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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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일치와 화해를 위한 기도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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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7-06-25 ㅣ No.112837

지난 금요일은 예수 성심 대축일이며, 사제 성화의 날이었습니다. 교구에서는 은경축을 맞이하는 신부님들을 위한 축하식을 마련하였습니다. 은경축을 맞이하는 신부님 중에서 한분이 감사의 인사를 하였습니다. 25년을 함께 지내면서 나이 때문에, 반이 달라서, 성격 때문에, 생각이 달라서 갈등도 있었고, 다툼도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그런 것 같습니다. 넓을 때는 온 우주를 담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좁아지면 바늘 하나 넣을 틈이 없기도 합니다.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아주 작은 행성입니다. 넓은 바다 위에 떠있는 섬과 같습니다. 지구에 있는 우리는 그런 사실을 망각하곤 합니다. 그래서 나라를 가르고, 피부를 가르고, 종교를 가르면서 편을 나눕니다. 나와 다른 편을 이해하기 보다는 소유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분쟁이 생기고, 전쟁이 생기고, 의미 없는 희생이 생기게 됩니다. 우리가 조금만 넓은 관점에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서로를 아껴주고, 이해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온 우주에 사람이 사는 별은,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별은, 계절이 있는 별은 지구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남한과 북한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이념대립으로 인해서 분단국가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와 더불어 이념으로 분단된 독일도 통일을 했고, 예멘, 베트남, 키프로스도 통일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현재 전 세계에서 이념으로 인한 분단국가는 우리나라 밖에 없습니다. 언젠가는 우리도 통일된 국가가 되어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서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고, 긴장을 유발하는 일은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저는 남과 북의 관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들을 몇 가지 생각해 봅니다. 1989815일 천주교 신자인 임수경 양과 문규현 신부님이 판문점을 걸어서 넘어왔습니다. 당시에 문규현 신부님은 국가 보안법 위반으로 36개월 동안 감옥에 있었습니다. 1991년 4월 29일에는 세계탁구 선수권 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이 최초로 구성되어 일본 지바에서 열린 탁구대회에서 남한의 현정화와 북한의 이분희의 복식조는 만리장성 중국을 넘어 우승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때 신학교에 있었는데 남, 북의 단일팀이 함께 경기를 하는 것을 보았고, 처음 등장한 한반도기를 보았습니다. 그 뒤로 남과 북은 올림픽에 공동입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1998616일 지금은 돌아가신 정주영 회장은 소를 몰고 판문점을 넘어갔습니다. 그 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2000615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함께 만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지금은 두 분 모두 고인이 되었지만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아직도 이념의 벽이 높아서 긴장이 감돌기는 하지만 평화를 향한 우리들의 염원은 언젠가 통일의 꽃으로 활짝 피어나리라 믿습니다.

 

북쪽에도 따뜻한 가슴이 있고, 북쪽의 어린아이도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줄 알고, 아직도 우리들 가슴속에는 서로에 대한 뜨거운 마음이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휴전선의 높은 철책을 허무는 것은 박격포와 미사일이 결코 아닙니다. 상대방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아닙니다. 통일을 향한 열정으로 분단의 벽을 허문 임수경이란 학생의 작은 발이었습니다. 한반도기를 흔들며 남과 북이 손을 잡고 응원할 때였습니다. 소떼를 몰고 고향으로 향한 노인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었습니다그렇습니다. 서로에 대한 열린 마음, 그리고 지난날의 잘못에 대한 이해와 용서,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우리는 한 핏줄이라는 그래서 결국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동질성의 회복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이 모두 우리의 선택에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흩어졌다고 해도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기만 하면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다시 모으실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형제의 잘못을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 주는 것이라고 주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오늘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모든 원한과 격분과 분노와 폭언과 중상을 온갖 악의와 함께 내버리십시오.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여러분도 서로 사랑 안에 살아가십시오.”

 

그래서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중에 두 사람이 마음을 모아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도 무슨 일이든 다 들어주실 것이다.” 오늘 이 미사를 통하여 남과 북의 일치와 협력을 위해서 함께 기도했으면 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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