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30일 (금)
(녹) 연중 제30주간 금요일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일지라도 끌어내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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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 일흔 일곱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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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johnmaria91] 쪽지 캡슐

2020-09-20 ㅣ No.97954

주일 미사에 다녀왔다.

 

아내와 내가 아침저녁으로 산책하는 길의 반환점에 있는 성당이다.

성당 외부는 붉은 벽돌 대신 돌로 되어 있으니

그 무게가 실질적으로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 옆의 사제관이나 ,수녀원, 그리고 가톨릭 학교까지 거느리고 있으니

그 건물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느끼는 심정적인 무게감 또한 

결코 가볍지 아니 할 것 같다.

 

작년에 이 성당 창립 150 주년 기념 미사에 우연히 참례를 했으니

세월이 주는 무게 또한 건축에 쓰인 돌들의 무게처럼 묵직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성당 내부의 창문은 스테인드 글라스로 되어 있고

천장이 높은 것으로 부분적으로 고딕 형식인 것 같다.

제대의 반대편 이층, 즉 입구 쪽에 있는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이 주는

웅장함과 어우러지며 높은 천장은

성당 안에 들어서는 사람들에게 겸손하라고 일깨워주는 것 같다.

 

우리는 아침 7 시 30 분 미사에 가느라 부지런을 떨었는데

오전 10 시 15 분에 미사 한 대가 더 있었다.

 

사제 한 분과 복사,

그리고 파이프 오르간 연주자와 Cantor(아마 한 사람이 두 역할을 다 하는지도 모르겠다)가

미사 예식을 이끌어가는데

미사에 참석한 사람을 다 더해 보아야 마흔이 채 안 되는 것 같았다.

미사 참례하는 신자의 수에 비해서

파이프 오르간은 너무 웅장했고

Cantor가 성가를 부르는 목소리는 슬프도록 청아하며 아름다웠다.

우리들의 마음을 대신해서

그의 목소리가 하늘로 한눈도 팔지 않고 쭈욱 뻗어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성당으로 향하는 발길이 줄어드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지나며

사람들은 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꺼리게 되었다.

 

-지금 사람들이 성당을 짓는다면 이렇게 크게 지을 것인가?-

 

결국 성전은 건물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 짓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미사가 시작되었다.

파이프 오르간이 'Amazing Grace'를 연주하며

Cantor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감았던 내 눈을 뜨게 한 것이다.

 

복음 말씀에 "not seven times but seventy-seven times"라는 구절이 들렸는데

나에게 죄 지은 사람을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는 의미였다.

그 말씀이 내 귀에 들리는데

용서할 사람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그리고 살아오면서 꽤 많은 사람들과 맞닥뜨리며

이런저런 상처를 주고 받으며

미워해야 할, 그리고 복수해야 할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이제는 그 리스트가 신기하게도 빈칸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다만 내가 용서를 빌어야 할 사람과 일만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했다.

이것은 결코 오만이나 교만이 아니고 실제로 그러하다.

 

'Amazing Grace'는 살아온 시간과 함께

그렇게 발효를 하며 내게 스며든 것이다.

 

그저 그렇게 이 힘든 시간들을 헤쳐 나가며 사느라

잠시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을 갖지 못했는데

복음 말씀을 들으며

내가 놀라운 은총 속에서 살아왔음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

그렇게 지나온 내 시간들 속에 은총이 차곡차곡 쌓인 것이다.

감사하며 살아야 할 것이라는 다짐을 야무지게 했다.

 

 

 

신자들 수에 비해서 성당이 너무 크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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