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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곱의 장례[53] / 요셉[4] / 창세기 성조사[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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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식 [big-llight] 쪽지 캡슐

2020-06-16 ㅣ No.138933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53. 야곱의 장례

 

이처럼 야곱은 그의 나이 백마흔일곱으로 자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침상에 반듯이 누워 파란만장한 생애를 마감했다. 형 에사우의 발꿈치를 붙잡고 태어난 그는, 형의 장자권과 축복을 가로채면서 오랜 기간 고향을 떠나 하란에서 외숙 라반의 일을 도우면서 장장 이십 년을 나그네살이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는 가까스로 고향에 돌아왔던 그는, 혹독하고 심한 긴 기근으로 아들 요셉이 재상으로 있는 이집트로 이주를 해야만 했다. 다 하느님의 원대한 구원 계획의 뜻이었다. 가나안 지역은 여전히 아모리 족의 죄악이 다 차지 않았다.

 

야곱의 마지막 숨소리를 확인한 요셉은 아버지의 얼굴에 엎드려 울며 입을 맞추었다. 사실 성경에서 죽은 시신에 입을 맞추는 모습은 다소 의외의 모습이다. 그런 다음 요셉이 자기 시의들에게 아버지의 몸을 방부 처리하도록 명령하자, 시의들이 이스라엘의 몸을 방부 처리하였다. 이집트에서는 주검을 썩지 않는 미라로 만드는 방부 처리를 때로는 의사들이 수행하기도 하였다. 구약 성경에서 이러한 주검의 방부 처리는 야곱과 요셉에게만 한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50,26). 이는 요셉이 그만큼 이집트에서는 대단히 높은 지위에 있는 중요한 인물이었음을 나타내는 거다.

 

그들이 이 일을 하는 데에 장장 사십 일이나 걸렸다. 방부 처리를 하는 데에는 그만큼 시일이 걸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집트인들은 야곱의 죽음을 애도하며 칠십 일 동안 곡을 하였다. 이스라엘인들은 일반적으로 이레 동안 곡을 하였다. 사울 왕도 그랬다(1사무 31,13). 그러나 모세와 아론이 죽었을 때에는 삼십 일 동안 곡을 하였다(민수 20,29; 신명 34,8). 그렇지만 이집트인들은 야곱의 죽음을 애도하고자 칠십 일간 곡을 하였는지는 다소 궁금하다. 그것은 방부 처리 기간이 사십 일 걸렸다니까, 이 기간 포함해서 칠십 일이었는지, 이 기간을 빼고 칠십 일인지는 구체적으로 알 길이 없다.

 

아무튼 장례 예법에 따라 곡하는 기간이 지나자, 가나안에 묻히고자 했던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을 실천하기 위해 요셉이 파라오의 궁궐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였다. “여러분이 나에게 호의를 베풀어 준다면, 파라오께 이렇게 말씀을 전해 주시오.” 이렇게 요셉이 파라오를 알현해 직접 이야기를 전하지 못한 것은, 상을 당한 데서 오는 왕실 또는 사회 관습상 그랬던 것 같다. 사실 집안의 흉사, 곧 죽은 이와의 접촉에서 오는 부정 때문에 요셉이 직접 파라오 앞에 나가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저의 아버지가 내가 죽거든, 내가 가나안 땅에 나를 위해서 파 놓은 무덤에 묻어라.’ 하며, 저에게 맹세하게 하였습니다. 그러니 제가 올라가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낼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 그런 다음 제가 곧장 돌아오겠습니다.” 사실 요셉이 언급한 야곱이 자신을 위해 파 두었다는 무덤은 앞서 야곱이 자식들에게 일러 준 매장지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는 아마도 요셉이 자기가 판단해서 아버지의 뜻을 강하게 전하고자 이야기한 것으로 볼 여지는 다분히 있다. 다만 이는 살아생전 개인의 묘지를 준비하는 이집트인들의 관습과는 부합되는 내용이다.

