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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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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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9-01-20 ㅣ No.126923

 

이곳 댈러스의 겨울도 제법 춥지만 한국의 겨울은 몹시 춥습니다. 예전 본당에서의 추억입니다. 복사 서는 아이들이 추운 겨울에 이렇게 이야길 했습니다. 6학년 건회가 4학년 진성이에게 물었습니다. “야 너도 춥냐.” 4학년 진성이가 6학년 건회에게 대답합니다. “안 춥습니다.” 그러자 6학년 건회가 대답합니다. “젊음이 좋기는 좋다.” 제가 볼 때는 6학년이나 4학년이나 거기가 거기인데 참 우스웠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합니다. 하느님 앞에 우리의 지위, 능력, 재산, 학력은 다 거기서 거길 일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왜 이 세상에 왔는지 질문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온 이유를 알았다면 충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것만이 우리가 하느님 앞에 자신 있게 말씀 드릴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3가지 차원에서 발전하였습니다.

첫째는 물질의 풍요함을 얻는 것입니다. 농업혁명, 산업혁명, 기술혁명, 인공지능에 이르는 과정은 모두 물질을 풍요롭게 하는 인간 노력의 결실입니다. 예수님께서도 5천명을 배불리 먹이셨습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라는 걱정을 말라고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하늘의 새도, 들의 꽃도 모두 먹게 하시고, 입혀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먼저 하느님의 뜻과 하느님의 의로움을 찾으라고 하셨습니다.

 

둘째는 인간의 능력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인간의 능력은 문화, 역사, 전통, 예술을 발전시켰습니다. 인간의 능력은 지구를 넘어 우주로까지 나가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을 부르셨습니다. 단순한 어부였던 제자들에게 사람 낚는 어부가 되는 능력을 주셨습니다. 소경의 눈을 뜨게 해 주셨고, 나병환자를 깨끗하게 하셨으며, 앉은뱅이는 일어나게 하셨습니다. 중풍병자는 걷도록 해 주셨습니다. 땅을 보고 걷는 인간이 영원한 생명을 꿈꾸며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도록 해 주셨습니다. 애벌레가 하늘을 나는 나비가 되듯이, 천사보다 못한 인간이 존귀의 관과 영광을 얻도록 해 주셨습니다.

 

셋째는 잘못된 관습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노예제도, 신분제도, 남녀차별, 인종차별과 같은 인간의 존엄과 인권을 억누르는 제도와 조직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소중하며, 모든 인간은 인간다운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그러셨습니다. 억눌린 이, 묶인 이, 갇힌 이에게 해방을 선포하셨습니다. 가장 가난하고, 헐벗고, 굶주린 이에게 해 준 것이 곧 하느님에게 해 준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강도 당한 이의 이웃이 되어주는 이가 하느님의 이웃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댈러스 본당은 41년 역사를 지니면서 많은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다운타운 성전의 시기가 있었고, 임시 성전의 시기가 있었고, 지금의 아름다운 성전의 시기가 있습니다. 모든 시기는 각자 하느님의 영광과 하느님의 뜻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신앙공동체 였습니다.

다운타운 성전에서는 신앙 공동체의 씨앗이 심어졌습니다. 독일 이민 공동체가 세운 성당이라고 들었습니다. 공동체가 커졌고, 주차공간이 협소하고, 교통이 불편해서 다른 곳을 찾았다고 들었습니다. 성전을 위한 땅은 마련했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서 임시성전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임시성전에서의 추억도 많았을 것입니다. 공동체가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지내다가 마침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들어갔던 것처럼 여러분은 드디어 여러분의 땀과 노력으로 새로운 성전을 신축했고, 이곳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신앙 공동체는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씨를 뿌리는 사람, 물을 주는 사람, 키우는 사람이 있지만 결국 모든 열매를 맺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다운타운 성전에서 씨앗은 뿌려졌고, 임시 성전에서 자라났고, 새로운 성전을 신축했지만 결국 신앙 공동체를 이끄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저의 큰 형은 예술적인 재능이 뛰어났습니다. 글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렸습니다. 음악도 잘해서 곡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형의 예술적인 재능이 부럽기도 했고, 자랑스럽기도 했습니다. 작은 형은 운동 신경이 좋았습니다. 체격도 좋았고 양복을 입으면 잘 어울렸습니다. 싸움도 잘해서 형과 다니면 걱정이 없었습니다. 여동생은 무엇보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었습니다. 어머니와 30분을 통화하는 가족은 동생밖에 없을 것입니다. 어머니는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동생에게 이야기하시고 좋아하십니다.

 

큰 형처럼 예술적인 재능이 없었기에, 작은 형처럼 좋은 체격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동생처럼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지 못했기 때문에 저는 미운오리새끼처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제게도 좋은 것을 주셨습니다. 글 읽는 것을 좋아하고, 가능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들었던 것처럼 성령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능력과 재능을 주셨습니다. 우리가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하느님의 꽃밭을 꾸미는 아름다운 꽃이 될 것입니다.

 

아름다운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주님!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도록 용기를 주시고, 할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는 겸손함을 주시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별 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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