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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 연중 제2주간 목요일 더러운 영들은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소리 질렀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당신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이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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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일 토요일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사제 기념일-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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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2-08-04 ㅣ No.7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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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일 토요일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사제 기념일-마태오 14,1-12

 http://www.catholic.or.kr/


 

“임금은 괴로웠지만, 맹세까지 하였고 또 손님들 앞이어서 그렇게 해주라고 명령하고, 사람들을 보내어 감옥에서 요한의 목을 베게 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

 

 

    인도 힌두교 경전 우파니샤드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일몰의 아름다움이나 명산의 웅장함 앞에 잠시 멈춰서 ‘아!’ 하고 탄성을 지르는 것은 신성(神性, divinity)에 참여하는 것이다.”

 

    아장아장 걸어가는 세 살 바기 어린아이나, 이른 봄에 맹렬히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들을 보고, ‘귀엽다’, ‘예쁘다’고 하지, ‘아름답다’, ‘곱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서쪽하늘 너머로 서서히 소멸되어 가는 해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석양이 곱다’, ‘장엄하다’, ‘아름답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진정으로 아름답다, 참으로 곱다는 말에는 소멸이 내포되어 있고, 그래서 그 말에는 설움이 배어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장면이 사라지려 할 때, 사람들은 그 마지막 장면을 다치지 않고 생생하게 잡아두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이승수, ‘사라지는 것, 그 찰나의 아름다움’ 참조).

 

    오늘 복음에서는 세례자 요한의 소멸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너무도 안타까운 죽음입니다. 너무도 아쉬운 죽음입니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죽음은 활활 타오르는 저녁노을보다 훨씬 더 고운 빛깔입니다. 그의 순교는 묵묵히 끌려가 털끝만큼의 저항도 없이 순순히 죽어간 무죄한 어린 양의 죽음과도 흡사합니다. 그의 최후는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과 그의 왕국을 위해 온전히 바쳐진 거룩한 산 제물이었기에 더욱 아름답습니다.

 

    예언자의 삶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의 삶은 혹독하게도 고독한 삶입니다. 이 땅에서 소멸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춥고 허전합니다. 그의 일상은 고뇌와 번민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모든 결핍이 메시아를 위한 것이어서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

 

    오늘 우리의 삶이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신산(辛酸)하다면, 어쩌면 우리는 잘 살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나날이 고독과 외로움, 모순과 갈등으로 가득하다면, 어쩌면 우리는 그런대로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그 누군가로부터 이유 없이 천대받고 갖은 고통을 겪고 있다면, 어쩌면 우리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처럼 말입니다.

 

    이 한 세상 살아가다보면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것이 ‘소멸의 과정’입니다. 세월 앞에 장사 없습니다. 어느 정도 삶을 이끌어 나가다보면 어쩔 수 없이 여기저기 상처가 생깁니다. 원치 않는 병고도 뒤따릅니다. 조금도 예기치 않았던 내리막길도 걷게 됩니다.

 

    그 순간이 찾아오면 꼭 세례자 요한의 소멸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소멸의 과정을 기쁘게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소멸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로 장식하시기 바랍니다.

 

    꽃은 떨어지는 향기가 아름답습니다.

 

    해는 지는 빛이 곱습니다.

 

    노래는 목마친 가락이 묘합니다.

 

    님은 떠날 때의 얼굴이 더욱 어여쁩니다.

 

    (한용운, 떠날 때의 님의 얼굴)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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