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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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2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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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9-03-20 ㅣ No.128388

 

스마트 폰의 통화기능이 정지되었습니다. 긴급통화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답답한 마음에 설정으로 들어가서 이것저것 만져보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른 기능까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통신사의 서비스센터로 가서 문의했더니 유심칩에 문제가 생겼다고 합니다. 유심칩은 소모품이고 고장 나면 다시 갈아끼면 된다고 합니다. 외국에서도 유심칩만 바꿔주면 지금의 스마트 폰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잘 몰랐는데 유심칩이 스마트 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유심칩에는 사용자의 모든 정보가 담겨있다고 합니다. 스마트 폰을 바꾸어도 유심칩만 옮기면 정보를 다시 저장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유심칩이 있기에 인터넷 은행 업무도 가능하고, 정보의 저장과 처리도 빠르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영상통화가 가능한 것도 유심칩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작지만 아주 유용한 기능을 가진 것이 유심칩이었습니다.

 

교회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대형화되고 있고, 중산층화되고 있고, 가난한 이들이 함께하기 힘들고, 주일미사 참례 수가 줄고 있다고 합니다.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습니다. 박해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성전이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사제의 수가 부족한 것도 아닙니다. 원하기만 하면 가까운 거리에서 기도할 수 있는 성전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자본과 물질의 유혹이 교회를 흔들고 있습니다. 이런 교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초대교회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초대교회의 정신은 무엇일까요? 예수님께서 가셨던 길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초대교회 공동체가 보여주었던 삶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스마트 폰은 유심칩을 바꾸면 새롭게 사용할 수 있었듯이, 교회도 초대교회의 정신으로 돌아가면 산적한 많은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수도자들은 전에 했던 소임, 능력이나 경험을 가지고 소임을 정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수녀님은 관구장을 했었지만, 다시 본당 수녀의 소임을 기쁘게 하셨습니다. 나중에는 보육원에서도 소임을 하셨습니다. 능력과 재능 그리고 연륜과 경험도 중요하지만, 그분에게 맡겨진 어떠한 일에도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이 아름다우셨습니다. 제가 아는 또 다른 수녀님은 노인 수녀님들을 위해 주방을 돌보는 일도 기쁘게 하셨습니다.

 

가끔 이런 말을 듣게 됩니다. ‘신부님 영전하셨습니다.’ 이런 말을 듣는 것은 규모가 큰 본당으로 가게 되는 경우입니다. 아니면 조직이 큰 단체를 맡게 되는 경우입니다. 일반 사회라면 영전이라는 말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사제의 직책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구상 선생님께서 쓰신 꽃자리라는 시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시방 네가 가시방석같이 생각하는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이다.’ 조롱과 멸시를 받는 자리라 해도, 고난과 역경이 있는 자리라 해도, 존경과 사랑을 받는 자리라 해도, 보람과 가치가 있는 자리라 해도 그 자리를 주님께서 주신 사명이라 생각한다면 바로 꽃자리가 될 것입니다.

 

다만 어떤 일을 할지라도 꼭 잊지 말아야 할 말씀이 있습니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러 왔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아픈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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