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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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낙태(落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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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재 [ajeonguard] 쪽지 캡슐

2019-08-20 ㅣ No.218556

미니소설 ‘낙태(落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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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이 전 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토막 냈다며 일부 믹스기로 갈았다며 또한 토막 난 시신을 나눠서 버렸다며 사형시켜야 한다고 말들이 많던데 고유정보다 낙태를 일삼은 죄인들이 더 큰 단죄를 받을 것 같은데. 어차피 하느님의 생각과 인간의 생각은 다를 수 있으니 말이다. 고유정은 죽은 사람을 토막 냈지만 낙태를 일삼는 사람들은 산 채로 토막을 내는 거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후후, 사돈 남 말 하고 있네요. 하느님(하나님)께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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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임보, 고성소)은 천국만은 못하지만 인간 세상보다는 좋은 낙원이었다. 마치 단풍 든 금강산보다도 눈 내린 알프스보다도 뛰어난 자연의 세계였다. 낙태를 당한 태아란 사람의 영혼도 예수님을 알지 못했던 착한 사람의 영혼도 인간 세상 마지막 날까지 있게 되는 장소, 다름 아닌 저승(임보, 고성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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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눈개비가 마구 내리던 날, 라파엘 대천사는 저승에서 공자를 만나고 있었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공자의 머리카락도 라파엘 대천사의 머리카락도 이리저리 춤을 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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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울부짖는 영혼들이 누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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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 정상에서 공자가 낙태를 당한 태아란 사람들의 영혼을 내려다보며 라파엘 대천사에게 물었다. 알면서 물어보다니. 그것도 강박증일까. 아니면 버릇일까. 낙태를 당한 태아란 사람들의 영혼은 갈기갈기 찢겨진 몸처럼 그대로 그렇게 되어 있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예수님의 분노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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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님도 아시다시피 낙태를 당한 태아란 사람들의 영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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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임을 당한 배아란 사람들의 영혼도 있었다. 공자는 자기보다 억만년도 더 나이가 많을 라파엘 대천사가 자기 이름에다 님을 붙이다니 아무리 자기가 겸손하다지만 기분이 매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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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명 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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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명이 아니라 억만 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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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물음에 라파엘 대천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힘을 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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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를 일삼은 사람은 훗날 자신이 죽인 태아란 사람을 보게 될 것입니다. 자기가 죽인 태아란 사람이 어떻게 죽어갔는지 홀로그램으로 죄다 보게 될 것입니다. 더군다나 그 태아란 사람의 영혼과 눈을 마주치기 두려워 할 것입니다. 예수님 앞 편에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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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업보(業報)라는 게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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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라파엘 대천사의 말에 동의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때 ‘태아란 사람들 영혼의 통곡소리’를 듣다 못한, 라파엘 대천사를 따라왔던 수호천사들 중 일부가 동시에 예수님께 아주 큰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외치기 시작했다. 그 수호천사들은 낙태를 당한 태아란 사람의 수호천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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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높으신 분이시여, 언제쯤이면 저들의 원수를 갚아 주시겠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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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천계로부터 가공할 만한 음성이 들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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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기다려라. 낙태를 행한 세상의 말로가 어떤 것인지를. 낙태를 당한 생명들의 숫자가 자기 나라의 현 인구를 능가하는 나라는 내 결코 가만 놔두지 아니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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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름끼치도록 날카로운 말이 들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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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쳐라!! 그쪽에는 어차피 즐거운 일 아니더냐. 천국의 인구가 늘어서 말이다. 나는 기분이 매우 나쁘다. 낙태가 없었다면 그 중 반 이상이 지옥으로 왔을 텐데 낙태로 인해 지옥으로 오지 못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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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저갱에서 잠시 풀려난 루시퍼는 예수님이 하는 일에 사사건건 시비였다. 루시퍼가 풀려난 것은 성경 내용을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였지 루시퍼에게 자유를 준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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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성이여, 아침의 아들이여, 그렇다면 고해성사를 한 사람을 즉시 죽이면 죄가 아니 되는 것인가!! 그 누가 그걸 살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살인을 하고도 뉘우치지 않는 자의 길은 뻔하다!! 더군다나 살인 등 죄악은 그대에게 속한 것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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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 루시퍼에게 쏘아붙였다. 