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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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4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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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7-03-26 ㅣ No.111010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났습니다. 삶의 자리는 다르지만 만나면 38년 전 고등학생으로 돌아갑니다. 그때는 우리 안에 감추어져있던 가능성들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어떤 친구는 조경 전문가가 되었고, 어떤 친구는 대기업의 이사가 되었고, 어떤 친구는 작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어떤 친구는 자동차 매매업을 하고 있고, 어떤 친구는 반도체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제가 되었습니다. 시간과 공간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오늘의 모습들이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친구들은 제가 사제의 길을 갈지는 몰랐다고 이야기 합니다. 하긴 저도 친구들이 지금의 모습으로 살아갈지는 몰랐습니다.

 

눈이 있지만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은 겉모습만 보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삐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잣대로 보려하기 때문에 현실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날 때부터 소경인 사람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사람이 소경이 된 것은 조상의 탓도 아니고, 본인의 탓도 아닙니다.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기 위한 것입니다.’ 바리사이들은 사람이 아픈 것도, 장애인이 되는 것도 모두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기 위한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같은 사물을 보면서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오랜 동안 앞을 보지 못한 소경이 눈을 뜬 것은 축하할 일입니다. 가족들에게도 기쁜 소식입니다. 그런데 바리사이파 인들은 소경이 눈을 뜬 것이 신학적으로 합당한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명한 독화살의 비유와 같습니다. 사람이 독화살을 맞았으면 먼저 치료를 해야 합니다. 사람을 살려야 합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화살이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어떤 사람이 쏘았는지를 먼저 따집니다. 왜 화살을 쏘았는지를 생각하는 동안에 화살에 맞은 사람은 독이 온 몸에 퍼져서 죽을 수 있습니다.

 

오늘 성서 말씀을 묵상해봅니다.

너희는 사람들의 외모와 능력, 사람들의 겉모습만 보지만, 야훼께서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보신다.” 마치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자신만의 에 갇혀서, 다른 이들의 생각을 보지 못하고, 편견과 독단과 아집과 이기심으로 세상을 바라본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그런 나 자신은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며, 몸이 있어도 참된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그러기에 오늘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참으로 볼 수 있는 心眼을 요구하십니다. 참으로 들을 수 있는 智慧를 요구하십니다. 눈을 들어 세상을 봅니다. 참으로 보지 못하고, 참으로 듣지 못해서 눈과 귀가 있으면서도 그릇된 곳으로 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겉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여, 욕하고, 비난하고, 침을 뱉으며, 인격을 무시합니다.

 

그래서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나는 보는 사람은 보지 못하게 하고, 보지 못하는 사람은 보게 하려고 왔다.” 진실을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바로 이런 사람들에게 거짓과 가식과 허영에서 벗어나 참된 진리를 보도록 요청하십니다. 그리고 이제 참된 세상을 보도록 인도하십니다.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세상을 보도록 인도하십니다. 희망과 평화, 진실과 사랑이 한데 어울려, 참된 빛을 볼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십니다.

 

아름다운 꽃을 보기 전에, 저 땅 속에서 쉼 없이 양분과 물을 찾고 있는 뿌리를 볼 수 있다면 깨끗한 거리를 보기 전에, 새벽부터 일어나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을 볼 수 있다면 일등에게 찬사와 축하를 보내기 전에, 꼴등에게 위로와 격려를 먼저 할 수 있다면 용서받기를 원하기 전에, 먼저 용서를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둠에서 벗어나 이미 빛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참회와 절제, 자선의 사순시기도 벌써 반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난 과연 무엇을 보고 있는지, 난 과연 무엇을 보기 싫어하는지 곰곰이 생각하면서 한 주간을 지냈으면 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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