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3일 (화)
(백) 부활 제4주간 화요일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일

스크랩 인쇄

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7-01-21 ㅣ No.109534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무모해 보이는 일을 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말도 있습니다.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떤 삶을 사셨을까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삶을 사셨던 것 같습니다. 성서에 나오는 많은 예언자들도 역시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삶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오늘 축일로 지내는 아녜스 성녀도 그런 삶을 사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은 우리들의 조건이 충분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아브라함은 우유부단했었습니다. 모세는 너무 소심했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을 박해했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했습니다. 토마 사도는 자신의 눈으로 봐야만 믿겠다고 우겼습니다. 다윗은 충실한 부하를 죽이고, 여인을 취했습니다. 요나는 하느님의 뜻을 따르지 않고 도망을 갔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그분들을 사랑하셨고, 가능성을 보시고 구원의 역사에 함께 하셨습니다.

 

겉으로는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많은 가정은 서로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이 만난 것처럼 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갈등이 커지면 다투게 되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가정이 깊은 상처를 남기고 깨지기도 합니다. 사제들도 신자들과 함께 지내면서 부부처럼 한 집안에서 살지는 않지만 더러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사제가 신자들과 어울려 식사를 자주하면 기도하지 않는다고 하고, 늘 성당에 있으면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모든 일을 신자들과 상의해서 하면 추진력이 없다고 하고, 혼자서 결정을 하면 독단적이라고 합니다. 강론이 길면 지루하다고 하고, 강론을 짧게 하면 준비가 부족하다고 합니다. 사회문제를 이야기하면 정치적이라고 하고, 신앙 이야기를 하면 현실을 잘 모른다고 합니다.

 

사제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기껏 준비한 강론을 하는데 주보를 보거나, 조는 분들이 있습니다. 피정을 준비했는데 오셔야 될 분들은 오지 않습니다. 성당의 시설물들을 사용하면 제자리에 갖다 놓지 않습니다. 미사 전에 미리 와서 기도를 하면 좋겠는데 미사 시간이 돼서야 성당에 오고, 늦게 오는 분들도 있습니다. 성당의 재정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사제와 신자들도 서로의 다름을 틀림으로 생각해서 오해를 하고, 위기를 겪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친척들은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예수님께서 미쳤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기준에서 보면 예수님께서는 미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오리를 가자는데 십리를 가주기 때문입니다. 왼뺨을 때리면 오른 뺨을 내 주라고 하시기 때문입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고 하시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 자비를 베푸는 사람,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이 행복하다고 하시기 때문입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 하시기 때문입니다.’

 

출세와 성공 그리고 부와 명예를 쫓아가는 사람들의 눈에는 지금도 예수님께서 미친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미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인류의 영적인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신 것입니다. 우리의 영혼을 땅을 기어 다니는 애벌레의 수준에서 하늘을 훨훨 날아가는 나비의 수준으로 올려놓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내면에 있는 하느님의 모상을 보여 주셨고, 이 세상에서 영원한 생명을 맛 볼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사제로 살아가면서 많은 경우에 주님을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주님께서 하신 방법을 따라 하기보다는, 나를 위해서, 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살았던 적이 많습니다. 주님께서 보여주신 길을 가면 우리들 또한 이 세상에서 영원한 생명을 맛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버리는 삶입니다. 주는 삶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3,749 6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