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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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인들과 함께하며 느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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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연 [fisherpeter] 쪽지 캡슐

2019-05-13 ㅣ No.129674

 

 

오늘 난생처음으로 교도소 안을 방문하였습니다. 지난 금요일 꼬미시움 회의를 다녀오면서 저희 본당 꾸리아 부단장 직을 맡고 계시며 또한 교정사목 일을 하시는 자매님께서 부탁하셔서 오늘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금요일 저녁 헤어지면서 차에서 내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 말씀을 듣고 내렸습니다.

 

그곳에서 활동을 하며 느낀 점은 지금은 교도소 안에서 비록 생활하지만 신심활동은 정말 어쩌면 우리보다 더 잘하는지도 모른다고 말씀하시면서 베드로 씨 한번 가서 경험하게 되면 새로운 것을 느끼고 올 수도 있습니다 라는 말씀을 끝으로 차에서 내린 후에 집에 와서도 계속 제 귓가를 맴도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바로 과거는 죄를 비록 지었지만입니다.

 

사실 바로 이 말씀에 대한 뭔가 떠오는 단상이 제 머릿속에 그려져서 그 단상을 바로 싸이트에 올리려고 했는데 오늘 방문하게 되면 다른 체험과 느낌이 있을 것 같아 한번에 올리려고 지금 올려드립니다. 오늘 느낀 점을 말씀드리기 전에 사실 저는 교도소를 처음 방문하는 거라서 처음에는 약간 긴장이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마음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은 막연한 수인에 대한 생각이 있지 않겠습니까?

 

교도소 안에서 신분증과 모든 소지품을 입구에서 맡기고 들어갔습니다. 마침 수녀님 한 분도 와 계셨습니다. 시간이 되어 교도소 안 건물로 들어서며 1층은 티브이에서 보는 그런 교도소 풍경이었습니다. 3층으로 올라가니 좌측에는 천주교 종교모임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오른쪽에는 불교모임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습니다.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잠시 후에 수인들이 입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수인들의 얼굴 모습을 보면서 가기 전에 있었던 그런 긴장감은 한순간 따뜻한 햇살 아래 쌓인 눈이 녹아내리듯이 녹아내렸습니다. 수인들의 표정에서 막상 죄수복을 입고는 있었지만 그 죄수복만 입지 않았더라면 정말 죄를 지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다들 얼굴 표정이 밝았습니다. 이렇게 수인들이 자리에 먼저 앉고 군데군데 빈자리에는 방문객들이 앉았습니다.

 

오늘은 저희 꾸리아 4간부와 교정사목을 담당하시는 수녀님과 사목 회장님 그렇게 몇 분이 참석했습니다. 저는 자리에 앉으면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시작기도를 수인이신 회장님의 시작기도로 모임을 가졌습니다. 준비해간 피자와 약간의 다과를 먹으면서 2시간 정도 레크레이션을 하며 함께 하고 왔습니다. 그분들의 얼굴을 보면서 생각은 참 어두울 것 같았는데 오히려 제 생각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정말 밝았습니다.

 

사실 그분들이 무슨 일로 인해 들어왔는지 물어보는 건 마음에 상처를 남길 수가 있기에 물어볼 수가 없었지만 레크레이션을 맡은 형제님은 기타를 치며 성가도 부르고 다양하게 활동을 하셨습니다. 또 한 형제님은 피아노 반주를 하시는 분 같았습니다. 사실 오늘 피아노 반주는 듣지 못했지만 상상 밖의 모습을 봤습니다.

 

노래방 시스템이 있어서 노래도 몇 분 하셨습니다. 사실 그런 일련의 모습을 보면서 밖에 있는 우리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똑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세상적으로는 저마다 세상의 법을 지키지 않고 위반해서 들어왔겠지만 또한 세상적인 눈으로는 죄라고 해서 죗값을 치르기 위해 비록 그곳에서 생활은 하고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저도 오늘 그곳에 다녀오면서 매스컴에서 듣게 되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인식을 앞으로는 바꾸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어떤 형제님 한 분은 정말 춤을 참 잘 추었습니다. 마이클 잭슨 같은 사람들이 하는 춤 말입니다. 오늘 그리고 사실 다들 얼굴 표정이 밝았지만 제 옆에 좀 자리가 떨어져 앉아 있었지만 한 형제님은 처음부터 봤는데 눈빛에서 나오는 표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슬픔이 눈에 가득찬 눈빛이었습니다. 왜 그런 눈빛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건너편에 앉아 계신 부단장 자매님께서 나이를 물으셔서 들었습니다. 올해 32세라고 했습니다.

