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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신부님의 살레시안 묵상] 인간은 자신의 노동을 통해 하느님께로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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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hunter14] 쪽지 캡슐

2017-05-01 ㅣ No.111779

인간은 자신의 노동을 통해 하느님께로 나아갑니다!

 

 

오늘은 노동절이자 법적으로는 근로자의 날입니다. 오늘은 이 땅의 모든 근로자들을 향해 깊이 고개 숙여 감사드려야 하는 날입니다. 저희 살레시오회 한국 관구 내 사업체에도 수많은 근로자들이 저희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직원이라는 호칭대신 함께 돈 보스코의 사명과 정신을 공유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동역자라고 칭합니다.

 

 

언젠가 한 사업체를 방문했을 때 한 동역자께서 그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살레시오회 안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해요. 살레시안들과 함께 일하는 것도 좋고 아이들 무럭무럭 커가는 것 바라보는 것이 너무 보람 되요.”

 

 

쪼들리는 살림이라 좀 더 챙겨드리지 못하는 것에 늘 송구한 마음이었는데, 그런 말씀을 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 노동, 근로라는 것이 보통 중요한 것이 아니더군요. 눈만 뜨면 매일, 그리고 평생토록 되풀이해야 하는 일, 그 일이 정말 가치 있고 동시에 재미있으며, 더불어 동료 인간과 세상에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일이라면, 또한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보람되고 기쁘겠습니까?

 

 

인간은 그런 것 같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합니다. 일을 통해 한 존재로서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낍니다. 일로 인해 한 존재가 활짝 꽃피어나며 충만한 인생을 엮어갑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 한국의 노동 현실을 살펴보면 너무나 암담하다 못해 참담합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 안에서 점점 고착화되어가는 정규직 비정규직의 구분! 그로 인한 극도의 차별대우와 상실감! 틈만 나면 자행되는 대량해고! 살기 위한 눈물겨운 몸부림!

 

 

뿐만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여러 측면의 계측에서 불명예를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OECD 국가 중 노동시간을 따지면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률은 1위입니다. 반면에 전체 고용률은 고작 60%에 불과합니다. 이토록 참혹한 현실이 우리 한국의 자화상입니다.

 

 

더 우리를 힘겹게 하는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오늘날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있어 취직자리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면접 트라우마로 인해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삶과 죽음 사이로 난 아슬아슬한 벼랑길의 끝에 서있는지 모릅니다.

 

 

고통과 슬픔은 취직하고 나서도 끊이지 않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직장, 모든 구성원들이 존중받는 직장을 꿈꿨지만 현실은 어디 그런가요? 근로자들은 경영인들의 부속품처럼 쉴 세 없이 움직여야 합니다. 칭찬과 격려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고용주들의 몰상식과 막말과, 언어폭력과 갑질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존엄성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의아해 하실지 모르겠지만 노동에도 영성이 있습니다. ‘노동의 영성입니다. 이제는 귀천하신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사용하신 용어입니다.

 

 

노동의 영성’, 그 핵심은 아주 쉽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노동을 통해 창조주시며 구세주이신 하느님께 가까이 나아간다는 것입니다. 결국 인간은 자신의 일을 통해 인간과 세상을 위한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열심히 노동하셨던 한 인간이셨습니다. 예수님은 출가하시기 전까지 양부 요셉을 따라 장인(匠人)으로서 매일 이마에 비지땀을 흘리며 사셨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일을 통하여 세상을 변화시켜나갈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완성시켜나갑니다. 뿐만 아니라 하느님 창조사업을 계승합니다. 따라서 오늘 노동하는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 하나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가치 부여입니다. 그 어떤 일에 종사하든 자신의 일에 중요성을 부여해야 합니다. 자긍심을 지녀야 합니다.

 

 

오늘 노동자 성 요셉 기념일을 맞아 세상의 모든 노동자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하루 노동자 성 요셉의 전구에 힘입어 은총 충만한 하루, 새로운 에너지를 충만히 부여받는 행복한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이 하시는 모든 일들, 세상을 위해, 언젠가 도래할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 꼭 필요한 일임을 확신하십시오. 어려운 일이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매일 되풀이하는 이 일을 통해 내가 성장하고, 내가 성화되며, 내가 하느님 창조사업에 참여한다는 의식을 지니시면 좋겠습니다.

 

 

대선이라는 범국가적인 대사를 앞둔 우리들입니다. 연이은 그릇된 선택으로 인해 국가 전체가 파탄 직전입니다. 정말이지 이번만큼은 선택에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겠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적어도 한 인간 존재로서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사람을 우리의 지도자로 뽑아야겠습니다. 하루 온 종일 애써 일하는 근로자들을 향한 감사의 정을 듬뿍 지닌 후보를 지도자로 선출해야겠습니다.

 

 

뱉어내는 말들 한 마디 한 마디가 서민들에게 치명적인 상처와 씻을 수 없는 굴욕감을 안겨주는 후보를 바라보며 솔직히 제 내면 안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감출 수가 없습니다. 정책이요 노선이라고 자랑스럽게 펼쳐놓은 제안들이 어찌 그리 파렴치하고 몰상식한지 할 말을 잃습니다.

 

 

입만 열만 국민들을 우롱하는 막말이요, 틈만 나면 폐쇄요 대량해고인 후보는 절대 뽑지 말아야겠습니다. 한 인간이 어찌 그리 후안무치한지, 한 인간이 어찌 그리 뻔뻔한지, 인간의 가장 밑바닥을 훤히 들여다보게 되는 선거판입니다.

 

 

하느님께서 부디 우리 민족을 굽어보시고 자비를 베푸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이번만큼은 상식이 통하고, 대화가 통하고, 남부끄럽지 않은 그런 지도자를 보내주시길 애타는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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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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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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