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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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영 -기쁨과 평화, 그리고 자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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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준 [damiano53] 쪽지 캡슐

2017-05-25 ㅣ No.112230



2017.5.25. 성 베다 베네라빌리스 사제 학자(672/673-735) 기념일, 사도18,1-8 요한16,16-20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신부님



진리의 영

-기쁨과 평화, 그리고 자유-



부활하신 주님의 ‘진리의 영(the Spirit of truth)’에 따라 살 때 언제 어디서나 영원한 기쁨과 평화, 그리고 자유인의 삶입니다. 

어제는 지난 번 방문했던, 1977년 6학년때 제자들을 가르쳤던 때의 일기장을 읽어보며 자신의 삶을 성찰했습니다. 

올해가 2017년이니 만 40년전 29세때 일입니다. 

무려 4권의 일기장들이었습니다.


-시간마다/씨를 뿌립니다

 이상하네요/꽃이 피지 않네요

 아!/싹이 트고 있네요

 슬픔과 기쁨이/사이좋게/오고 갑니다

 떠가는/슬픔에/기쁨에/내 마음/뺏기지 말고

 정성껏/씨를 뿌립니다-1977.10.29.


-하늘이/닫히면/마음은 열린다

 마음의 하늘에서/피어나는/밝은 웃음들

 포근한/엄마품에 들어 온/세상

 그래서/어둔 날에도/우리는 웃는가 보다-1977.11.18.


일기장을 읽던 중 언뜻 눈에 띤 시가 행복하게 했습니다. 

과거없는 현재는 없고 현재없는 미래도 없습니다. 

과거는 현재요 현재는 미래입니다.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의 영원한 기쁨으로 관통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간절히 치열히 살았던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교사생활이었습니다. 

과거는 현재에 이어지고 계속되는 한결같은 삶에 감동, 감사했습니다. 


어렵기로 하면 항상 어렵고 기쁘기로 하면 항상 기쁩니다. 


늘 깨어 지금 여기서 기쁘게 행복하게 살아야 함을 깨닫습니다. 

과거를 치유하고 미래를 꼴잡아 주는 현재입니다. 


현재가 답입니다. 

과거에 아파하고 미래에 두려워할 것 없습니다. 

지금 여기서 늘 깨어 새롭게 시작하는 회개의 삶이 답입니다. 


이래야 세월 흘러도 영혼은 영원한 젊음입니다. 

말그대로 종말론적 기쁨과 평화, 자유의 삶입니다. 

진리의 영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울며 애통하겠지만 세상은 기뻐할 것이다.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요한16,20).


세상의 기쁨에, 현재의 근심에 개의할 것 없습니다. 

세상의 기쁨도, 현재의 근심도 떠가는 구름처럼 지나갑니다. 

언제나 남는 것은 '영원한 기쁨'의 푸른 창공이요 바로 부활의 기쁨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입니다. 바로 이의 좋은 본보기가 사도행전의 ‘기쁨의 사도’ 바오로입니다. 


제 집무실 출입문에는 재작년 성탄때 원장수사가 선물한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적힌 사진이 그대로 붙어 있습니다.


“주님 안에서 늘 기뻐하십시오. 

거듭 말합니다. 기뻐하십시오.”(필립4,4).


옥중에서도 기쁘게 살면서 우리 모두 기쁘게 살라는 바오로 사도의 당부입니다. 

오늘 사도행전의 바오로 역시 바쁜 일상중에도 참 자유로워 보이고 역동적인 기쁨과 평화의 모습입니다. 

바쁜 일상의 중심에 부활하신 주님을 모시고 진리의 영따라 살고 있기에 집착함이 없는 초연한 자유인 바오로입니다.


아퀼라와 프리스킬라 부부와 함께 천막을 만드는 생업에 종사하며 자기 먹을 것을 자기가 해결하며 남은 시간은 말씀 전파에만 전념하는 바오로입니다. 

당시 유다교의 라삐들은 수공업을 생업으로 삼았고, 바오로 역시 다른 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복음을 무상으로 선포하기 위한 방도로 천막을 만드는 일을 생업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언젠가 살아야 할 기쁨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서 살아야 하는 기쁨입니다. 

저 세상에서의 영원한 삶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살아야 하는 영원한 삶입니다. 

바로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할 때 하루하루가 영원이요 영원한 기쁨의 창공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기쁨 충만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제 좌우명 자작 애송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의 마지막 연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평생처럼, 처음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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