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 (목)
(백) 부활 제3주간 목요일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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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3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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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9-09-09 ㅣ No.132435

요즘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힘든데 오셨네요. 한국에서는 어디에 계셨나요?’ 몇 개월은 이런 질문을 받을 것 같습니다. 걷는 걸 좋아해서 여기저기 다니고 있습니다. 한국 음식점이 많아서 먹는 데에 어려움도 없습니다. 전임 신부님들이 체계적으로 운영하였고,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경험이 많고 성실하셔서 신문 발행에도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거주자 등록증이 나오고, 면허증이 나오면 발품을 팔아야겠지만 새로운 만남을 가지는 즐거움이 생길 겁니다. 어린아이가 힘든 줄 모르는 건 힘든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부모의 보살핌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아이는 자라면서 세상의 쓴맛도 보고, 스스로 설 수 있다는 기쁨도 알게 됩니다.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듯이 제게도 바람은 불어올 겁니다. 그때는 ‘Carpe Diem’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겁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우리 앞에 펼쳐지는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오히려 안 좋을 것 같습니다. 절망 중에 삶을 포기할 수도 있고, 정해진 삶이기에 개선하려고 노력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보지 못하는 것이, 알지 못하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은 을 들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배고프다고 미리 밥솥을 열면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없습니다. 우리 몸의 상처도 아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급한 성격에 상처를 만지거나 뜯어 버리면 상처가 더 커질 수도 있고, 덧나기도 합니다. 약간 보기 싫어도, 상처 난 부위를 지켜보아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아물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즐겨보는 스포츠도 결과를 모르기 때문에 재미가 있고, 긴장이 있고, 흥미가 있기 마련입니다. 짜릿한 역전의 묘미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있어서 스포츠는 한 편의 드라마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변하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걱정이 앞서고 지금 눈앞에 있는 행복을 느끼지 못합니다. 외모도 세월 앞에 주름이 늘어가고, 건강도 자신이 없어지고, 기억력도 떨어지고,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죽음에 대한 걱정도 있습니다. 일이 많아지면 바빠 죽겠다고 합니다. 일이 없으면 따분해서 죽겠다고 합니다. 변하는 걸 기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불꽃놀이가 아름다운 것은 불꽃이 금세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불꽃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된다면 불꽃의 화려함과 불꽃의 섬세함을 느끼기 어려울 겁니다. 시들지 않는 꽃은 아름답겠지만 꽃과 나비가 찾지 않습니다. 그것은 조화(造花)이기 때문입니다. 꽃은 피었다가 지게 마련입니다. 벌과 나비는 그런 꽃을 찾아갑니다. 그것은 생화(生花)이기 때문입니다. 일이 많아지면 밥값을 해서 좋다고 합니다. 일이 적으면 책도 읽고, 친구를 만날 시간이 있어서 좋다고 합니다. 선택은 우리의 몫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12명의 제자를 선택하셨습니다. 제자들 모두는 각자의 능력과 재능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사도가 될 수 있었습니다. 제자들의 능력과 제자들의 힘은 바로 예수님께로부터 나오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1 독서는 바로 그 점을 명확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 예수님을 주님으로 받아들였으니 그분 안에서 살아가십시오. 가르침을 받은 대로, 그분 안에 뿌리를 내려 자신을 굳건히 세우고 믿음 안에 튼튼히 자리를 잡으십시오. 그리하여 감사하는 마음이 넘치게 하십시오. 아무도 사람을 속이는 헛된 철학으로 여러분을 사로잡지 못하게 조심하십시오. 그런 것은 사람들의 전통과 이 세상의 정령들을 따르는 것이지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온전히 충만한 신성이 육신의 형태로 그리스도 안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그분 안에서 충만하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모든 권세와 권력들의 머리이십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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