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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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8 화/ 고통과 해방의 자리인 벳자타 연못가 - 기 프란치스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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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 [20sook] 쪽지 캡슐

2017-03-27 ㅣ No.111056




사순 4주 화, 요한 5,1-3ㄱ. 5-16(17.3.28)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라.”(요한 5,11)





Cure on a sabbath






고통과 해방의 자리인 벳자타 연못가

 

벳자타 못가에는 눈먼 이, 다리 저는 이, 팔다리가 말라비틀어진 이 같은 병자들이 많이 누워 있었습니다(5,3). 그 가운데는 간절히 치유를 바랐으나 치유 받지 못한 채 서른여덟 해나 앓아 누워있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는 다른 이들에게 배척을 당하여 공평한 치유 기회마저 갖지 못한 채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벳자타 못 주변은 무관심으로 인한 사회적 소외와 육신의 병고에 따른 속박이 표출되고 있었습니다. 유다인의 축제가 다가옴에도(5,1) 평화의 도시 예루살렘에는 아픔과 무관심, 치유의 기회마저 공평하게 얻지 못하는 사회적 불공평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곧 하느님과의 관계 단절로 인해 인간 소외가 어둠처럼 밀려든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어쩌지도 못한 채 누워 있는 그 병자를 보시고 또 이미 오래 그렇게 지낸다는 것을 아시고는, “건강해지고 싶으냐?” 하고 물으십니다(5,6). 육신의 치유만이 아니라 자유와 변화를 바라는지 물으신 것이지요. 그 병자는 고쳐달라고 청하지 않고 빨리 움직일 수도 없고, 못 속에 넣어줄 사람도 없는 자신의 처지를 말씀드립니다(5,7).

예수님께서 그에게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거라." 하시자 그 사람은 곧 건강하게 되어 자기 들것을 들고 걸어갑니다(5,8-9). 예수님께서는 이렇듯 철저히 소외당한 그에게 자유를 주시고, 하느님의 선을 드러내신 것입니다. 그런데 유다인들은 예수께서 안식일을 어기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하느님과 대등한 존재로 내세웠다 하여 적대시합니다(5,10.16.18)

예수님께서는 극도로 심한 병의 치유를 통해, 사회적 소외를 극복하고 하느님 안에서 해방을 체험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러나 유다인들은 예수님을 메시아로 받아들이지 않을 뿐 아니라 율법을 소외를 심화시키는 도구로 삼았습니다. 하느님의 선택된 민족이라 굳게 믿었던 그들 스스로가 사회적 차별과 소외의 불씨가 되어버린 것이지요.

오늘 나는 네가 살아가는 삶의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소외와 불의와 속박을 예수님의 눈으로 보고 있습니까? 그 가운데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소외를 극복하여 건강해지고 싶은 갈망이 있습니까? 선(善) 자체이신 하느님과의 일치를 희망하며 그 희망을 삶으로 드러내고 있습니까? 아니면 유다인들처럼 외형적인 규정과 제도를 앞세워 다른 이를 소외시키고, 하느님을 외면하고 있습니까?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자리가 바로 각자의 삶의 무게와 아픔과 소외를 안고 누워있는 벳자타 연못가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곳은 고통의 자리이자 해방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좌절하고 포기하지 않고 주님을 향한 희망의 끈을 버리지 말아야겠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과의 단절보다 비참한 것은 없는 까닭입니다.

우리 모두 외로운 사람들입니다. 각자의 십자가를 지고 가기에도 버거울 때가 많지요. 그러나 하느님을 향한 여정에서조차도 나만의 구원을 찾으려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자유와 해방, 영적인 기쁨을 찾는 나의 행위가 또 다른 소외와 차별을 불러일으켜서는 안 되겠지요. 누구든 주님의 사랑 앞에는 공평해야 합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다가오시어 나의 처지를 눈여겨보시고 고통과 불의와 소외에서 해방시켜주시는 주님께 자신을 맡길 수 있었으면 합니다. 나아가 율법과 제도와 사회적 지위를 이용하여 사람들을 속박하고 적대시하는 유다인들과 같은 태도를 버리고, ‘자기 들것을 들고’ 다 함께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가꾸어가도록 힘써야겠습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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