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 (목)
(백) 부활 제3주간 목요일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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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에서 생긴 일 - 별 다섯 개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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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johnmaria91] 쪽지 캡슐

2020-06-24 ㅣ No.97406

세탁소에서 생긴 일 - 별 다섯의 무게

 

 

 

 

오늘 아침 나이 지긋한 손님 한 분이 세탁소에 들렸다.

셔츠 두 장과 바지 두 벌을 세탁하기 위해서였다.

이 손님은 지난주에 처음으로 들른 적이 있는데

요즘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에는 별로 손님이 많지 않아서

이름과 얼굴까지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내 기억은 이름과 얼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탁했던 셔츠와 얼룩까지 미치고 있었다.

얼룩이 없었다면 모르거니와 

내게 약간의 고통까지 선사할 정도로

제거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에 내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다.

 

내 세탁소 경력 30 년을 걸고 맹세하는데

그런 종류의 얼룩은 

세탁소 열 곳 중 여덟 아홉은 빼지 못한다고 장담할 수가 있다.

나도 자신이 없이 시작했지만

결국 사투 끝에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었다.

 

그 셔츠의 주인이 오늘 다시 출현을 한 것이다.

 

바지 두 벌과 셔츠 두 장.

 

잘 살펴보니 같은 장소에 지난번과 비슷한 얼룩이 묻어 있었다.

내가 옷을 살피는 동안 그 손님이

물어보지도 않은 말을 했다.

 

자기가 원래 다니던 세탁소보다

우리 세탁소 가격이 조금 비싸기는 하나

거기서 빼지 못 한 얼룩도 빠지고

옷이 훨씬 깨끗하게 세탁이 되어서 다시 왔다는 것이다.

 

물론 기분이 좋았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가끔씩 젊은 손님들이 찾아오곤 했다.

주소를 물어보면 우리 세탁소에서 꽤 먼 곳에 살고 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손님이 구글의 리뷰를 보았는데 "평가가 좋아서"라고 알려 주었다.

 

사실 그 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일을 했는데

모르는 사이 누군가가 우리 세탁소를 관찰하고 

평가를 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도 구글로 검색을 했더니

열 세명의 손님이 별 다섯을 주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우리가 별 다섯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걸

내가 제일 잘 안다.

 

그러나 별 다섯 개의 평점을 보고 난 뒤부터는

더욱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대충 일을 하려다가도

별 다섯 개를 어깨에 달아준 손님들의 마음을 배반하고 싶지 않아서

손님들의 옷을 한 번이라도 더 살피고

손길을 주게 되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사랑한다, 훌륭하다 라는 칭찬을 하면

그 것은 내 어깨 위에 별을 달아주는 것과 같다.

그러나 그 별은 동시에

더 사랑스러운 사람, 더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의무감까지 덤으로 달아주는 것이다.

 

'왕이 되려는 자, 왕관의 무게를 견디라'는 말도 있듯이

별 다섯 개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오늘도 나름 눈을 부릅뜨고 마음을 다하고 정성을 다 하며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아침에 온 손님의 셔츠와 바지에 묻은 얼룩을 빼고

세탁기에 넣고

얼마나 깨끗하게 빨려서 나올지

자못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칭찬하고 칭찬을 받는 가운데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수 있기에

칭찬하는 일과 칭찬 받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 살면 모든 이들의 어깨 위에서

반짝이는 별들로

세상은 더 밝고, 더 아름다워 지지 않을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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