 

파라오는 아버지가 그대에게 맹세하게 한 대로, 올라가서 그분의 장사를 지내시오.” 하고 윤허하였다. 이리하여 요셉은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러 올라갔다. 여기서 올라 감은 이집트 탈출을 언급할 때 자주 쓰인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빠져나와 가나안으로 올라가는 것은, 하느님께서 올라가게 해 주시기 때문이다. 어쩌면 가나안에 묻혀야 한다는 야곱의 주장은 실제로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빠져 나와, 때가되면 가나안으로 올라가야한다는 것을 미리 예고하는 것이다.

 

파라오의 허락을 받은 요셉은 가나안으로 올라간다. 그와 함께 파라오의 모든 신하와 파라오 궁궐의 원로들과 이집트 땅의 모든 원로, 그리고 요셉의 온 집안과 그의 형제들과 아버지의 집안 사람들이 올라갔다. 또 병거와 기병까지 요셉과 함께 올라가니, 그것은 굉장한 행렬이었다. 성경에 기록된 가장 웅장한 장례식은 아마도 이 야곱의 장례식일 게다. 이렇게 이스라엘 민족의 아버지답게, 화려한 행렬과 장엄한 의식을 치르면서 고센에서 가나안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그들의 아이들과 양 떼와 소 떼만 고센 지방에 남겨 두었다.

 

그들은 요르단 건너편에 있는 고렌 아탓에 이르러, 크고 아주 장엄하게 호곡하였다. 요셉은 이레 동안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였다. 그 지방에 사는 가나안족은 고렌 아탓에서 애도하는 것을 보고, “이것이 이집트인들의 장엄한 애도로구나.” 하고 말하였다. 그리하여 그곳의 이름을 아벨 미츠라임이라 하였다. 그곳은 요르단 건너편에 있다. 이는 이스라엘 입장에서 볼 때의 건너 편이다. 그러나 지도상으로는 요르단 강 동쪽을 가리킨다. 그리고 가시나무 타작마당을 뜻하는 고렌 아탓은 요르단 강 동쪽에 위치해 있을 것이나, 이 지역을 이집트 애도를 뜻하는 아벨 미츠라임과 동일시하는 경우에는 어디를 말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야곱의 아들들은 아버지가 분부한 대로 다 하였다. 그 아들들은 아버지의 주검을 가나안 땅으로 모셔다, 막펠라 밭에 있는 동굴에 안장하였다. 그 밭은 마므레 맞은쪽에 있는 것으로서, 아브라함이 히타이트 사람 에프론에게서 묘지로 사 둔 것이다. 야곱의 매장은 자식들이 다들 지켜보는 가운데 안장되었다. 아브라함도 이사악도 자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그렇게 해서 그 밭의 동국 가족 묘지에는 삼 대가 묻혔다.

 

그토록 선조들 곁인 에프론의 밭에 있는 동굴 가족묘지에 가기를 원했던 그는 조상들과 함께 묻혔다. 젊어서부터 그야말로 누구보다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야곱은 이렇게 할아버지와 아버지, 할머니와 어머니 레베카가 잠든 곳에 영원한 안식의 터를 잡았다. 그렇다. 그는 긴 나그네살이를 끝내고 돌아왔다. 그리하여 함께 간 그 후손들이 돌아올 때까지 그곳에서 기다릴 게다. 이렇게 아버지의 장사를 지낸 다음 요셉은 파라오에게 약속한 대로, 형제들과 또 자기와 함께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러 올라왔던 사람들과 더불어 이집트로 돌아왔다.

 

요셉의 형들은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른 후 요셉 동생이 자기네들에게 당한 온갖 억울함을 보복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리하여 형들은 자기네들끼리, ‘요셉이 우리에게 적개심을 품고, 우리가 그에게 저지른 모든 악을 되갚을지도 모르지.’ 하면서, 요셉에게 아버지의 분부의 말을 전하게 하였다. [계속]

 

[참조] : 이어서 '요셉이 형들을 안심시킴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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