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스크랩 인쇄

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8-04-22 ㅣ No.119916

성소국에 있는 제게는 1년에 두 번 가장 큰 행사가 있습니다. 하나는 서품식이고 다른 하나는 오늘 우리가 지내는 성소주일입니다. 서품식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젊은이들이 오랜 시간 공부를 마치고 사제가 되는 예식입니다. 사제가 되기 위해서는 독신서약, 순명서약, 신앙고백을 해야 합니다. 온전히 예수 그리스도만을 따르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입니다. 매년 새 사제들을 보는 것은 제게는 커다란 기쁨이고, 보람입니다.

 

성소주일은 하느님의 부르심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돌아보는 것입니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신학교를 개방합니다. 수도회를 초대합니다. 많은 학생과 젊은이들이 예수님을 따르는 착한 목자가 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성소주일이 씨를 뿌리는 것이라면 서품식은 결실을 맺는 것입니다.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거름을 주는 것은 사람들이 하겠지만 결국 결실을 맺어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오늘 신학교에서는 주교님을 모시고 미사가 있습니다. 신학생들이 만든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오셔서 보시면 좋겠습니다. 착하고 겸손한 젊은이들이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성소주일을 지내면서 사제직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사제 생활 50년을 앞두신 원로 신부님의 체험입니다. 신부님께서는 사제서품을 받으시고, 부산의 수녀원으로 첫 미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기차를 탔는데 옆자리의 승객이 무척 긴장을 하고, 불안한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신부님께서는 대구에 동창 신부님이 있어서 잠시 내려서 동창신부가 있는 성당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곧 누가 문을 두드렸고, 나가보니 옆 자리에 있던 승객이었습니다. 승객은 신부님을 따라왔고 고백성사를 청했다고 합니다. 신부님은 성당에서 고백성사를 드리려고 하는데 승객은 28년을 냉담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신부님은 처음으로 고백성사를 드리는 것이었고, 냉담기간이 길어서 면담 성사를 하였습니다. 성사를 다 마치고 신부님은 승객에게 말하였습니다. 제가 누군지 아십니까? 저는 3일 전에 서품을 받은 새 사제입니다. 저도 오늘 처음으로 고백성사를 드린 것입니다. 그러자 승객은 무릎을 꿇고 신부님께 다른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주머니에는 2개의 봉투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유서였고, 다른 하나는 극약이었습니다. 사업이 계속 실패를 했고, 새로운 사업을 위해서 부산으로 가는 길이었다고 합니다. 만일 이번에도 사업이 어려워지면 자살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신부님은 승객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기도하였습니다. 그리고 사업이 잘 되는 안 되든 부산에 있는 수녀원으로 전화를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날 밤에 신부님은 승객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이번에는 사업이 순조롭게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신부님은 다음날 새벽 수녀원 미사에 오시도록 이야기를 하였고, 승객은 수녀원 미사에 왔습니다. 신부님은 수녀님들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설명하였고, 승객을 위해서 기도해 주기를 청하였습니다. 새 사제였던 신부님은 첫 미사와 첫 고백성사를 통해서 사제직이 이렇게 고귀한 것임을 새삼 알았다고 합니다. 그 뒤로 50년 가까이 많은 미사를 봉헌하고, 고백성사를 드렸지만 그때의 감동이 늘 함께 하였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착한목자에 대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착한목자는 양들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전 생애를 거쳐 이 말씀을 실천하였습니다. 신학생 때 자주 부르던 노래가 있습니다. ‘임쓰신 가시관입니다. 노래의 가사는 이렇습니다.

 

임은 전 생애가 마냥 슬펐기에 임쓰신 가시관을 나도 쓰고 살으리라.

임은 전 생애가 마냥 슬펐기에 임쓰신 가시관을 나도 쓰고 살으리라.

이 뒷날 님이 보시고 날 닮았다 하소서.

이 뒷날 님이 보시고 날 닮았다 하소서.

이 세상 다 할 때까지 당신만 따르리라.’

 

비록 그 길이 십자가의 길이고, 고난의 길일지라도, 버림받아 외로울지라도, 주님께서 가신 길을 함께 가는 것, 그것은 그리스도인이라면 따라가야 할 신앙의 길, 진리의 길입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은 계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입니다. 이미 부르심에 응답한 사제나 수도자들은 하느님과의 깊은 친교에서 오는 기쁨과 행복을 삶 안에서 보여 주어야 합니다. 또한 각 본당과 신앙 공동체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려는 이들에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성소주일인 오늘 우리 교회 공동체는 사제 성소자와 봉헌 생활 성소자들을 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느님의 은총을 청해야 할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4,326 1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