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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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성심 대축일(사제 성화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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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7-06-23 ㅣ No.112796

어릴 때의 기억입니다. 어버이날을 맞이해서 어머니께 국화빵을 한 봉지 사다 드렸습니다. 어머니는 국화빵을 보시고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살아오면서 어버이날을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부모님의 생신도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쑥스러웠을 때도 있었고, 바쁠 때도 있었고, 게을러서 그런 적도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러시지 않았습니다. 생일이면 언제나 정성이 담긴 선물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연세가 많으신 지금도 생일은 꼭 기억하시고 전화를 주십니다. 이것이 부모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또한 이것이 하느님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본당에 있을 때면, 교우분들이 축일을 챙겨 주셨습니다. 주일학교 학생들은 축하의 노래를 불러 주었고, 어르신들은 영적선물과 함께 선물을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무척 미안하기도 했고, 어색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통과의례처럼 받아들였습니다. 축하예물은 모두 성전건축 기금으로 봉헌했습니다. 저도 마음이 편하였고, 교우분들도 박수를 쳐 주셨습니다. 어찌 시간이 지나서 작년에는 교구에서 은경축을 축하해 주셨고, 영대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부족한 제게 많은 분들이 사랑을 주시고, 기도를 해 주십니다. 감사하고 고마울 뿐입니다.

 

오늘은 예수 성심대축일이고, 사제 성화의 날입니다. 성인이 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1995년에 제정하셨으니 올해로 22년째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강산이 2번 변할 만큼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聖化라는 말은 거룩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예전에 사람들은 천상의 세계가 있고, 지상의 세계가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천상의 세계는 신의 세계이고 거룩하며, 지상의 세계는 사람의 세계이며 세속적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지상의 세계가 거룩하게 되기 위해서는 천상의 세계의 거룩함이 흘러와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성전은 지상에 있지만 천상의 것으로 인해서 거룩하며, 성직자도 지상에 살고 있지만 천상의 직무를 수행하기에 거룩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성수, 성물은 지상의 것이지만 천상의 힘에 의해서 거룩하다고 여겼습니다.

 

거룩함이란 것은 단순히 지상의 것들이 천상의 것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는 성서를 통해서 거룩함의 또 다른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레위기 193절은 이렇게 말을 합니다. “,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거룩해야하는 구체적인 행위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주로 십계명을 지키는 것입니다.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가난한 이들을 배려하며, 다른 이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거룩하게 된다는 것은 천상의 기운이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거룩함은 하느님과의 관계일 뿐 아니라, 거룩함이라는 것은 사회적인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마태오 복음 548절에서 예수님께서도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예수님께서도 거룩함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그 거룩함이란 하느님과의 개인적인 관계일 수 있지만 이웃과의 관계회복을 더 강력하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자비를 베푸는 일,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일, 평화를 위해 일하는 일, 복음 때문에 희생을 당하는 일, 벗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일이 바로 거룩함을 이루는 행위라고 말씀하십니다.

 

과연 저 자신이 영적으로, 지적으로 성화되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사제 성화의 날을 지내면서 꼭 묵상하는 글이 있습니다. 이 글의 내용을 마음에 새기고 살아간다면 성화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침묵 속에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기도하는 사제/ 힘없고 약한 자를 돌보며 그들의 고통을 나누며, 사회 정의를 위하여 열심히 일하는 사제/ 검소하며 물질에 신경을 안 쓰며 공금에 명확한 사제/ 청소년과 친하게 대화를 나누며 교리교육에 힘쓰는 사제/ 겸손하며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며 그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웃어른에게 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말이나 행동에 예의를 차릴 줄 아는 사제/ 사리에 맞지 않는 독선을 피우지 않으며 평신도와 함께 본당을 이끌어 나가는 사제/ 교구장 및 장상에게 순명하며 동료 사제들과 원만한 사제/ 신도들에게 알맞은 강론을 성실히 준비하고 고해성사나 성사집행을 경건하고 예절답게 하는 사제/ 데리고 있는 친척이나 친한 교우에게만 매여 그 사람들의 말만 듣고 움직이지 않는 사제/ 죽기까지 후배사제 양성에 마음 쓰며 사제생활에 충실한 사제

 

참된 성화라는 것은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면서 사회 안에서 정의와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하느님의 자리를 밀어내고 우리가 하느님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욕심과 이기심을 버려버리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우리 안에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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