 

저보다 16살 어린 동생이었습니다. 그 형제의 사연은 모르지만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그 눈빛은 이런 눈빛이었습니다. 어떤 죄목으로 들어왔는지는 모르지만 상처를 많이 받아서 어떤 불우한 환경 속에서 한순간의 실수로 죄를 지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눈을 보니 정말 죄를 지을 것 같은 그런 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지금도 마음이 아픕니다.

 

제 건너편에 앉아계신 나이가 좀 있으신 형제님이었습니다. 그 형제님도 눈빛을 보니 정말 참 선한 눈빛이었습니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과거를 무시하고 현재의 모습만 놓고 본다면 지금 본당 생활을 하는 우리 신자들의 얼굴 표정과 비교를 한다면 오히려 우리 세상 밖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더 표독한 모습의 표정을 갖고 있는 듯한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오늘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좁게 생각했을 때는 저와는 무관한 일이지만 넓게 생각해본다면 모든 걸 하나로 획일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저를 포함해서 모든 사회 공동체도 부분적인 책임이 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가난한 사람들이 있는 건 가진 사람들이 그걸 함께 나누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처럼 우리 사회가 어쩜 자신의 주위 이웃과 함께 꼭 물질적인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정을 함께 나누지 못했기에 그런 사람들을 그곳으로 우리가 몰아넣지 않았는가 하는 사회 공동책임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오늘 계기로 해서 저도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교정사목 일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얼마 전에 부단장 자매님께서 지나가는 말로 제가 이쪽 일에 봉사를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비추어셔서 제가 그땐 지금 성당에 하는 여러 가지 일로 인해 좀 힘들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오늘 그곳에 가보니 생각을 좀 달리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제 일상의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시간을 잘 활용해서 어렵지만 그런 분들과 함께 그분들의 힘든 삶을 마음이라도 나누는 보람된 일을 해보는 것도 본당의 일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그게 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편 해봤습니다.

 

가슴 아픈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그들에게 조금이나 힘과 용기를 주는 것도 하늘의 보화와는 상관없이 그냥 순순히 이 지구라는 한 우주 속에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피를 나눈 형제라는 생각으로 관심을 가져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어쩌면 저도 만약 그분들처럼 그런 입장이었더라면 그런 곳에 있지 않을 거라고 보장을 할 수 없으니까 말입니다. 돌아오는 차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이 교정사목 회장님을 맡고 계신 자매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한 형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미사라든지 모든 예식을 주관했다고 했습니다. 정말 똑 부러질 정도로 은혜롭게 잘했다고 합니다. 그 형제가 너무나도 은혜롭게 잘 진행을 해서 은혜를 많이 받으셨다고 하셨습니다. 나중에 출소 후에는 신부님과 여러 분들의 도움으로 서울 모 수도원에 입회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런 걸 경험하시면서 정말 아주 잘 된 경우라고 하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서 이런 생각을 한번 했습니다. 어쩌면 그 형제는 하느님께서 진흙 구덩이에서 진주를 만들지 않으셨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세상 말에도 끝이 좋으면 좋다고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사람은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지 알 수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 저는 그 형제를 잘 모릅니다. 만약 그 형제를 아는 사람도 그 형제가 그런 모습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낼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보통은 제가 서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사람에 대한 보이지 않는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기가 쉽지 않겠습니까? 저는 순간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래서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은 하느님께서 우리가 모르는 방식으로 하느님의 사람으로 만들지 모르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가 평소에 자신의 잘못된 편견으로 남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먼 훗날 하느님 나라에서 하느님 우편에 자기보다 먼저 앉아 있지 않는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정말 하느님의 계획은 인간의 생각으로는 모르는 일입니다. 오늘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오늘 느낀 걸 하나로 말씀드린다면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고 세상적인 죄를 짓는 게 좋다는 게 아니고 누구나 죄를 지을 수가 있고 또 자기도 지금은 세상 밖에 있지만 어쩌면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한때는 세상 사람들의 비난을 사는 일을 했지만 영적으로 보면 더더욱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며 참회의 삶을 사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쩌면 나중에는 우리 자신보다 그곳에서 더 성화된 모습의 삶을 가지고 하느님을 따르는 삶을 살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혹여라도 그런 사람들보다 더 낫다고 하는 우쭐한 마음이 있다고 한다면 또 주위의 어떤 사람보다도 우쭐하다고 자신 속에 있는 그런 교만이 있다면 자신을 되돌아보며 한번 반성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감사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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