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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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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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7-01-17 ㅣ No.109445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서 혼인을 하게 됩니다. 인연 때문에 혼배미사 주례를 하곤 합니다. 혼인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준비를 하게 됩니다. 사진도 찍고, 예단을 준비하고, 신혼여행 장소도 정하고, 두 사람이 살아야 할 집도 알아보고, 혼인 예복도 마련하고, 혼인을 할 성당도 정하고, 청첩장도 만들게 됩니다. 이렇게 외적인 준비는 빈틈없이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들은 잊어버리곤 합니다. 양가의 부모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것, 혼인을 하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편지를 쓰는 것, 혼인을 하기 전에 고백성사를 보는 것들을 소홀하게 여기곤 합니다. 저는 혼배 면담을 하면 내적인 준비를 하도록 권유를 합니다.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를 적어 보라고 합니다. 그 적은 것들을 제게도 보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저는 그것을 읽으면서 혼인미사 강론을 준비하곤 합니다. 중요한 것은 외적인 준비가 아니라, 내적인 준비라고 당부를 합니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몇 가지 구분을 해야 합니다. 소중한 것과 중요한 것을 구분해야 하고, 시급한 일과 천천히 해도 되는 일을 구분해야 합니다. 먼저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도 될 일을 구분해야 합니다. 인생을 효과적으로 사는 사람들은 이 식별을 잘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일보다는 소중한 일을 먼저 하는 사람, 천천히 해도 되는 일보다는 시급한 일을 먼저 하는 사람, 나중에 해도 되는 일보다는 먼저 해야 할 일을 구분하는 사람이 인생을 효과적으로 살기 마련입니다. 그런 사람은 좋은 밭에 떨어진 씨앗처럼 풍성한 열매를 맺기 마련입니다.

 

공부할 때도 그렇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집중력이 좋습니다. 다른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습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필요한 것들만 하기 때문에 시간의 손실이 적습니다. 공부를 잘 못 하는 학생은 다른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곤 합니다. 책상 정리를 하고, 필기구를 고르고, 인터넷에서 기사를 검색하고, 게임을 한 판 하고, 친구들의 카톡을 검색하고 드디어 책을 펼칩니다. 영어책을 보면서 수학을 걱정하고, 수학책을 보면서 국어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책상에는 오래 앉아 있지만 결국 중요한 공부는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신학교의 교정에는 교가가 있습니다. ‘진세를 버렸어라. 이 몸마저 버렸어라. 깨끗이 한 청춘을 부르심에 바쳤어라. 성신에 그느르심 아득한 이 동산에 우리는 배우리라. 구원의 Veritas!' 어제 다시 읽어 보니 가슴이 뭉클합니다. 가사의 내용처럼 살지는 않았지만, 그 가사를 만드셨던 신부님이 생각났습니다. 후배들이 바로 그런 모습으로 신학교에서 살아가기를 희망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교정에는 이런 글도 있습니다. “계획은 사람이 세우고 결정은 야훼께서 하신다.”(잠언 16,1) 많은 꿈과 희망을 가지고 공부를 하지만, 그것을 이루어주시는 분은 하느님이라는 뜻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불의와 부조리를 말합니다.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들이 고통 받는 것을 말합니다. 피부색 때문에, 혈통 때문에 싸우고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말을 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어디 계시는지 묻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런 현실 앞에서 신앙을 부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이런 현실 앞에서 끊임없이 꿈을 꾸고, 더 낳은 세상을 위해서 노력하며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기도 합니다. 바로 그런 사람들이 이 말씀을 가슴에 품고 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사위는 사람이 던지지만 결정은 하느님께서 하신다.’

 

도자기는 도공에게 왜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말하지 않습니다. 주어진 모습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들 또한 주어진 삶의 자리에서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실을 맺어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라는 희망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나그네입니다. “희망은 우리에게 영혼의 닻과 같아, 안전하고 견고하며 또 저 휘장 안에까지 들어가게 해 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의 아들은 우리들과 함께 하시며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아들은 또한 안식일의 주인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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