엄청난 충돌, 오랫동안 긴장감이 흘렀다. 아주 소름끼칠 정도로 말이다. 공자와 라파엘 대천사 주위에 있던 침엽수들도 놀라 침엽수들의 머리카락이 곤두 서 버렸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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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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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퍼는 할 말을 잃었다. 그렇지만 아주 교만한 표정의 얼굴은 변하지 않았다. 루시퍼는 코웃음을 친 후 인간계로 갔다. 더군다나 깔깔깔깔 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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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무척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로 예수님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했다. 낙태는 엄연히 살인이며 살인을 한 자는 그에 따른 벌을 받아야 한다고. 낙태는 저항능력 없는 생명을 무참히 살해하는 저주받을 짓이라고. 그 어떠한 변명도 통하지 않으리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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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딱 한번 예수님을 본 적이 있었다. 예수님은 손과 발, 그리고 이마 등에 상처가 나있는 채 잠시 동안 머물다 갔다. 예수님은 아주 건장한 남자 하나를 데리고 온 상태였다. 그 역시 손과 발에 상처가 있었는데 예수님 상처와 다른 점은 머리 주위에는 상처가 없었다는 점이다. 공자는 그 당시가 떠올랐다. 빛나는 옷 하며 말 하나하나에 깃들어진 위엄이며. 예수님이 하신 말씀 중에 “나는 예수이다. 누가 되었든 천국에 가려면 나를 통하지 않고는 갈 수 없다. 나를 모르고 죽은 착한 사람들을 지옥에 가게 할 수 없어 여기에 왔노라. 나를 믿으면 마지막 날에 구원을 하리로다. 그러나 나를 알면서도 나를 거부한 자는 천국에 갈 수 없다”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예수님은 어린이들의 영혼을 가까이에 두려고도 했다. 공자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어린애들이 무슨 죄가 있어 천국에 들어가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었다. 공자는 원죄가 뭔지 알지 못해서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원죄란 하와와 아담이 뱀의 꼬임에 말려들어 하느님처럼 될 수 있다는 교만에 하느님이 먹지 말라던 선악과를 먹은 죄이다. 본죄는 원죄를 제외한, 즉 본인이 직접 지은 죄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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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대천사님, 예수님(하느님)은 왜 저 태아란 사람들의 영혼을 천국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까? 제가 생각할 때도 너무 하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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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약간 흥분한 투로 라파엘 대천사한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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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렇게 된다면 사람들은 자녀에게 있어 낙태를 천국으로 보내는 지름길로도 낙태를 합리화하기 위한 변명으로도 사용할 게 뻔하지요. 예수님은 그 기회를 주지 않으시겠다는 겁니다. 예수님도 하느님다워야 하느님이죠. 예수님께는 하느님께 어울리는 말과 행동이 있고 부처님한테는 부처님한테 어울리는 말과 행동이 있습니다. 어른이 애들 하는 짓을 한다면 자꾸 한다면 과연 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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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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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대천사에게 그렇게 말한 공자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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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영혼들을 다시 보살펴도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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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대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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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인간계의 시간으로 몇 십 년 전부터 자기의 제자들, 그리고 건장한 사람들의 영혼과 함께, 낙태를 당한 태아란 사람들의 영혼을 보살피려고 시도해 봤지만 너무 숫자가 급격히 증가해 계속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쉬고 있었다. 그러던 중, 라파엘 대천사를 만나자 마음이 바뀐 것이다. 하긴 놀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연옥의 끝에 있던 장자연도 낙태를 당한 태아란 사람들의 영혼을 보살피라는 계시를 받고 와 있는 터였으니. 섹스가 뭐라고 몇 십 분의 쾌락을 위해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 있을까. 더군다나 나 같으면 낙태를 할 바에는 섹스를 하지 않겠다. 고작 몇 십분, 몇 시간의 쾌감(흥분)을 위해 능지처참(陵遲處斬), 즉 태아란 사람의 몸을 사정없이 찢고 머리가 크면 분쇄기를 사용해서라도 깨부수는데 살인이 아니라고. 태아가 세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요즘은 세포도 낙태기구가 접근하면 이리저리 피하나 보지. 그건 몇 단계 진화일까. 진짜라면 경악 아닐까. 이제는 세포도 동물화 되다, 뭐 그런. 햄스터가 진짜 사람 말을 하는 거와 별 차이가 없지 않은가. 경악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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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대천사님,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아주 뜻 깊은 대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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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죠. 잘 계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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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라파엘 대천사와 작별인사를 한 후 산 밑으로 쏜살 같이 뛰어 내려갔다. 그걸 본 장자연이 흐뭇하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예수님은 장자연에게 자신을 겁탈한 자들을 용서하라고 말씀했던 차였다. 더군다나 복수는 일제군 성노예 여성들의 경우처럼 하느님(예수님)인 내가 해주겠다고. 인간 세상 끝날 때까지 태아란 사람들의 영혼이나 잘 보살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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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는 엄청난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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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엄청난 자산이 될 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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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여라, 낙태를 일삼는 사람들.

이 세상에서는 쪽박을 차야 할 것이고

저 세상에서는 영원히 괴롭힘을 당하고야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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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여라, 낙태를 일삼는 사람들.

자신이 죽인 태아란 사람(들)을 보게 될 것이다.

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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