으로 교체하여 주십시오.


* 주님의 기도

Pater noster, qui es in cælis:

sanctificetur nomen tuum;

adveniat regnum tuum;

fiat volúntas tua, sicut in cælo,

et in terra.

Panem nostrum cotidiánum da nobis hódie;

et dimítte nobis debita nostra,

sicut et nos dimíttimus debitoribus nostris;

et ne nos indúcas in tentationem;

sed líbera nos a malo.

Amen.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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